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過慾)!@

정광설 2009.11.05 12:52 조회 수 : 570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그러니 누가 그렇게 난리치며 열심히 하라고 했던가?


수개월은 걸려서 차츰 차츰, 야금 야금, step by step으로 꾸준히 해야 할,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을 번갯불에 콩 구어먹으려는 것처럼 난리를 치고,


조금 좋아져서 손이 주먹을 쥘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며,
동네방네 이 사람 저 사람 한테 자랑하고, 큰소리로 다 나은 것 처럼 오두방정을 떨더니만,


궈먹으려던 콩깍지는 온데 간데 없고, 벼락 맞아 머리카락만 홀라당 타버린 형국으로,
검지 끝 마디를 구부리는 힘줄 꼬매놓은 것이 투둑하는,
꼭 와이셔츠 단추 떨어질 때 같은 소리 두번하더니 끊어져 버린 것 이었다.


아! 이 허무함이어!


조금 전 까지만 해도 힘주어 오무리면 부들부들 주먹이 쥐어지며,
아주 강한 힘으로 꼬부라져 손바닥을 찌를듯 힘 있게 꺽어지던,
검지 끝 마디가 홀라당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오른 손으로 검지 끝을 흔들어 보니,
지조없이 흔들리는 여인의 마음보다도,
바람결에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 꽃 잎 보다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보다도 더 아무런 저항없이 휘둘리는 것이다.


이 손마디가 조금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강하게 손바닥을 찌르며,
주먹이 쥐어지는 최전방에서 힘을 발휘하던 그 손마디가 맞는 것이란 말인가!


죽은 자식 뭐 만지며 살아나라고 넋 놓고 중얼거리는 불쌍한 어미의 심정처럼,
건들거리고 흔들거리는 손 마디를,
어떻게든 힘이 한번 들어가게 해보려고 용을 써봐도 말짱 꽝이고 헛수고인 것이다.


"이럴수가!"를 열두번은 되뇌이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과욕이 부른 도루묵이라는 결론 외에는 다른 생각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측은한 듯, 그것도 몰랐냐는 듯,
"그리게 욕심을 왜 그렇게 부려, 부리길!"하며 쳐다보는 듯한 담당의사의,
웃으며 하는 위로와, "흔히들 이렇게 끊어져요. 수술하면 되죠 뭐!"하며,
맛있게 잘 구운 고순 내 나는 땅콩 까먹는 일처럼 쉽게 내리는 결론에 따라 재수술을 받고야 만 것이다.


다행히 첫번째 수술 마취 때의 확인사살식으로, 멀쩡한 신경을 확실하게 찔러보고,
총알이 살속을 총알처럼 헤짚고 지나가는 듯한 고통에 "으악!"소리 내는 것을 확인하고,
그때야 비로서 그 자리에 마취약을 투여하던 것 과는 달리,


오늘은 통증만 우선적으로 마취시키면 된다면서, 신경을 둘러싼 양파껍질 같은 막에다 마취주사를 놓아,
지난번 느꼈던 총알이 신경줄기 따라 휘돌 때의 충격과 통증이 없었던 것을 감사하며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오후 내내 재수술 자체보다는,
"마취시의 그 무서운 충격을 어찌 또 겪나!"하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미리 이번에는 확인사살식 마취는 아니라고 설명 안해준게 야속타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도 안아픈게 어디야!"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래며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신경 바깥쪽부터 먼저 마취를 시켜 통증은 차단이 되었지만,
내 피부를 들추고, 살 속을 만지고 찢고, 뜯고(?), 짜르고, 칼 질(?)하는 감각은 살아있어,
"아! 이게 지금 수술 칼로 피부를 절개하는 거로구나!"하고 감촉은 느껴지는데,
아픔은 없는 묘한 감각의 체험이 한시간 반이나 진행이 된 것이다.


과욕이 부른 화를,
어짜피 받아야 했을 재수술, 미리하는 것으로 대치시켜 주시고,
의사로 하여금 친절하고 정성껏, 그리고 완벽하게 미비했던 점까지 보완하여 수술을 잘 마칠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동행하여 주셨음을 믿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맨날 말로는 번듯하게 아야기 하고,
특히 과유불급은 심심치 않게 써먹는 말인데도,


내가 그런 경우를 저지르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보니,
평소 스스로를 절제하고 다스리는 데에 보다 더 정진해야 함을 새롭게 깨닫는다.


게으름은 원천적으로 이루지 못함을,
과욕은 날이 넘어 안든 칼 만들고, 다 쑨 죽에 코빠치고,
잘 붙은 힘줄 끊어 먹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이니,


중용의 도를 체득해야 함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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