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치기!

정광설 2009.06.29 12:29 조회 수 : 504



  열심히 키워 의사까지 만든, 평소에는 부모에게 잘하기 그지없던  딸이, 요즘은
통 말도 안하고, 연락도 끊고, 뭐가 삐졌는지 혼자 집 구석에서 틈만나면 운다는
소식은 사위 통해 들리고, 얘기 좀 하자면 만나기는 싫다고 해서 남편이 너무 힙들
어 하고, 그 바람에 자신은 더욱 더 힘들어 죽겠으니,어떻게 좋은 방법이 좀 없냐고
오랫만에 방문하신 할머니시다.

  남편이 틀림 없는 사람인 것은, 올 곧은 사람인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러나 자
기가 정답인 사람이라 많이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 이었다.

  남편이 까탈스럽기 짝이 없어서 너무 사는 것이 고달프고, 요즘은 딸 때문에 더
까탈스럽게 굴고 짜증내고 예민해져 있어서 살어름 판 걷는듯 너무 조심스럽고 힘
들고, 이 나이가 되도록 자유가 없고, 옭매여 산다고 한탄하며 호소하는, 73세 된
노부인에게 남편을 업어치기하라고 말해주었다.


  고 1 때 유도를 처음 배우면서, 낙법 연습에 몰두해 있을 때, 몇달 먼저 배웠다고,
도와준다면서 냅다 나를 업어치기로 내동댕이(?) 치는 바람에 내 허리를 삐끗하게
만들어, 남의 이름을 못외우기로 유명한 내가 한시도 그 이름을 잊지 못하고, 가끔
허리가 썽나서 쩔쩔매며, 힘겹게 걸을 때면 그 친구 이름을 생각하며 원한(?)을 곱
씹는, 그런 식의 남의 약점을 파고드는 업어치기가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 과외받을 때, 한잔 거나하게 막걸리 걸치시는 바람에 그날 과외
수업 하실생각은 깡그리 잊으시고 과외 공부방에 안나타나시는 바람에, 우리끼리
신나게 놀고있는데 밤 11시 다 돼서 비칠 비틀 오셔서는, 평소에는 주의력이 없다
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해찰부린다고 꾸중하시기 일수셨던 선생님이, 솥뚜껑만한
손으로 머리를 턱 짚으시더니, "너는 앞으로 큰 인물이 될꺼야! 내가 믿는다!"하셔
서, "와! 오늘은 술주정을 멋지게도 하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시곤, 그 뒤로도,
평생 이 나이가 되도록, 선생님이라는 단어만 떠오르면 생각나게 하시며, 생각키울
때 마다 감동의 물결을 내 마음 속에 일으키시고,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드는데 어찌
보면 가장 큰 힘이 됐을지도 모르는 사건 같은, '감동의 업어치기'가 될 수 있는 업
어치기를 연구해서 실행에 옮겨보시라고 권해드렸다.


  "지금까지 그러면서 살았다우!"라며 씩ㅡ 웃음지으며 진료실을 나가시는, 속썩이
는 딸을 어떻게 달랠수 있을까, 그것 땜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
을까를 상의하러 오신, 그 노부인의 미소를 요즘 젊은이들이 벤치마킹하면 참 좋겠
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업어치기 기술 가르쳐 주고, 그렇게 해보라고 권유하면, "자존심 상하게 어떻게
상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라고 하냐?"면서 항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 이지만, 상대에
게 먼저 접근하고, 상대가 감동할 수 있는 레파토리를 개발해보자고 권유하면, "자
존심 상하게 왜 내가 먼저 해야 되냐?"면서 싫다고 거부하는 부부들은 생가보다 많
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도에서 업어치기로 '한판승의 사나이' 소리를 들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하여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준 선수 처럼, '한판승의 남편', '한판승의 아내'가 돼서,
상대를 감동먹여, 맷트에 쓰러져서도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자존심이 크게 살아나고, 승(昇)하게 하는 것
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 노부인의 미소에서 느낀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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