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고 지성적인 느낌을 주는 중년 여성이다.

조심스레 진료실에 들어와 앉더니, "이런 이야기 해도 되는지요.
어디 이야기하고 상의할 데가 없어서 왔어요."하고 말문을 여는 것이었다.

이야기인 즉슨 고 3 아들이 원하는 핸드폰이 너무 비싸서,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만,
입으로 차마 옮기기 부끄러운 쌍욕을 하며, 돌려차기로(태권도장엘 다녔다 함) 자기를 차고,
주먹질하러 덤벼드는 것을, 동생이 말리는 바람에 들(?)맞기는 했는데,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면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저녁에 들어온 아이 아버지에게 동생이 낮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다 이야기 했더니,
애 아빠가 아이 방에 들어가 애를 달래고 말로 타일렀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는 싫은 소리를 절대로 안하는 사람이란다.

중2부터 시작한 엄마에 대한 욕이, 지금 까지 계속(한 두 달에 한번 정도)되고 있고,
차츰 그 욕이 심해지고 있고, 이번에도 밥 먹으며 욕하다가 발차기까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난 후, 학교에 가면서 지 방문을 잠그고 나간 것으로 보아,
나 한테 시위하는, "앞으로는 엄마 안본다!"는 싸인인 것 같다는 말 이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아이를 대하고 다루면 되겠냐고,
효과적(?)으로 아이 심기를 상하지 않으면서 다룰 수 있는,
아이를 상대할만한 뾰족한, 알맞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들려주기를, 가르쳐 주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조신하게 눈물을 닦아가며, 숨 죽여 작은 목소리로, 남편에 대한 폭폭하고 서운한 감정과,
아이에 대한 노여움, 당황스러움, 지나온 삶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그 아이를 대하며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르는 일들에 대한 불안과,
또 있을 수 있는 아들의 엄마에 대한 폭행에 대한 예기불안, 분노등이 뒤얽혀,

비록 잔잔한 목소리로 토해내는 말이지만,
그 어떤 큰 목소리의 절규보다도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하고 안타까움을 느끼게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시대를 뒤덮고 지배하고 있는, 인간을 짐승으로, 파멸로 이끄는 악마의 전략인,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왜곡된 가치관'에 대한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때리지 않으면 좋은 선생님인듯, "마땅히 행할바를 아이에게 가르쳐 행하게 하라!"가 지켜지기 보다는,
그렇기 위해서는 칭찬도, 엄한 벌도, 때로는 체벌도 필요한 것 임을 인지하고 실행하여,
책임 맡은 후손들(자식이든, 제자이든)을 바로, 바르게 양육할 생각보다는,

때리지 않고, 큰 소리 안치고, 원하는 것은 의례껏 들어주는 쪽으로 생각하며 접근해야 되고,
만에 하나라도 들어주기 어려운 것 이라면, 아이가 노여웁지 않도록 달래고, 설득(사정?)해서,
아이의 양해(?)을 받을 수 있는 부모가 마치 교양있고 나이스(?)한, 좋은 부모인 듯,

세상의 가치관을 오염시키고, 본질을 왜곡시켜, 인륜이 무너지고, 천륜이 짓밟히는 것을 보고,
깔깔대며 흐믓한 웃음을 짓고 있을 악마의 모습을 생각하니 분노를 아니 느낄 수 없다.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고,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며,
마땅히 행할 바를 자식에게 가르쳐 지키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시각을 바로 잡고,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는 방법(方法)이나, 양(量)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바로 보고, 제대로 접근하는 시각의 회복이,
무엇보다 먼저 부모에게 필요함을 말씀드리는 수 밖에 없었다.



부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같은,
인간으로서의 삶에 있어서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하달 수 있는, 이런 인간관계의 본질이 왜곡되고,

이런 류의 패악이 아무렇지 않게, 단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단순히 그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빨리 하고 싶고,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게 편하고 이익이라는 생각만으로, 자행되고, 저질러지고,

그리고 그것을 참고 수용하고 용납(容納)함이 사랑인줄 착각하고,
그 패륜을 조장하고, 격려하고, 북돋우는 이 세태의 변질된 가치관이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어떤 방법을 찾느라 우왕 좌왕한다고 문제해결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차리랬다고, 정신부터 차려서,

부모님이 먼저,
'부모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양육(養育)과 사육(飼育)이 어떻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
스트레스를 안주는 것이 아이의 생명력이 바르게 성숙하도록 돕는 것인지, 약화시키는 것인지,

"아이를 초달(楚撻)하지 아니하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아니함이라!"는 말씀의 뜻이,
"부모에게 패악을 저지르는 자는, 돌로 쳐죽일지니라!"하신 말씀의 참 뜻이 어디에 있는지 부터 파악하고 정립하여,

"제발 내 마음에 드는 자식이 되어다오!"하고 자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정하고 사육하는 사육사가 아니라,
"채찍은 아이의 영혼을 구하느니라!"의 참 뜻을 깨닫고 실행하는 부모되는 노력부터 하실 것을 권유드렸다.



부모인 내 마음에 들기만 하면, 자식이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것인 듯 생각하고 행동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식의 마음에 들 수만 있다면, 부모가 무슨 짓(고급 콜걸 노릇해서 아이 과외비 대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사랑인 줄 착각하는 식의)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부모도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가치를 변질시켜서,

서로를 배려하고, 대접받고저 하는 대로 먼저 대접하는 마음으로 임하여,
서로의 삶이 행복하고 아름답게 되어가는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평과 비난과 단절과 불행을 잉태하고 키우는 효과적인 도구로 삼고자 획책하는,
악마의 계획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요즈음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4 소통(疏通)! 정광설 2009.11.02 563
» 양(量)이 아니라 질(質), 즉 방법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랍니다! 정광설 2009.10.31 485
612 신혼부부에게 해준 덕담(德談)! ㅡ "싸워라! 그것도 열심히!" secret 정광설 2009.10.30 66
611 그러니까 당신은 돈이 있으면 안된다니까 !?!?@ 정광설 2009.10.30 472
610 글(書)이 주는 마음에 대하여..... 정광설 2009.10.29 393
609 일머리 아는 사람이 일 잘하게 하자!@ 정광설 2009.10.29 542
608 인생을 맛있게! 정광설 2009.10.28 559
607 념(念)! 정광설 2009.10.28 479
606 삶에 대한 주인의식은? 정광설 2009.10.26 388
605 거짓말인가?@0ㄷㅈㅊ$ 정광설 2009.10.25 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