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정광설 2009.12.16 17:03 조회 수 : 651



"선생님이 왜 이리 늦으시나?"시간이 흐를 수록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2주일 만에 만나는 것이라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다친 손 주무르며 초조하게 서성이다 진료를 받고,
겨우 오후 진료시간에 맞추어 병원에 올 수가 있었다.

서울서 주치의 부모님이 오셔서 점심 대접하느라 좀 늦었다는 설명이 십분 이해는 가지만,
사정을 머리로 납득하는 것과, 기다리면서 초조해지고 기분이 안좋아지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느꼈다.

방송이다, 강의다, 진료할 시간에 나다니면서,
나도 많은 환자분들을 기다리게 했던 것을 반성하며 진료를 마치고 후딱 병원으로 돌아갔다.



오후 환자를 몇명 보고, "그래도 점심을 못먹었으니, 이 고픈 배를 어쩔꺼나?" 망살거리다,
빨리 먹고 오라는 간호사의 허락(?)을 받고는 후다닥 뛰어가서 잔치국수를 맛나게 먹고 있을 때 였다.

"어디 원장님이세요? 무슨 과목인데요?"하면서, 식당 아줌마가 날 원장님이라 부르는 소리에 관심을 보이며,
먼저 와서 어묵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환자복 입고 손가락 끝에 붕대감은 양반이 말을 거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내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잔데, 몰래 나와서 한잔 하는 것 같았다.



정신과 의사라는 대답에, "내일 좀 찾아뵙겠습니다!"하면서, 술 땜에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혼자 먹으면 한 병 이상은 안먹는데, 누군가와 대작을 했다하면 끝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는 술먹고 절대로 실수는 하지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술 때문에 건강도 버리고, 가족하고의 생활도 엉망이되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래도,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도 실수는 안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술 먹고 남하고 시비붙고 싸우지 않는 것이 실수를 안하는 것인가요?, 당연한 일 아닌가요?"

숨 쉬면서 그래도 숨 쉰다고 큰 소리치고, 학교가서 쌈질 안했다고 폼잡는(?) 소리하지 말고,
술 먹어서 몸 버리고, 사람 버리고, 가정이 흔들리고, 삶의 균형이 깨져 문제가 되는 것이,
진짜 실수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니까,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술 먹고 주정 안부려 술 속 좋은 것으로 생각은 해봤어도, 술 먹는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실수이고, 실수의 몸통이고,
술 먹고 노상방뇨하는 것은 실수의 깃털 같은 것임을 몰랐고, 그런식으로는 생각조차 안해봤다며,

그 말이 마음에 와 닫는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이었다.



무엇이 실수인가?

술 먹고 노상방뇨는 안하고 집에는 들어왔지만, 마누라와 싸우고, 애들 울리고, 직장 못나가 혼나고 찍히고도,
친구들이 화끈한 친구라고 좋아하면, 술먹고 식구 속은 좀 썪였어도 실수는 안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인생을 망가지게 하는, 불행의 나락으로 몰고가는 진짜로 큰 실수를 하는 것인가?

우연히 포장마차같은 분식집에서 스쳐가듯 만나 나눈 대화이지만,
무엇이 진짜 중요한 부분이고 실수인지에 대한 바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지나치는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그 환자분에게,
분명히 실수를 만회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꼭 일어나,
실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극복함으로 인한  기쁨이,
그와 그의 가정에 임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식당을 나섰다.



나도 흔히 변명처럼 쓰고 있는,
"실수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지!"를 다시 한 번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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