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은 돈이 있으면 안된다니까 !?!?@

정광설 2009.10.30 17:57 조회 수 : 472

꼭 40년 만이다.


학창시절, 특히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다 보면,
본래 내성적이고, 친구를 잘 못사귀는 내 성격 상 뇌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몇명 안되는데,
그 중에 평소에 못내 그리워 하던 친구가 하나 있다.


약간 작은 키에, 어깨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듯 걷는,
참 선한 친구였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친구이다.


약간 콧소리 나는 그 친구의 음성이 생각이라도 나면,
금방 귓가에 쟁쟁히 그의 음성이 들리는 듯 느끼곤하던 친구이다.


정신과 의사 모임에 갔을 때이다.
어느 후배가 혹시 누구 아시냐면서 그 친구 이름을 대는 것 이었다.


본래 나는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조물주의 뜻이 계셨던지,
고등학교 한 반 친구도 학년 바뀌고 한 달이면 가물 가물하던 나임에도,
생생히 그 이름이 뇌리에 새겨져 있던 그 친구의 이름을 대는 것 이었다.


그리고 종종 그리워 어린시절의 함께 노닐던 생각에 젖게하곤 했던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가히 고교시절 친했던 친구라니까 바로 처 사촌 오빠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전화도 연결을 해주어,
40년이 지났음에도 어제들었던 그 목소리인 양,
귀에 익은 목소리로 서로의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다.


그리곤 오늘 그동안 아프셨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연락이 온 것 이었다.
그리고 문상가서 40년만에,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그 친구를 보게된 것 이었다.


한 쪽 어깨가 약간 굽은 듯한 작은 키의 코먹은 소리를 내는 그 중년의 신사는,
분명 옛날 기억 속의 그 친구임에 틀림없는데,
그런데 눈에 보이는 그는 남인듯도 한 것이, 확신이 안 서는 것 이었다.
눈 감으면 영락없는 그 친구인데, 눈 뜨고 보면 긴가민가해 지는 것 이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아무개 선생 아니시냐구,
나는 어느 고등학교 몇회 누구라고, 혹 기억하시겠냐고 하니,


나를 바라보는 그 눈 또한 낯 선 이를 보듯 조심스레,
"아! 제가 아무개가 맞습니다만!"하며 다가오는 것 이었다.


수인사 나누고 약간 서먹한 가운데 기억에 의지하여,
"여! 니가 아무개구나! 야! 잘 몰라보겠다!"하며 마주앉아 이야기 하다보니,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모습이 합성사진 하나되듯,


서로 다가오다가 하나되는 듯, 어린 시절의 모습이 드러나고, 찡긋하는 버릇도 확인되고, 말하다 말고,
"그래! 너 옛 모습이 보인다!"하며, 상대가 진짜 그 그리워하던 옛 친구라는 실감이 드는 것 이었다.



반갑고 즐겁게, 문상가서 죄송하지만,
오랫만에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와 좋은 시간을 갖고 난 뒤,
집에 돌아와서의 일이다.


며칠전 부모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한다며 아들 내외가 준 효도비가 있었다.
이제 신혼을 꾸민지 갓 일년이라,
여러모로 쪼들리고 쓸 일도 많을텐데도 잊지 않고,
가정의 생일을 기억한 아들 내외가 고맙고 기특하다고 생각하게 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아내와 반 나누어 충전했던 자금이,
친구 모친상에 기쁘게 보람있게 쓰인 것이야 감사할 일이지만,


아내에게 그와같은 일의 전말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는,
엄살이 좀 추가되야 향후 용돈 전선에 지장이 들 하겠다는 생각에,


아들 내외가 준돈 다 들었다고 했더니,
아니 글쎄 세상에 믿을 놈 없다더니,
잘했다고 부족한 용돈을 보태준다는 말은 고사하고 돌아온 반응은,
"그러니까 당신은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안된다니까!"인 것 이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찐한 배신감(?)에 부들 부들 몸도 떨리고,
이빨도 갈리며 출근하는데 아들이 문안전화를 한 것 이었다.


그래서 이 배신의 스토리를 다 일러주었다.
니 엄마가 글쎄 이러드라고...


"그래도 아들의 위로로 맘 삭혀야지, 우짜겠노!"하는 마음으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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