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음.......

정광설 2009.12.03 16:53 조회 수 : 392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아니 나이를 드는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이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축복인가, 저주인가?
기쁨으로 나이 먹기를 기다리나, 한숨 쉬며 대기하나?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조건과 생각이 수 없이 많을 수 있겠지만,
나이를 기쁜 마음으로 먹느냐, 극구 피하고 거부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그 나이가 되느냐 하는 생각의 차이처럼,
극명하게 행복과 불행을 가를 수 있는 생각도 아마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던 날, 마지막 시험지 내고서는,
"이제 중학생 시절은 종치고 막 내렸고, 고등학생은 아직 아니니, 그 누가 나를 교칙위반이라 잡을 것인가?" 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표 끊고 보았던 영화, The Long Ship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리챠드 위드마크라는 당시에 잘 나가던,
웃을 때면 드러나던 입가에 깊이 패인 주름이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주연을 한,
금으로 만든 거대한 종이 있다는 전설따라 이슬람권의 어느 섬으로 금 종 찾아 가는 영화였다.

영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의 한 장면으로,
45년이나 지난 지금도 생각만하면 너무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 장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금 종이 있는 지역의 왕이 금 종 찾아온 이들을 겁주기 위해,
자신의 부하를 본보기로 사형대에 올려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사형대가 칼을 뒤집어 비스듬히 세워놓은 모습인 것 이었다.

형장에 사형수를 세우고 발판을 제거하면, 죄수는 머리를 앞으로 엎드린 자세로,
그 비스듬히 세워놓은 칼날 위를 미끌어지게 되어 있어, 배가 갈라지며 죽게되는 식이었다.
세로식 단두대라 말할 수 있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형방법이었다.

죄도 없이, 왕이 상대 겁주기 위해 희생물로 선택한 그 흑인 병사가,
처음의 그 의연했던 모습과 달리, 사형대에 서서 그 칼날을 볼 때의 눈과,
그의 몸이 그 꺼꾸로 날이 세워져 있는 칼날 위로 미끄러져 내려갈 때의,
그 공포에 젖어 악을 쓰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칼날 위로 미끌어지기 전의 그 병사의 얼굴 위에 어렸던 공포가,
바로 나이 먹음을 죽음과 가까워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나이들어 가며 느끼는,
허무와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심의 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대로 오늘은 새로운 날로,
오늘을 또 살 수 있도록 허락받은 새 날로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나이 먹어 새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더할 수 없이 큰 축복을 받으며 사는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해 보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이 그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애달아 하던 바로 그날이고,

내일이, 오늘의 이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하고 애쓰고 이겨내어 맞이하고자 하는,
수 많은 환자들이 그리워하는 바로 그날인 것이며,

나이 먹음이,
오늘날의 많고도 많은 어린 새싹들이,
빨리 그리 되어, 꿈과 뜻을 펼쳐보이려고 애타게 기다리는 바로 그것 임을 생각하고,
내가 어려서 그렇게 빨리 되고싶어 안달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어른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 먹음을,
노쇄하여 죽어가는 짐승의 나이듬으로 받아들이고 생각되게,
누가, 무엇이, 어떤 이론과 논리가 우리를 현혹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나이 먹음을 노쇄하여 죽어가는 짐승의 흘러가는 생처럼 받아들여,
안 죽기위해 발버둥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도처럼 밀려와 나의 생을 덮어 씌우는,
죽음이란 자연의 파도에 휩싸여, 죽음의 나락으로 불행을 머금고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할 자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본다.



이제, "나이가 좀 먹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한 나이가 되어,
조기 조 앞에 찾아온 또 한살을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어제를 후회하고, 오늘을 불평하며, 내일을 근심하는 생이 아니라,
어제를 감사하고, 오늘을 기뻐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삶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0ㅅㄱㄷㅈㅊ충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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