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니 생일 날 또 전화하거라!ㅎㅎㅎ"

정광설 2009.06.23 15:36 조회 수 : 433


89세 되신 어머님의 웃으시며 내년을 기약하는 음성이,
전화를 끊고 스물 네시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귓가에 맴돌고있다.

생일이 되면 어머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전화드리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벌써 40여년도 더 지났건만, 내년 인사를 미리 말씀하시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내년에는 인사받으실 자신이 없으신 것은 아닐까?
지금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열번 이상은 너끈히 아들의 생일감사 전화를 받으실듯 하지만,
노인네 건강은 밤새 안녕이라 하지 않던가?

그 말씀이 못내 마음에 남아 맴돈다.



그러면서, "내 나이가 이제 여든 아홉이나 되었으니,
내년에도 살아서 니 전화를 또 받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하는,
염려와 죽음에 대한 불안이 느껴진 것이 아니라,

소망과 기쁨 가운데, "내가 이 나이가 되서 우리 아들 생일감사 전화를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은데,
올 한 해도 우리 건강 잘 유지하고, 잘 살고, 내년에도 또 이렇게 기분 좋은 통화 또 하자꾸나!"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렸다.



기쁨과 뿌듯함과 희망이 넘치게 해 주시는 우리 엄마는,
아마도 천부적으로 사람 기분좋게 돋구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나신 것 아닐까 생각하다 가도,

어머니의 인고의 세월을 옆에서 지켜보며 큰 나로서는,
타고나는 성격적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이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어머님의 이 기분좋은 반응을,
89세의 노인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게 내년을 기약하는 소망에 찬 표현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으로 부터 70여년 전의 조선의 여성으로서, 키가 162센치면 작은 키는 아니었을 늘씬녀(?)였을 엄마가,
지금은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고,
류마치스라는 불청객은 어머님의 모든 관절을 자유방임주의(?) 처럼 뒤틀리게 만들었지만,

요가를 단련하여 온 몸을 자유자재로 뒤집을 수 있고, 다리를 일자로 180도 벌려 가슴을 방바닥에 닿게 하시고서는,
"너 나처럼 이렇게 할 수 있어?"하고, 아들의 뻣뻣한 몸을 놀림반 걱정반으로 충동하시며 웃는 그 모습은,
타고난 성격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한 밝은 모습, 행복함을 전염시키는 삶의 모습이,
'있는 것'을 보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내일을 향한 소망 가운데, 오늘을 행복과 감사와 기쁨과 축복의 통로로 살고자 애쓰시는,
열심히, 잘,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어머님의 신앙과 철학과 윤리관에 입각한,
노력의 산물임을 나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니 생일에 또 전화해줘!"하고 깔깔 웃으시는 89세 노모의 말씀과 음성을 되새기며,
인간의 삶은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행하여 이루어 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요! 내년에도 꼭 전화드리고 말구요! 제가 누굽니까?
6.25 전쟁의 와중에, 피난처에서의 17시간의 산고 끝에, 어머님의 더할 수 없는 고통을  통해 이 세상에 왔고,
어머님의 은혜로 이 세상에서 바르게 살 수 있는 인간으로 키움을 받은, 어머님의 아들이 아닙니까?

어머님!

내년에도 이 막내 아들의, 어머님 은혜를 감사드리는 생일감사 전화를 꼭 받으셔야 합니다!"하고,
마음으로 기원하고, 그럴수 있도록 어머님을 지켜주실 것을 간구하며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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