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보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왜 일어났을까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된다!"며 힘들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오늘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하였다.

60대 중반의 노신사분이다.
조심스레, "이상하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말씀하시는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요즘들어 이상하게 불안하고 초조하며, 사소한 일에 짜증스레 반응하고, 별것 아닌 것에도 서운하고,
자기도 자신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왜 이런 현상이 나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세상 살면서 신경 안쓰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나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고, 그냥 일상적인 일에 대해
신경 좀 쓰는 정도였는데, 그리고는 별로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왜 이런 어려움이 나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이었다.



불편해 하시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불안한 심리상태일 때 나타날 수 있는,
그리 특이하달 것이 없는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들이었다.

무슨 불안할 만한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별것은 없었다고 고개를 가로 흔들다가,
"아! 펀드를 하다 손해를 좀 본일은 있지만, 그것도 요즘은 꽤 만회되었는데...."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남의 돈 끌어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돈 몽땅 펀드에 넣었다가 2억 정도까지
손해를 보았었단다. 가족들에게, 특히 아내에게 잘못 투자했다고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단다.
그렇지만 사회 전반적인 금융위기 바람에 일어난 현상인데 어쩔것이냐 생각했었단다.

그리고 그것도 이제는 많이 회복되서 이제는 한 오천쯤 빠져있지만,
그것도  곧 회복될 조짐이 있는데 뭐 그것 때문이겠느냐는 태도였다.

그리고 최근에 친구에게 집 수리를 맞겼는데, 국산자재 쓰기로 약속하고는 외국산 싸구려 쓴 바람에,
변기가 고장나서 한 달이나 속썩이다 최근에서야 겨우 교체했고, 그렇지 않아도 윗 집서 자꾸 물이새서
노이로제 걸리다싶이 하고 사는데, 우리 집에서도 물이 새는 일이 생겨서 약이 바짝 올랐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구 보니까 미국 유학갔던 딸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서 중도포기하고 돌아와 치료받고 있는데,
완전 회복은 어려운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한국 제일의 부자도 2억을 손해보는 상황이 되면, 결코 마음이 그냥 편안하게 넘어갈 수 없을 것 아니겠냐고 물으니,
그럴 것 이라며 동의를 한다.

말씀하신 서너가지 사건들 중에, 한 두 가지만 있어도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렇게 속상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질 만 하고, 불안할 만한 원인적 요인들이 있는데도, 그러한 원인들에대한 고려는 없이,

그런 원인 요소들이 있는 것은 있는거고, 나한테 일어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불안의 현상에 대하여,
그런 원인 요소들과의 상관관계는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왜 이런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까를
생각하고 계신 것을 이제 알겠냐고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충분히 불안할 만한 요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원인으로 인한 불안의 증상을 거부하는 것은,
마치 "물에는 빠졌지만, 근데 이상하게 왜 나는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오지?"하고,
물에 빠졌을 때 입으로 코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의문을 갖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다.

물에 빠졌을 때는, 몇 모금 물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중요한 것은 "이상하게 왜 물이 콧구멍으로 들어오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빨리 몸을 띄우고, 콧구멍을 물 밖으로 내놓고 숨을 쉴 수 있으며,
이 위기상황을 헤쳐나가서 살아날 수 있을까?"를 궁리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쓰러지고, 실패와 좌절과 실망과, 원치않는 상황에 쳐해지는 일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리 미리 헤아리고 대처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겠으나,

막상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하필 왜 나에게 이런일이 생겼나?"하고,
"아무리 그렇다지만, 왜 나에게 하필 이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났냐?"고,
푸념하고 불평 원망하고 털푸덕 주저앉아 신세한탄하는 심정과 자세가 아니라,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차리면 산다!"라는 옛말처럼,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충격을 받아서 기분이 나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기분 나쁜 신체적, 심리적 증상의 나타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진료를 하다보면 만날 수 있다.

"인생길에서 넘어지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상태로 머물면 안되는 것이다!"란 글을 대하며,
이 말씀이야 말로 여러 형태로 심리적 신체적 성격적 어려움을 겪고 사는,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될 말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넘어진 상태로 그냥 털푸덕 주저앉아 머물러있으면서,

내가 미리 대비하고 조심했으면 안 넘어질 수도 있었음을 깨닫고,
다음을 대비하고 맞닥뜨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니라,

나를 넘어지게 만든 상황과 조건을 원망하고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거가 나의 미래를 결정하게 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조건과 상황에 의해 그의 삶의 질과 운명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은 조건과 상황에 의해 영향은 받을지라도, 그런것들을 극복하고 초월하여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어떠한 어려움 가운데 있을지라도, 주저앉아 있기를 거부하고, 딛고 일어설 것을 결단하고,
그럴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그 노력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승리하는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0ㅅㄱㄷㅈㅊ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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