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빔

정광설 2010.06.21 23:03 조회 수 : 715


"야! 너무 좋다! 그래! 옷이 이래야지. 아이 이젠 숨 좀 쉬겠네!"

내 입에서 만족과 찬사가, 화투칠 때 자연뽕처럼, 연발탄으로 튀어 나온다.
정말 맘에들고 좋은가 보다. 어제 생일빔으로, 딸들이 돈 모디켜서 맞춰준 반팔셔츠가 말이다.

어려서는 앙말, 좀 커서는 런닝, 펜티더니, 최근 몇년은 반팔셔츠다.

어려서나 지금이나, 돈버는 것 없는 처지에 어렵기는 마찬가지일터인데, 아버지 나이 체면 때문인지,
지네들 나이 체면 때문인지, 양말에 비해 단가가 수십배는 더하는 옷(아비 생일이 통상 하짓날인 관계로
여름용 반팔셔츠로)으로, 아버지 생일빔의 단가가 상향조정이 된 것이다.



기특한 노릇이다.

어려서부터, 부모 생신 챙길줄 모르는 불효가 있어선 안됨을, 내 생일 언저리에만 다달으면 귀에 못이 밖히도록 떠들고,
지네들 생일이 다가오면, 낳아서 키워준 부모 은공도 모르고, 자기 생일에 부모님께 선물도 하지 않음은, 가히 패륜지경(?)의 망발임을 말 배우기 전부터 주입해온 성과가 나타난 증거가, 제철이면 찾아드는 생일빔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양말은 사다주면 그냥 신을 수만 있을 정도면 만사형통이었다.
내가 무슨 양말 패션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고, 양말 색상 따질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런닝이나 팬티는 대충 아버지 배둘레 성장(?)하는 것 맞춰서,사이즈 키워 나가면 별문제 없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옷은 좀 달랐다.

선물 사느라 들어가는 돈은 양말에 비해서 몇 십배인데,
싫컷 아버지한테 선물하고 나서, 오히려 싫은 소리 듣는 것은 몇 백배였다.

왜냐하면 옷을 풍성히, 여유만점으로 입고, 큼지막한 옷주머니에 세간살이를, 가능한 필요한 모든 것을
양쪽에 달린 윗 옷 주머니에 넣고 다녀, 옷 입으면 묵직한 맛을 즐기는 우리 아버지 때 부터의 유전(?)을 무시하고,

지네들 신세대 취향대로 옷도 꼭 맞게, 주머니도 할 수 없어 두개를 달기는 하지만, 아담 사이즈로 주문을 해서,
옷을 입을 때 마다(딴 옷이 없으니 입기는 하지만) 꽁시랑대며, "옷이 이게 뭐냐!"고 투덜거리고 못마땅해 하는
불평, 불만의 소리를 이 아버지로 부터 계속 들어왔던 것이다.

돈은 더 쓰고, 욕은 더 먹었던 것이다.
아무리 "아버지 멋 있어요!"해도, 나는 맘에 안드는 것을 어쩔 것이란 말인가?

옷을 입으면 품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어야 되는데, 꽉 째고, 주머니도 필요한거 두개만 넣으면 불룩해서,
"왼 남자분이 이렇게 유방이 크세요?"하면서, 남자 여자할 것 없이 수시로 성희롱(내 허락도 없이 가슴을 만져보니
성희롱 아니고 무엇인가?)을 당하는 형편이니, 내가 짜증이 안나고 배길 재주가 있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날보고 취향을 바꿔 옷 좀 적당 사이즈로 입고, 주머니에도 뭘 넣지 말라니, 아니 내가 이 나이에 옷에 몸 맞출일 있으며,
아버지로부더의 소중한 유전을, 다른 이 궁금증 안불러오고,  한낱 옷감 줄이기 위해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물을 할 때 '선물하는 자의 맘'에 드는 것이 우선이어선 안되는 것 이라는 점이다.
선물을 기왕에 할꺼면, 선물받는 사람이 좋아할 것이 무엇인가를 우선해서 생각해야 효과적일텐데,
선물하는 자신의 생각이 앞선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일년 내내, 옷 입을 때 마다 잔소리 듣기를 자초(?)한 효과가 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었다.
없는 살림에,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박박 긁어서, 아버지 생일빔 선물하고, 일년 내내 욕먹는 짓을 해왔던 것이다.



올해는 달랐다!

아버지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품이 무지 무지 넉넉한, 자루같은 옷과 푸대만한 주머니가 양쪽에 달려있는,
하나뿐인 셔츠와 똑같이 해달라고 맞춤집에 주문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받은 생일빔이 너무 너무 내 맘에 드는 것이다.

"기왕에 줄꺼면, 그 상대 마음에 드는 걸 줘야, 주고도 욕 안먹고, 좋은 소리 듣는다!"는 진리가,
여기서 또 한 번 실증이 된 것이었다.



인간 관계에서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회복시키고, 사랑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행동근거의 원리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대의 입장에 서보려는 노력이 있으면서 베푸는 것과, 내 입장에서 그냥 내 생각대로 베푸는 것은,
사랑이 깃든 배려와, 긍휼의 마음이 있는 적선과의 차이 같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이니,

일방적인 적선(積善)은, 그 행하는 마음의 선한 동기와는 반대로, 자칫 그 대상을 감정 상하게도 할 수 있음을 알고,
이러한 점을 대인관계에 감안하고 대처할 수 있는 슬기가, 대인관계의 회복과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짜 기분좋게 치하해 본다.

"딸들아! 고맙구나! 이번의 생일빔은 아주 마음에 든단다! 수고했다!ㅎㅎㅎ"























  









@#$+ㅅㄱㄷㅈㅊ충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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