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자는 기생이 아니어야 한다!

정광설 2009.10.10 12:28 조회 수 : 402



요즈음의 선생님들이, 선생이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을 지켜보고,

또한 사회 여기 저기에서 선생님 집단을, 촌지나 받아먹기 위해 술수나 부리는 듯한 존재들로, 그 권위를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몰아는 부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의 자녀들을 제대로 잘 가르쳐주고, 학원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성교육은 물론 지식과 기술교육까지 최고로 가르쳐주길 원하는,
얌체없는 이 시대의 풍조를 바라보면서,

가르치는 방법의 효율성과 가르치는 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시점에 다달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자와 좋은 것을 함께 하라!"는 성경의 말씀,
"와서 봐라!"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전도자의 정체감,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외치며,

할 이야기를,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확고한 자아 정체감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가르칠 것 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가르치는 자가 우선적으로 먼저 확립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30대 후반의 주부이다.

남편의 무시하는 투의 언사와, 종 취급 당하는 듯한 느낌에 자존감의 상처가 심하고,
아침에 남편이 출근할 때면, "오늘은 나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나서 콱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그러나 너무나 미워 저절로 그런 저주가 떠오르는 것을 경험하며,

밤이면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나면 안으면서, 기쁜 표정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난리를 치는 통에, 억지로 웃으며 응해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한탄스러워 정신과를 찾은 분이다.



그런데 이분이 요즈음 변한 것이다.
얼굴에 어둠의 빛이 가득한 채 처음 병원을 방문했던 때 와는 사뭇 달리,
얼굴도 환하게 웃는 얼굴이 되고, 사는 맛이 요즈음은 난다고 하며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남편에게는, "기왕에 당할거면,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대쉬하자!"라고 마음 먹고 대해 보라는 의사의 조언대로,
자기가 적극적으로 응하고, 그러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엄두도 내지 못하던 남편 엉덩이 다독거리는 행위도,
의사 처방이라는 생각으로 눈 딱 감고 해봤더니 의외로 화내기는 커녕 되게 좋아하더라는 것 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남편이 원할 때는, 옛날처럼  이런 저런 핑계로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니 아주 좋아하고, 자기에게도 잘하고, 이만하면 살만하다고 좋아하고 있는 주부이다.



최근에는 외국어 방문 교사 알바를 하게되어, 학부 전공을 살리고 발휘할 수 있어서,
더 신나고 행복해 하고 있는 분이시다.

전문적인 일을 알바로 하면서,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아니라 돈까지 벌어오니까,
"니가 뭐하는게 있어?"하고 무시하는 듯하던 남편의 태도도 좀 달라지는 것 같고,
사이도 그러니까 더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 이었다.

전에는 마음 속으로 "흥이다! 무시할 때는 언제고 가까이 오라고 해!"하면서 남편을 거부하고,
그 바람에 쌈도 많이하고 그러댔는데, 요즈음은 자존감도 높아지고, 그러니까 남편도 더 받아주게 되고,
사이도 더욱 살가워지고 해서, 사는 맛이 한참 고조되고 있는 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인상을 찡그리며 진료실에 들어와 앉자마자 어려움을 털어 놓는 것 이었다.
한마디로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것 이었다.

뭘 그러냐고 물으니까, 5살 먹은 여자아이를 배정받아 요새 며칠 가르치러 다녔는데,
그 아이가 선생님인 자신에게, "나 너 싫어! 가!"한다는 것 이었다.

달래려고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손을 탁 치면서, "하지마! 하지 말래두!" 하면서 눈을 똑바로 뜨고
나무랜다는 것 이었다.

아이 엄마는 옆에서 그냥 보고만 있단다.
줘 팰수도 없고, 회사에선 비싼 회원인데 그런 애를 잘 달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아이가 듣는 과목이 단가가 비싼 과목이니 놓치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는 것 이었다.

그렇게 며칠 버티다 오늘 드디어 짤렸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한사코 비토하는 바람에 다른 교사로 대치됐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되요? 저를 가르치는 선생에게 아무리 어린 아이라지만,
나 너 싫어하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되죠?"하고 묻는 것 이었다.

이런 경우,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죽게 뚜둘겨 패주라는 말 외에, 난들 무슨 대답할 뾰족한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의 엄마라는 존재가, 자기 아이가 선생님께 무례히 행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아이가 말을 또박 또박하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을 대견스럽게 여기는 듯,
바라보고만 있다는 점이다.



가르침은 구걸이고 사정인가, 아니면 권고이고 명령인가?

가르치는 자는 대접받는 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눈치보며 비위맞추는 자여야 하는가?



그 옛날 전제군주의 아이(왕자, 황손)들도 종아리를 맞아가며 가르침을 받아,
제왕 이전에 사람이 먼저되어야 함을 배웠건만,

요즈음의 세태를 보며 가르치는 자를 어찌 대함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자성과 동시에,
가르치는 자도 스스로의 마음 가짐이 어때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있어도 많아야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르치는 자 스스로가 배우는 자를 사랑으로 품는 것과 달리,
내 가르침을 받아주시옵길(?) 간절히 비는, 종이나 부림받는 자의 위치에 서서,
내 성의를 봐서 들어주시고(?), 배워주시는(?), 제자님(?)들을 감읍해하며,
스스로가 참 교육자라고, 패륜적 행위와 언사를 거침없이, 마다않고 행하고 외치는 자들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자가 가르침의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함에 게을러서는 아니될 것이나,
어떤 경우에도 결코 가르침 받는 자의 비위를 맞추고,
봐서 배워주겠다는 망발을 일삼는 패륜을 조장하는 죄를 범하는 자가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가르치는 자는, 시키는 대로, 시키는 것을, 수요자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수요자의 비위를 맞추며 제공하고,
수요자의 만족도에 따라 댓가를 받고 품평을 받는 자가 아니라, 가르치는 자가 가지고 있고 다달은 지경의,
삶과 철학과 윤리와 지혜를, 즉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전수하는 자라야 할 것이다.

그냥 무언가 댓가를 받고 무엇을 알려주는 자가 아니라, 더구나 댓가를 목적으로 지식을 파는 장사꾼으로서가 아니라,
무릎을 꿇고 제자의 발을 닦는 섬김 가운데서도, 자기 소욕을 채우고자 함이 아니라, 상대의 영혼을 구하고,
참됨을 전수하고자 하는, 가르치는 자로서의 참된 마음과 혼이 발휘되는 자라야 할 것이며,
이런 것을 교육이라 칭하고, 이런 마음의 소유자를 교육하는 자라 칭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드러나고 드러나지 않고와 상관하지 아니하고,
온 정성과 삶을 다해 참 교육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신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런 분들에 의한 바르고 선한 영향력 덕에,
그나마 이 사회가 이렇게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더욱 강력하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내가 서있는 작은 자리에서 만이라도 가르침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침 받는 자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 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리 노력하는 자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

가르치는 자는 한 낱 돈을 위해 자신의 것을 드러내는,
기생같은 존재여서는 아니될 것 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단순히 댓가를 받고 시키는 대로, 요구하는대로 하는 자가 아닌,
사명감, 소신을 갖고, 배우는 자를 바른 길로 이끌고,
때로는 강제할 수도 있는 자여야 할 것 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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