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를 수 있다는 것은?

정광설 2009.10.23 15:47 조회 수 : 463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면 좋았다고들 대답한다.

뭐가 좋으냐고 그 좋았던 내용을 물으면,
내용을 말하기 보다는,

편하고, 힘들지 않고, 바삐 쫒기지 않고,
느긋하게 지낼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좋았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말일까?

생활에 있어서 좋다는 것이, 속썪지 않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고, 깨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고,
내 뜻대로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일까?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하면서 사는 것이 좋은 것이고, 우선 되어야할 가치기준이라면,
그게 개같은 짐승의 기준이지, 사람의 가치기준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에 우선하여,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존재여야 하는 것 아닐까?



잃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싫으면 안 일어나고,
마음껏 원하는 대로 뒹굴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면,

그러한 삶의 행태는,
인간의 관점에선 게으름이고,
본능의 조정대로 존재하는 짐승에게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지난달 제대하고 막 복학한,
군대가기 싫어해서 무던히도 속썩이다,
군대가서 아슬아슬하게 군생할을 마친 어느 복학생과 오늘 나눈 것이다.



'게으름'은 짐승에게는 없는 개념이고, 그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립한 개념일 뿐,
짐승에게는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런,
사자가 두시간 먹이활동 하고는 스물 두시간 힘을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안고파 먹이활동을 안하고 있는 것 같은(게으름도, 에너지 재충전 그 어느 것도 아닌),
단지 본능에 의해 조절되는 생존상태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해야할 바를 행하고 살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에게 있어서,
게으름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독약과도 같은 것이고,
사람으로 태어나 짐승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고,
원초적인 본능의 충족이 마치 인간이 추구할 가치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만들고,
죄(성폭행 처럼, 짐승에게 있어서는 죄가 아니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죄인)만 지으며 살아가게 만드는
지름길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맘껏 게으름 부릴 수 있어서 좋았다!"가 아니라,
"무가치하다 할 만한 일과 세월로 부터 벗어나,
마음껏 가치있는 것에, 나를 보다 가치있는 삶으로 인도할 수 있는 일에,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몰입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좋았다!"가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길 나누었다.



편한 것이 마치 선한 가치이고,
게으를 수 있음을 마치 그 가치를 이룸인 것인 양,
편히 게으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마치 인류평화를 위한 지극한 공로인 것 처럼,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 것 처럼,

착각하고, 착각하게 혹세무민하는 흐름이 팽만한 요즈음,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게으름을 극복하고 초월하여,
"스스로의 삶을 보다 존귀하게 가꾸어 나가겠노라!" 결심하는 그 청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가 있어 그의 주위에 행복이 가득할 수 있는,
축복의 통로로서의 삶이 될 것을 믿고 기원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마치고,
이 좋은 기분이 가시기 전에 나눈 말을 정리해 본다.


게으를 수 있어 좋은 것이 아니라,
그 게으름을 향한 욕망을 극복하고 초월하여,
존귀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일구어 갈 수 있어,

어떤 고난이 닥쳐온다 해도,
살아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좋은 날 일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며.......


































@ #$+0ㅅㄱㄷㅈㅊ충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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