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불구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정광설 2009.09.20 13:33 조회 수 : 400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힘을 주는데, 그것은 단지 내 생각일 뿐, 손가락은 움직일 기미가 전혀 없다.

주춤 당항스런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뚜러지게 쳐다보며 힘을 주어보는데,
손가락은 아무 감각도 없고, 얼굴만 시뻘게진다.

내 손가락이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현상에 이상한 느낌이든다.
익숙치 않은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

이것이 바로, 나는 말로 위로하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한 줄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장애인들이 느꼈을 그 감정이고, 그 당혹감이고, 그 실망과 좌절과 배신감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회복과 재활을 통한 기능의 회복은 평생가는 일임을 모르는바 아니었으나,
이론으로 알고, 남들이 겪는 것 옆에서 보아 짐작하던 것과 달리,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게 되니,
이야기가 사뭇 다른 이야기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지 못했었는데 손가락이 내 뜻에 전혀 무반응인 것을 처음 경험하며 느낀 감정을 뭐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뭔지 모를 당혹과 배신감이 뒤섞인 듯한 감정이라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손가락을 붙잡고 힘을 주어보고, 쓰다듬으며 힘을 주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기미가 없는
손가락과 씨름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이야 앞으로 신경이 자라고, 힘줄 끊어진 것이 치유되며 나아질 수도, 또는 장애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자칫 육신의 회복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육신의 혹 있을지 모르는 장애와 더블어, 마음의 장애가 따라붙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배신감 비슷한 실망감을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경험하며 느낀 것이 마음 속에 너무 크게 자리 잡아,
죽을 뻔 했는데 안죽고 살아남았다는 감사와 기쁨을 뒤덮지 않게 해야되겠음을 느꼈다.

묘한 실망감이 스며들어, 평생두고 꾸준히 노력해야할 회복과 기능발휘의 과정을 손상시키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함을 깨닫게 되었다.



위기 가운데에서, 그 순간에 나를 지키시고 보호하시어, 선한 길로 인도하신 그분께 앞으로도 나의 연약한 마음을 지켜주시어, 썩어질 육체에 혹 있을지도 모르는 장애로 인해, 마음에 불구가 도래하지 않게 지켜주실 것을 간구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있는 자의 노릇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을 간구한다.

순간적인 사고 가운데 스스로 산 것이 아님에,살게해주신 분의 뜻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따름이,
육체의 작은 불구에 가려져 훼방받지 않게 하옵시기를 간구한다.




















@#$+0ㅅㄱㄷㅈㅊ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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