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면류관을 쓰고 살리라!

정광설 2009.12.07 12:33 조회 수 : 509



미국계신 어머님과 통화를 하였다.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이 막둥이를 정신을 차리게 해주실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드렸다.

89세의 연세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맑고 힘있는 목소리로 아들의 전화를 반기신다.
오늘따라 특별히 기분이 좋으신지, 아들이 전화하면 자랑하시려고 준비하고 계셨는지,
전화받으시고 문안여쭙자마자 속사포로 말씀을 쏟아놓으신다.



나는 몰랐는데 작은 누나가 미국에 가기 전에, 미국가서 혹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몰라, 무슨 일이라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할 수 있는 레파토리로 미용기술을 배워 자격을 따가지고 갔단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한국에서 쌓았던 경력이 인정되어, 궂이 미용일을 안해도 되어서,
이 힘들게 배워갖고온 미용기술 써먹을 수 있는 분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어머니란 외상 손님 밖에 없다면서,
지난 십여년 이상을, 때 될 때마다 어머님 머리에 물들이는 일과 파마해드리는 일을 해왔단다.

그런데 엊그제 주일날,
누나가 딸과 함께 어머님 머리 물들여 드릴려고 왔는데 거절을 하셨다는 것 이었다.

"이제 한달만 지나면 내 나이가 90이 되는데, 80까지는 젊게(?)살자고 물도 들이곤 했지만,
이제 나이가 곧 90이 되고, 낼 모레면 백살을 바라보는 때에 와서 까지 물 들이기 보다는,

"백발은 하나님이 주신 은발의 면류관 이다!"라는 성경의 말씀을 생각하며,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은발의 면류관 쓰고 살께 라고 말하곤,
그래도 준비해왔는데 이번 한 번만 더 하자고 졸라대는 니 누나와 실갱이하다가,
내가 이겨서 그냥 갔단다!"하시며 웃으시는 것이었다.



"내가 이제 죽을 준비를 하고 살 나이 아니겠니?"하시며,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드시면서, "오늘 밤에라도 부르시면 가오리다!"하는 마음으로,

"천사를 보내시어 천국으로 인도하사,
영생복락 누리게 하옵소서! 기도하며 매일 잠든단다!"하시며 웃으시는 것이었다.

"막내 아들도 이역만리 떨러져 엄마 못보고 사는 것 서운해 마라. 엄마는 이곳에서 행복하단다.
지금은 항시 마음으로 함께 하고, 기도로 서로 중보하고 도우며,
나중에 천국에서 만날 것을 소망하며, 각자 있는 그곳에서 행복하자!"하시는 것 이었다.

"나는 매일 찬송 외워 부르고, 젊은(?) 할머니들 찾아다니며 노래불러 주어 이곳에선 17살 가수로 통한단다."
"엄마는 항상 상대의 장점을 들어 축복해줌으로 상대도 나도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단다.
상대의 단점을 들추어, 상대도 나도 불행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해라!"하시며,

행여나 양로원에 계시면서 쓸쓸해 하시면 어쩌나 하고 자식들이 마음쓸까봐,
미리 잘지내시고 있음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나의 은인이시고, 생명의 뿌리이시고,
언제까지나 산 교훈이시고, 참 좋은 스승이신,
어머님의 아들인 것이 기쁘고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감사함으로,
죽음을 맞는 마음으로,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계신 어머님의 삶이야 말로,

참으로 존귀한 존재로 창조된 인간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사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하실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거부하고 피하려고 발버둥치면서,
누군가는 한잔에 5000만원 짜리나 되는 불로장생 약을 먹었다더라 하고,
몇년전에 루머가 떠돌았던 것을 생각하며,

죽음을 넘어,
이미 천국에 들어 사시는 어머님 신앙의 모습이,
부럽기도, "나도 엄마 아들이니까 비슷할 가능성이 그래도 좀 있겠지?"하는 얌체없는 생각도 들면서,

초등학교 시절(아마 2학년 때 였던가), '하나님 제일주의'로 살 것을 가르쳐 주시던, 그 때의 어머님의 모습과,
이제 오십수년이 더 흘러, 나이들어 몸은 쇄약하고, 등은 꼬부라져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어도,

그때 어린 아들 밥상 앞에 앉혀 놓으시고,
"하나님을 너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로 항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던 모습과 변함없이 똑 같으시고, 더욱 깊어지신 그 신앙의 모습 앞에 숙연해짐을 느낀다.



어머님의 신앙을 본받아,
죽음을 넘어 하나님을 바라는 삶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만드시는,
어머님의 신앙고백이고, 사랑하는 아들애게 들려주시는 축복의 말씀이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선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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