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모르는 동네 노인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지나치듯,
혼자만의 정신세계에 도취되어, 정작 수업 진도와는 거리가 먼 학창시절 선생님께도 머리 조아리듯,

별 달고, 사단의 전략짤 연구보다, 사병 모자 삐뚤다고 세워놓고, 훈계하며 쪼인트 까고,
군의관들 밤 늦게 술 먹고 돌아다니나 보안대 시켜 감시나 하던 어느 똥 별에게도,
그 별의 권위를 인정하여 바른 자세 갖춰 거수경례하듯,

전혀 맘에 들지 않고, 절대로 그의 국가 운영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대통령이 지나갈 때도 자세 바로하고 인사하듯,

세상 살다 보면 웃사람이라고 다 존경스러울 수 만은 없고, 존경받을만 하지 못하다 생각되는 경우에도,
내 할바를 다해야 하고, 지켜야할 예의를 억지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억지춘향 같은 일이, 그러게 신문에서나 보는 일이고,
동네 나가서 아줌마들 이야기 속에 떠도는 이야기 정도라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
이런 일방적이기만 한, 별로 존경스럽지 않은 분이 집안의 상전이고, 시가의 어른이면서,
대놓고 어른대접 받기만을 주장하는 경우에 처하게 되면, 이야말로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40대 초반의 주부이다.
암으로 고생하는 남편 뒷바라지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닌 주부이다.

남편은 아내의 노고에 고마워하기 보다는, 본인의 불안과 염려를 아내에게 풀고, 감정 표현을 자제함 없이
마구 해제끼는 식의, 이해심이 좀 부족하고, 아주 예민한, 자기 중심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남편이 그런것 까지는, 이것이 내 운명이고, 내가 져야할 멍에라 생각하고 참아 넘기겠는데,
이혼하고 혼자 사는 성질 더럽기 짝이 없는, 제수에게 예의라도 갖춰 말하면 귀신이 잡아라도 갈듯,
말도 함부로 하는 시숙이, 반찬 없어서 밥 못먹는 것 까지 내 책임으로 돌리고, 제대로 시숙 반찬거리
안 챙긴다고 못됐다고 야단치고 잔소리하는 시어머니나, 저는 손도 까딱 안하면서 눈흘기며,
"왜 할 도리 안하냐!"고 대놓고 나무래는 손아래 시누이나, 툴툴대는 시숙이나,
그러는 지네 시집식구들만 편들어 나만 나무래는 남편이나,

도무지 상종못할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느낌에, 스트레스 받아 가슴 답답하고 터질듯하여 과호흡증후군도 나타나고,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억울하고 살고 싶지도 않고, 너무 괴로워 고생하는 분이다.

성질 같아서는 다 때려치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가진 신앙이 있어 그것이 안될 일이라는 것은,
아니 그럴수도 없고, 병원에만 오면 한탄하며 폭폭한 심정을 토로하는 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웃으며 오신 것 이었다.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그냥 흘려보내기로 했어요!"하고 말하는 것 이었다.

"왜 그렇게 사람이 잘못됐냐? 왜 잘못인 것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냐를 얘기하고 주장해 봐야,
마이동풍(馬耳東風)이고 우이독경(牛耳讀經)이지, 나만 죽게 생겨서 그냥 놔두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하네요."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그래서 격려해 주었다.
존경까지는 못되어도, 예의만 지켜도 내 할 도리는 일단 다 하는 것이고, 훌륭한 것이고,
그럴 수 있을 때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다고.......

"너는 그래도 나는 바른 길, 가야할 길을 가겠노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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