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疏通)!

정광설 2009.11.02 15:02 조회 수 : 563

"어! 움직이네!"



마치 전방의 D.M.Z.처럼 손바닥 한가운데를 가르며,
꼬맨 상처의 흔적과 함께 손바닥 깊숙한 곳까지 떡이 뭉쳐 굳은 것 처럼,
딱딱하게 만져지는 그 바리케이트(?)가 문제인 것이다.

손목 쪽에서부터 손가락 쪽으로 손바닥을 밀어 힘을 줘도, 손가락 쪽으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다.
힘이 밀려가다가 그 딱딱하게 뭉쳐서 굳어있는 유착 바리케이트 앞에서 막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는 전기 자극을 주어봐도 상처의 경계를 넘어 손가락 쪽으로는 감각도, 움직임도 없이 조용(?)한 것이다.

자꾸 실망과 염려가 들려는 마음과,
"짜식! 걱정되냐? 이제 철심뽑고 물리치료한지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우거지 상이냐?
좀 더 기다리지 못하구!"하는, 스스로를 달래는 내 마음의 소리가 겹쳐서 알딸딸한 마음 상태였다.



죽었을 수도 있을 만큼는 큰 사고(전기 톱이 튀어 손바닥을 때려 거의 손이 끊길 뻔한) 속에서도,
작은, 손바닥만의 상처로 국한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심을 감사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그래도 손바닥 가운데에 떡 버티고 있는 유착덩어리는 불만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 유착의 바리케이트가 소통을 방해하여,
손가락의 움직임과 팔뚝으로 부터 내려가는 힘의 유동성 사이에 불협화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시의 독일군의 저항처럼, 겹겹이 상처가 서로 눌러붙어 유착이 되어,
팔뚝부터 내려가는, "손가락이여! 까딱할지어다! 움직여 볼지어다!"하는 명령이 차단되어,
손가락이 까딱도 반응을 안(못)하는 것이다.

"좋게 말로 할 때 펴지는게 좋을껄!"하고 겁줘도 꿈쩍도 안하고,
"제발!"하고 사정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그래서 "그럼 좋아!"하고 강제 돌파작전으로 열심히 주무르고 밀고 당기고 누르고,
그 떡처럼 굳어있는 유착덩어리를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풀어보려 애쓰는 중이었다.



"어! 움직이네!"소리가 절로 나왔다.

열심히 손바닥을 이리 저리 쓸고 밀고 주무르면서 주일 말씀을 듣고 있는데,
진흙을 꽉쥐면 손가락 사이로 삐질 삐질 묽은 진흙이 빠져나오는 것 처럼,
뭔가 어떤 힘이 바리케이트를 넘어 손가락 쪽으로 뻗치는 것이 느껴졌다.  

손바닥 뿌리쪽에서 바리케이트 쪽으로 손바닥을 힘주어 밀면, 그 힘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것 이었다.



물꼬가 트인 것이다!

소통(疏通)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는 이 물꼬를 살살 다루어, 그 소통의 줄기를 더 크고 굵어지게 키워가면 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을 꼭 쥐고 듣는 주일의 말씀이 그렇게 달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온 세월 동안의, 서로 서로 주고 받은 마음의 상처로 인한 유착 덩어리, 바리케이트와도 같은 응어리로 말미암아,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마음이 가다가 멎고, 사랑도 전해지려다 뒤틀리고,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주저 앉아 있는 듯한
심정으로,"도저히 저 사람과는 소통이 안됩니다!", "그 이유를 대라면 삼일 밤 낮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하며,
억울하고 한맺힌 사연에 사로잡혀, 바리케이트를 넘어, 뚫고, 소통해 볼 생각조차 못(안)하고 있는,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환자분들이 생각났다.

"소통이란 이런 것임을 알려줄 수 있겠구나!"하는 기쁨이 솟아 올랐다.

"그렇다! 노력하니 되는 것이다. 내 멋대로가 아니라, 상대(사람이든 유착이든)의 상태를 감안하며,
"안되면 되게 하라!"의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면 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통을 위하 노력이 힘들고, 귀찮고, 싫고, 이런 고생을 하게끔 원인을 제공한 사람(상황, 사건)을 원망하고,
복수를 계획하느라, 오늘을 헛되히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분이 좋은지 모를 정도다.



"빨리 월요일이 되서, 누군가를 만나면 이 기쁜 경험을 나누었으면!"하는 열망을 느낀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노력하여, 가능한 요놈에(ㅎㅎ) 바리케이트가 부드럽게 풀려서,
최상의 소통, 최상의 회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결심을 다져본다.











  










@#$+0ㅅㄱㄷㅈㅊ충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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