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지간엔 비밀이?

정광설 2009.06.24 17:52 조회 수 : 329



어제 모임에서의 일이다.

누군가, "부부지간에 무슨 비밀!  그러면 그건 바로 사형이야!"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와그르하고 웃었다.
그리곤 나를 모두 쳐다 보길래, "부부지간엔 비밀이 있어도 많이 있어야 되죠!"하고 말했더니,
모두들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것 이었다.



사람이 솔직한 것은 바람직힌 일이고, 당연히 솔직해야 되고, 특히 믿음과 신뢰로 형성되는 인간관계일 수록,
서로지간에 솔직해야 되고, 특히 부부지간에는 더욱 솔직해야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 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러니까 항상 솔직한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이냐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람이 솔직해야 하지만, 그러니까 솔직한 것이 곧 지선(至善)은 아닐 수도 있고,
우리 어머님의 지론대로라면, '거짓말 아닌 거짓말'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있어야만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정성껏 준비한, 그러나 별로 맛은 없는, 신혼 초기의 아내의 밥상을 대하고,
솔직히 이야기 한답시고, "우리 엄마 요리 솜씨 따라 가자면, 의주가자면 신발만도 못하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얼간이 남편은,

평생을, "니 엄마한테 가서 밥 달라고 해!"하는 아내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을,
스스로 파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자기 엄마까지 며느리에게 괜히 미움받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야!"하면서, 허겁지겁 먹는 거짓말과 거짓 행동으로 점철된 해프닝이,
평생동안의 아내의 사랑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주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맛 없는 것을 맛 있다고 거짓말 하고, 이 비밀을 끝까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노력은,
부부라는 특별한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일 수 있고,
부부를 더욱 부부답게 결속시켜주는 착한(?) 거짓말일 수 있고, 접착제 역할을 하는 비밀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뒷 끝이 없어!"라거나, "나는 할 땐 한바탕 하지만, 그리곤 끝이야!
그런 것은 금방 잊는 성격이야! 뭣하러 그런 것을 기억하고, 속썩이고 있어!"하는 말은,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나같은 백치는 세상에 다시 없을 것 입니다!"를,
만방에 대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것이,
인간관계 사이에서 상대를 힘들게 했거나, 상대로 부터 힘든 일을 당한 기억인 것이다.

잊지 말아야, 또 다시 눈치없이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고,
잊지 않아야, 또 다시 똑같은 일로 반복하여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없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부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솔직하지 못할 일이, 솔직해선 안될 일이 더 많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비밀로 놔두지 않고 말해 버려서, 나는 편하고, 입이 근질근질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예상하지 못했다가 듣는 상대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지, 또는 예상했다손 쳐도 직접 듣는 것과,
그냥 어렴풋이 생각하는 것 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법이니, 
솔직히 말해서 상대에게 아픔을 줄 수 있는 솔직함은 아니함만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신중하게 여러번 생각하고, 차라리 비밀을 간직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솔직함 그 자체가 본질이고, 가치이고, 목적이라기 보다는, 무엇을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칫 상황논리에 빠져,
솔직하지 않음을 변론하고 합리화시키는 그런 의미에서의 무엇을 위한 것이냐가 아니라,

진정으로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거짓일 수 있느냐,
솔직일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의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나의 편함을 추구하기 위해,
너의 불편과 불안과 불행과 불신을 낳을 수 있는 솔직함이라면,
나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비밀을 지키고 유지하고, 그로인한 어려움을 감당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인간관계가, 부부라는 인간관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길이라면,
비밀이 깨지는 아픔과, 그 후에 빚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까지 기꺼이 감수하는 자세가,
상대 배우자에 대한 예의고, 사랑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탐스러운 긴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마련하고,
아끼고 유용하게 쓰던 시계를 팔아, 아내의 탐스러운 머리를 잘 빗을 수 있는 예쁜 빗을 구하기까지,
서로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의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비밀을 간직한 부부가 아름다운 부부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편함을 위한 비밀이 아니라,
상대의 기쁨과 행복과 유익을 위한 비밀을 많이 간직하는 부부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를 노래하며 사는 부부여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같은 사람하고는 솔직히, 전혀, 또 다시 함께 살고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솔직히!"하고, 솔직히, 비밀없이, 속 마음을 털어놓고 산 10년 후 와,

"무슨 소리야!  열 번 새로 태어나도 열 한번 당신 말고는 없어!"하는,
말도 안되는 새빨간 거짓말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며 산 부부의 10년 후의 모습이 같을까, 다를까?



나의 유익을 위함인가,
너의, 우리 모두의 유익을 위함인가가 중요한 판단기준의 하나이리라!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비밀을,
많이 간직하는 사람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굳게 굳게 다짐해 본다.

나를 위한 비밀, 사생활이 아니라, 너를 위하는 비밀을 키워나갈 결심을.........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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