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포기(抛棄)는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

정광설 2009.10.23 17:43 조회 수 : 553

포기는, 한다기 보다, 말은 그리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당하는 것일 때가 많다.
내가 능동적으로 생각해서, 포기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조건이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코너에 몰린 나머지 하게 되는, 막다른 골목에서의 선택아닌 선택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말이 선택이지,
이것은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결정대로 되어지는 대로 따라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연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짐승의 길이고 모습인 것이다.



말 꼬투리 잡아 시비하며 말장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익숙하게 쓰는 말이, 말투가, 쓰는 단어가, 우리에게 되짚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어,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우리의 감정을 불행하게 만들고, 우리의 의욕을 꺽고, 우리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우리를, 자연을 다스리고, 조절하고, 활용하며, 변화를 자연 가운데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에서,
우리를, 자연에 의해 영향은 받을지언정, 자연의 상황과 조건에 의하여 결정당하지 않는 존재에서,

우리를, 자연의 상황과 조건에 의하여 삶의 모습과 삶의 질이 결정되고,
우리를, 조건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어지는 존재로,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매김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펼쳐나가는 삶의 주인이고, 행복을 누리는 자이며,
창조주에게 이러한 삶일 수 있음을 감사하고, 찬양과 영광을 돌리며 살 수 있는,
신의 작품, 신의 자녀라는,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 갈 수 있는 위치에서,

스스로를,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종류의 포유동물인 것을 주장하며,
우리를, 단지 자연의 조건과 상황에 의하여 운명이 결정되고 마는 침판치의 후예라고,  
스스로의 근원을, 정체성을 그리 주장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흔히 쓰는 포기나 체념이라는 말에서 그런 영향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포기나 체념이,
포기나 체념하는 사람이,
포기나 체념을 하면 할 수록,

더욱 사는 것이 행복하고 보람있으며,
사는 맛을 느끼고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나의 나된 것이, 자랑스럽고, 자긍심을 느끼게 하며, 가치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면,

공감할 수 있겠는가?



포기나 체념은 약자가 쓰는 표현이다.
포기하는 자가, "내가 강하기 때문에 할 수 없어 포기했어!"라고 한다면 공감할 수 있겠는가?

사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말하는데 익숙해서 그렇지,
포기는, '한다'라기 보다는, 의미 상 포기 '당한다'가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잠잔다'라는 말이, 지금 자고 있는 상태를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 이라면 말이 돼도,
"이제 잠이 들고자 한다!"는 의미에서의, '잔다' 또는 '잘려고 한다'라는 말은,
실제 의미는 잠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도움이 될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이고,

잠은, 능동적으로 노력하여 이루고 성취할 수 있는 현상인 것이 아니고,
"잔다!"라는 능동적인 표현보다는, "잠든다!"라는 수동적이고, 서술적인 표현이 옳고,
"자야지!"라는 의지적 성취를 내포한 표현보다는, "잠들 준비를 한다!"가 올바른 의미의 표현인 것 처럼,



포기는,
약자가 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을 강요당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쓰게되는 표현이 아니던가!

즉 자신의 삶이 그 무엇에 의해 결정된 것을,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이 강제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포기는,
자연계의 구성요소적인 존재로서의 운명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에 의한 변화를 그대로 따르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수동적으로 되어지는 생존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선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포기는,
능동적인, 자유의지에 의한 판단의 결과가 아닌 것으로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 저 깊은 곳을 세뇌시키고 변화시켜,
자연 가운데에서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수 많은 조건과 상황 앞에서, 우리를 수동적이고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생각이고 행위인 것이다.

포기는,
우리의 격(格)을 자연을 다스리고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에서,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존재로,

우리가 영적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도외시 한 채,
죽으면 썩어 없어지는, 진토로, 티끌로 환원 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우리에게 불어 넣어져, 인간을 축복받은 존귀한 존재일 수 있게 만드신 하나님의 생기는 도외시하고,
흙으로 빚어져 형성된, 외형적 모습만을 우리인 양 인식하는, '짐승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그리고 인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나서 하체를 잃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는 그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반만 살아있다!"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몸이 반만 남았다!" 할 것인가?

6.25 동란 때에 나라를 지키다 받은 부상으로 팔 다리 모두를 잃고,
동체만 남아 수십년을 병원 침대에서 보내야 했던 그 고마운 상이용사를,
반만(무게로 따져서?) 살았다고 할 것인가?



우리가 나(我)라고 인식하고 드러내는 그 나(我)는, 몸뚱이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 있는, 물체나 장소의 개념이 아닌, 하나인, 그러나 분명히 다른,
그 무엇을 나라고 인식하고 말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물리적이고 현상학적인 몸의 상태가 나를 의미하는 것의 주된 요소라고 한다면,
어느 천체물리 학자가 세살먹은 어린아이보다도 몸을 잘 못쓰고, 불편하고, 말 안듣는 육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금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빛나고 있는 것은, 그러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짐승과 달리, 몸과 무어라 따로 떼어 보고, 감각하고,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과학적으로 구분, 분석이 가능하지 않은, 그러나 나(我)라고 했을 때 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무엇, 영혼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그 불어 넣어진 생기의 유무가, 우리 삶의 성격을 결정지을 수 있는 관건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포기당하며, 마지못해 생존하는 삶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조건을 변화시키며, 어려움을 '포기'가 아닌 '수용'으로 극복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을 펼쳐갈 수 있는 존재이고, 펼쳐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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