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큰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옛일을 생각하고, 그 옛일이 오늘의 나에게 얼마나 크고 고마운 영향을 미칠 수 있었나를 생각하며,
감사의 념(念)에 젖을 수 있음은 더욱 특별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경우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정신과 의사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주체성의 깊이와 성숙의 정도를 넘어서는,
치료도, 도움도 될 수 없는 거란다.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식을 하나 둘 더 쌓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히 주체성이 확립되고, 바르게 정립되는 것이 중요한 것 이란다."라고,
의대 2학년 때 스승님이 해주신, 마냥 "선생님이 좋아요!"하고 요즘 아이들 가수 쫓아 다니듯,
내가 선생님 쫓아다니며 귀찮게 해드리던 어느날인가,
그냥 사석에서 평소 지론을 말씀하시다 들려주신 그 말씀이, 이제 정신과 의사들 모임에 가보면,
어느새 원로 소리들을 나이가 된 오늘까지도, 항상 뇌리를 떠나지 않고, 그날 말씀하시던 그 모습,
그 음성이, 눈 앞에 잡힐듯 항상 나와 함께 해왔음을 생각해본다.
그 말씀이 있었기에 그래도 이만이나한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며, 감사의 념(念)에 잠긴다.
출근 길에, 싱그러운 가을 아침의 공기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크게 들이키다,
불현듯 지금 들이쉬는 이 공기만큼이나 고맙게, 나의 정신세계를 일깨워주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며,
연세 많지 않아 고혈압으로 쓰러져 돌아가신 스승님 뵙고픈 마음과 더불어,
선생님께서 주신 교훈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되새긴다.
돌아가시지 않고 좀 더 가르침을 주셨더면,
얼마나 더 많은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잊지않고 귀감으로 삼아,
이제 앞으로 얼마를 더 현직에 종사할 수 있을런지 알수는 없으나,
이일을 다하는 날까지는,
깊이 있는 대화와 진정한 도움과,
나를 정신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찾아오는 그들의 영혼의 평화와 안녕,
그리고 행복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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