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사는 기쁨!

정광설 2009.08.07 15:03 조회 수 : 351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과는 생이별을 당하고, 특별히 그 누구도 관심가져 주지 않는 지난 25년 가까운 세월을,
억척스레 견디며, 하루 하루를 빌어먹다 싶이 하며 한푼 두푼 모아, 만든 돈 이었다.
그게 자그마치 이천 오백 만원인 것이다.

"다 사기당했어요! 그 부부는 둘이 같이 자살해버렸으니,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 60대 초반 여인의 말에 내 가슴이 콱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지난 20여년 동안, 세상 살기에 지치고 힘들 때면 때때로 찾아와, 모진 삶에 대한 이야기와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들어주고 상담해 주었기 때문에, 저간의 그녀의 사정을 웬만큼 아는 나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겨우 겨우 마련한 작은 빌라까지 은행에 잡혀서 이천 오백을 더 해줘서 합이 오천인 것 이었다.

천만원은 오다가다 만나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이가, 애초에 그 사람들 소개해 주며, 믿어도 된다며 보증선 것이고,
나머지는 그 뒤로 거래하며 내가 직접 은행계좌로 이체해준 것 이라는 것 이었다.

보증선 이가 집이 두채인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알고보니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소용없고,
재산이라고는 영세민 임대아파트 보증금 삼백만원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죽은 이들에게 직장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을 찾아갈까, 보증선 이를 고소할까,  
솟구치는 화를, 밀려오는 설움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 세월 속의 어려움들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언발에 물 끼얹듯, 느닷없이 치받을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는 것 이었다.


전에 한 번 죽을려고 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이제까지 모진 목숨 이어왔는데,
이제는 진짜 죽어야 되는 건지, "선생님! 있는 사람에게는 큰 돈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오천만원은 내 생명이고,
내 일생이나 마찬가지인데, 나 어쩌면 좋죠?",  "아들 찾아가면 될까요?"

안타까움에 눈물 글썽이며, 행여나 의사 입에서 무슨 묘방이라도 나오려나 쳐다보는,
그 낙망과 좌절에 빠져있는 여인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오천만원 가슴에 턱 안겨주는 것 아닌 담에야, 무슨 말이 도움이 되고,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20년 이상 단골이라고, 잘 나갈 때는 당연히 생각 안나고, 사는게 힘들다 못해 막다른 코너에 몰렸다 싶을 때면,
불현듯 떠올라,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는 의지의 대상이 나라는 정신과 의사일진데,
이럴 때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섣불리 공감을 표했다가는, 그렇지 않아도 졸지에 부모의 동반자살이라는, 어찌 생각해보면 이 여인 보다도
몇배나 더한 아픔을 겪는다고 볼 수도 있는 그 아들에게 소송을 하게 만들 수도 있고, 보증에 대한 책임질 생각은
전혀 없는, 재산을 타인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보증선 이에게 말 비쳤다간 오히려 더한 상처 받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에라! 이 더러운 놈에 세상! 콱 죽어버리자!"하는 마음에, "의사도 그리게 공감해 줬잖아!"하고
죽음으로 치닫는 마음에 힘을 보태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땐 참으로 난감함을 느낀다.  
막연하나마 그래도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마지막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와서, 애절한 눈으로
무슨 도움말을 줄려나 하고 의사 입만 쳐다보는 그 여인에게, 과연 무슨 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진리는 뻔한 소리다.

내 맘에 드는 소리가 옳고 바른 소리가 아니라,
본래 바른 소리는, 그 소리가 내 맘에 들고 안들고와 상관없이 바른 소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정리하고, 일목요연하게 처해진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실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건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조금은 지난터여서, 사건 초기의 멍한 상태는 지났고,
지금이야말로 냉정하고 냉철하게, 본인이 처하고 당한 문제의 실상을 바로 알아야 할 때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때문에 오히려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어!"하고 자칫 아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폭발시킬수도 있으며,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어땠든지 나는 한낱 신외지물에 불과한 것이라 치부할 수 도 있는 돈을 잃는데 그쳤지만,
그 아들은 부모를 잃은 억울함과 슬픔에 젖어있는 형편아니겠는가?

돈 잃은 것이 부모 잃은 것 보다 크다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재산을 미리 빼돌려 놓은 심성의 소유자가, 보증서에 이름 썼다고 순순히 자기는 길에 나앉으면서 보증금이라도 빼줄 것을 기대하는가?

처음 지나고는 직접 거래했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는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돈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말이 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말이지만,
돈 잃고, '지금'도 잃고, 더구나 나의 '미래'까지도 잃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지난 일을 후회하는 거는,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고,
바로 지금이, 오로지 나의 미래는, 지금의 나의 정신차림에 달려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바로 그 때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본래도 무슨 말을 하면 잘 알아듣고,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 맞는 깨달음을 얻곤하던 분이었지만,
다소 염려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좀 안정되고 다스려질 수 있는 약을 드려 가시게 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오늘 오신 것이다.

퇴근 준비를 한참하고 있는데, 조금 늦을 듯하니 기다려 줄 수 있냐는 전화에,
반갑기도 궁금하기도 해서, 염려말고 오시라 했더니, 날라왔다면서 진료시간 끝나기 전에 도착을 한 것 이었다.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오는 여인은, 지난 번의 그녀이긴 한데, 전혀 다른 사람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는 얼굴에, 활력(活力)이 차있으며, 자신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웬일인가 의아해서 쳐다보는 의사에게 씽긋 미소지으며, "선생님에게 혼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래! 우선 내가 살구봐야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지난 날 들인데 여기서 무너져?"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니가, "앞으로 형편이 피면 돈을 좀 해 줄테니 힘내!"라는 소리도 들었단다.

어느 하세월에 언니가 형편 풀려 땅 팔아 여동생 돈을 대 주겠는가? 그동안에도 큰 도움 없었던 언니인데...
안타까우니까 립 써비스로 한마디 위로의 말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도 대충 그리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말의 진위가 어떤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이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반응인듯 하지만,
실은 본인이 이번 사건에 쓰러지지 않고, 치고 일어서 나아갈 결심을 한 것을, 슬쩍 부추기는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이겨낸 것이다.
오히려 희망을 갖고 새출발하는 마음을 먹으니까 힘이 생기더라는 것 이었다.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이었다.

생각해 보면, 옛날 보다는 지금이 그래도 형편이 훨씬 좋은데, 까짓것 이겨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었다.
이보다 훨씬 어려운 세월도 이기고 견뎌냈었는데 하면서.......



내일의 승리를 지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일을 사는 기쁨"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를 쳐주는 심정으로 겪려하고, 칭찬하고, 힘을 북돋워주고 진료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문제가 중요하기 보다, 그 문제를 내가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0ㅅㄱㄷㅈㅊ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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