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梨落)?!

정광설 2009.08.13 16:56 조회 수 : 480

다급한 목소리의 상담전화였다.  여성이었다.

20대 초반의 아들인데, 군대도 다녀온 녀석인데, 껀뜻하면 집에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 이었다.
물건을 부수기도 하고, 엄마나 누나를 뚜드려 패기도 한다는 것 이었다.

맘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집안 물건을 집어던지고 때려부수다, 그래도 화가 안풀리면,
말리는 엄마에게 주먹질까지 하니, 어떻하면 좋을지 가능한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 이었다.

엄마 패는 아들을, 화날 때만 어쩌다 그러니, 그럴 때 달랠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것 이었다.



이런 경우가 가끔있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난이함은 생각하지 않고, 필요한 답을 쩨꺼덕 얻어낼 수 있는 방법만 가르쳐달라고,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요구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대면해서든 전화로든 이런 요구에 접할 때는 참으로 난감함을 느낀다.

"네! 여기 이런게 있습니다. 어떤 것을 택하시든 다 효과가 있으니, 무엇이든 좋습니다.
한가지 이상 택하셔도 됩니다!"하고 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이라면,
얼마나 서로 편하고 좋을까만은, 그게 그렇지가 못하니 문제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나, 사실 도와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같으면,
성경의 가르침대로, "돌로 쳐 죽일 놈입니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외에 무슨 말이 해당이 되겠는가?

이런 일은 돌로 쳐 죽일 일이고, 옛날 우리 조상들이 한 것 처럼, 코를 꿰서 동네를 몇바퀴 돌고난 다음에
때려죽일만한 일인 것이다. 인간의 세게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인 것이다.

"오죽하면 그렇겠냐!"는 둥, "그럴 수도 있을 수 있다!"는 둥, "그러니 어떻하냐, 참고 넘어가야지!"라는 둥의,
그럴듯한, 마치 인간적인 고뇌를 듬뿍 담은 듯한 말로 쓱 가리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부인되고, 인정하지 않고, 그러고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부인되고, 있을 수 없는 점인 것을 분명히 하고,
그리고 난 다음에야, 이 불쌍한 영혼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 것 인가를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패악을 저지르면서도 큰소리치는 놈을, 사랑인 줄로 착각해서, 자가당착에 빠져 행하는 것임을 자각하지 못한채,
사랑으로 조심 조심, 섬세하고 부드럽게, "그래 착하지!"하면서, 달래서, 다시는 그와 같은 죄를,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도록, 성질내고, 지랄하고, 부수고, 엄마를 뚜드려 패는 것의 원인이 됐던 그 불만사항을 충족시켜주면,
그 다음에는 회개하고 그런 패악을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가 난리를 친 위력과 그 효과에 대한 맛을 봤기 때문에, 더 큰 요구를 하며, 더 험악하게 난리치고, 부모를, 지말 안들어 주면,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더 더욱 심한 패악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효과있는 행동이 더욱 강화되는 법!"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확실한 원리인 것이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으면 그 다음에는 그 효과가 있었던 방법을, 다른, 또 다른, 더 어렵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방법을 택하기 이전에, 당연히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효과 있었던 방법이나 행위가 더욱 강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좁고 험한 길 보다는,
넓고 편한 길을 찾아드는 것이, 분별력 없는 아이나, 먹을 것 찾는 짐승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 처럼.......



오늘 그 엄마가 병원을 방문하였다.

요 며칠전에도 또 한번 부수고 난리가 났었다는 것 이었다.
난동부리면서 엄마에게 전화했더라는 것이다. 와서, 자기 말리라고......

놀란 마음에 뛰어 달려가긴 했지만, 옛날의 무조건 "옹야 옹야" 받아주고 달래고 다독거리던 것 과는 달리,
지난번 전화 상담 때 해주신 말씀도 생각나서, 무조건 난동부리는 것 부터 갈아앉힐려고 달래기 보다는,
이제는 나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선을 그어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이었다.

그랬더니, 왜 전에는 말리고 달래고, 왜 내가 화가 났는지 들어주고 그러더니,
오늘은 왜 안그러느냐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는 것 이었다.



그러면서 이 어머니는, 그녀의 아들이 이렇게 난폭하게  변하게된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 이었다.

이 아이가 이렇게 변한 것은, 아이 고 2 때, 아이 아버지가 말없이 가출한 이후라는 것 이었다.
사춘기 중요한 때에, 아이를 다스리고 지도할 수 있는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이렇게 몹쓸게 변한 것에는, 아이 아버지의 무단가출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바닦에 짖게 깔려있는
느낌을 주는 말씀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가, 아니면 까마귀가 날아 올랐기 때문에 배가 떨어진 것인가?

까마귀 날아 오를 때, 배도 마침 떨어질 때가 되서 떨어진 것 이라면, 배가 충분히 결실을 맺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 안타깝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 것인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건강한 대응일까를 논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바람에 그 것이 원인이 되어 애꿎은 배가 떨어진 것이라고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
이야기의 전개가 사뭇달라지게 되고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배를 떨어지게 만들고 날아오른 까마귀가 책임이 있는 것이고, 떨어진 배는 책임이 면책되고, 오히려 피해를 당한 것이 되니, 그런 관점에서 아이를 본다면, 아이는, 아버지의 가출로 인해 엄마를 폭행하는 혼란을 경험하는 불쌍한 희생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마치 차가 추돌을 당하여 앞 차를 세게 밖고 큰 피해를 입혔어도, 책임은 애초의 원인 제공자에게 있는 법이듯,
엄마를 뚜드려 팬 천하의 패륜아가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도 피해자일진데, 니가 무슨 죄가 있고 잘못이 있단 말이냐!"하고, 사랑인 줄로 착각하며 그 아이를 대하면,
그 아이는 계속 패륜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 보다는 아버지를 원망함으로 면책되고, 오히려 원하는( 집안 형편 상
어려운 것은 아랑곳 없이) 것을 철면피하게 당당히 요구하는 패륜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사춘기에 만날 수 있는 위기이고, 이는 곧 본인의 문제이고, 본인이 이문제를 극복하고 바로잡지 못하면,
인생을 망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깨달음은, 대신 해줄 수도 없지만, 해 주어서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어머니의 절규에 가까운 한탄을 들으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미 첫단추가 잘못끼워져 있어서,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래도 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본인이 노력하지 않은 변화는,
변화가 아니라 패륜을 조장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아이를 데리고 오기로 하고 돌아서는, 고개숙인 어머니의 휜 허리를 보며,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바른 양육인가에 대한 생각이,  미리 미리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아이 낳았다고 좋은 부모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워야 함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말없이 가출하여 4년이 넘도록 연락 한마디 없는 무심한 남편의 빈자리 까지 감당하며,
등골이 휘도록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쳐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키운 이 어머니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이 아들이, 바르게 설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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