40주년 !@

정광설 2009.06.11 12:32 조회 수 : 539

묘한 느낌이 든다.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

그 지긋 지긋 공부만 하라고 볶아대던 선생님들의 핍박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되었던  것 이었다.

다 나 잘되라고 야단치시는 줄을 알아도 너무 잘 알지만,
하두 그래서 바보, '도로 빵' 소리 들으며, 소위 명문고를 다니는 고통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그것도 의대가면 어려울텐데,
의예과 시절에나 대학의 낭만과 멋으로 휘감고 다녀야지 하고, 이리 저리 기웃거려 보고, 뒤꼍(?)에까지도 찿아보았지만, 문학전집 읽으며 상상하고,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가끔, 그리워 창밖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짓고 말씀하시던 그런 대학의 낭만은 아무데고 없었다.


독재에 항거도 못하는 것들이 뭘 그런걸 달고 다닐 자격이나 있냐면서,
그 무엇을 자르는데 보태쓰라고, 어느 여자 대학에서 가위를 보내왔다더라는 유비통신이나 난무하고,
그것도 말이고 자극이라고, 그 충동에 따라 우리도 뭔가 의사표시 해야 하지 않냐면서,
저쪽 운동장 구석에서 으쌰 의쌰 몇번하다 피그르 지쳐버리는,
웃기지도 않는 짓이나 할 수 밖에 없는, 낭만은 고사하고 낙망만이 가슴을 채우는 실망의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에, 몇몇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대학시절을 이렇게 덧없이 보낼 수는 없다는데 뜻을 모으고,
대학시절을 보람되게 이끌어줄만한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보자 하고 써클을 아예 우리가 창립하게된 것 이었다.


당시에 대전에 있는  4개 대학에 다니는 남학생, 여학생을 모아서 연합써클로,
어느 한 대학에 등록을 하면 우리의 자율성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으니(당시는 대학생 데모가 성행(?)하던 시절이라 학교 당국의 통제를 많이 받았었다), 시내에 있는 어느 기관의 산하단체로 가입을하고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시작이 1969년 6월 6일 이었다.


나의 할 바를,
누구에게 기대고 의지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등에 지고 나아가자는 의미와,
자기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웃의 아픔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과,
이 시대가 젊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결연한 마음으로 모두 각자의 등에 지고 가자는 의미로,
그 써클의 이름을 지게들이라 명명하였다.


대학가면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면 기회가 있었을 뿐....

그래서 지게들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그 기회를.......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찿는 노력이 헛됨을 깨닫고,
그 무엇을 우리가 일구어내리라 생각하고, 그 누림이 대학시절의 낭만이랄까, 젊은 날의 추억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인생 전반을 꿰뚫을 수 있는 시작이기를 원해서 이름도 지게들이라고 지었던 것이다.


감히 최고의 대학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자랑스레 물려주었는데, 더 고맙고 훌륭한 후배들이 전통을 이어서,
이제 40 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이하게 된 것 이었다.


감개가 무량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기념식이래야, 어린시절의 학예회 비슷한, 그냥 우리끼리의 정감 넘치는 재롱잔치이지만,
그 속에 우리의 인생을 보다 값있게 살고자 다짐하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충정이 녹아있어 의미가 더 큰 창립기념 축제에 초대받아가면서 든 생각이다.


60주년 때도 참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혹시 1회 선배가 모처럼 오셨다고 한마디. 해달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할까?

오늘뿐 아니라, 혹 60주년을 위해 무슨 말을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말을 할 준비를 앞으로 20년동안 준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80주년을 위한 연설문은 60주년 이후에 20년동안 준비하게 놔두기로 마음 먹으면서.....


오늘 후배들이 그래서 선배님 인생이 어떠셨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안왔고,
하루 하루 계속해서 내 인생 최고의 날을 이루고 맞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후배들도 인생 최고의 날을 행해,
매일 매일 발견하려고 찿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구어내려고 노력하는, 땀을 흘리며 그 땀방울 속에서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들이 되라고,
축복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 최고의 날을 이루기 위해,
매일 매일 발전하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행복을 일구는 자들이 되라고,
보람된 나날을 경헙하며 사는 인생이되라고 축원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또한 더욱 열심히, 충실히 인생을 살아,
다음 60주년 때는, 더 좋은, 내 인생을 통해 가꾸어낸, 귀감이 될 만한 말을 할 수 있는 선배가 되야지하는 다짐을 해본다.


하여간 내가 만든 대학 써클의 40주년을 맞는 감회가 참으로 묘한 것을 느낀다!


그리고 무한히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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