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정광설 2010.06.26 08:41 조회 수 : 462

상대의 소리를 들었다기보다는 자극을 느껴, 반사적으로 대응으로 하는 행동은
대답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자극하여 떠오른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대답이라기 보다는 반응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상대방의 말이 뜻하는 의미를 알아는 들었으나, 그 의미에 의해 자극되어 떠오르는,
상대의 말과 별로 관련되지도 않고, 상대가 듣고자 원하는 방향도 아닌,
그냥 내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반응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 상대가 하는 말의 의미에 맞고 해당되는 의미를 지닌 말을 해야 비로서 대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 동문서답(東問西答), 우문현답(愚問賢答) 같은,
옛 어른들의 말 속에 이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내를, 시집 식구들이 다 보고있는데서 싸데기 때린, 두살 연하의 남편을 원망하는 아내에게,
"우리 어머니에게 말대꾸하고 대드니, 어떻게 싸데기를 때리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를,
조용히 점잖은 태도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그 행위가 결혼하고 몇 년째에 있었던 일인지 조차 기억에 없고,
그 후로도 몇차례, 참다 참다 정 못참겠을 때만 구타한 것은,
자신의 수양이 그래도 괜찮은 덕분에 참아서 그럴 수 있었음이라고,

은근히 스스로의 참을성과 성숙한(?) 인격을 자랑스레 여기며 이야기하는 남편과,



친정 엄마가 자신이 전화했을 때, 제대로 대꾸도 않하고, 말도 없이 그냥 전화 끊어버렸다고, 엄마와 발 끊고,
시누이가 오빠 생일날 오빠에게 생일 축하문자를 올케인 자신과 상의도 없이 하는 법이 어디있냐면서, 의절하고,
남편이 시부모에게 자기와 상의없이 반지, 목걸이 해줬다고 온갖 쌍욕을 애들 보는 앞에서 해대면서도,

"나는 오로지 희생하며 살아왔을뿐이예요!"를 주장하는 아내의 호소를 들으며, 

다시 한 번 깨달은 생각이다.



담벼락을 보고서도, 인자하고 한없는 사랑을 베푸시는 엄마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면,
마치 엄마가 앞에 서서 웃으며 감싸주고 위로해 주는 듯한 평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사람을 앞에 두고 이야기 하면서도,
그를 담벼락 취급하면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일 수 있는 것이다.

상대 자체가, 벽이나 말이나 소같이, 무반응인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상대를 벽이나 소나 말로, 마음 깊이에서 취급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말이면 다 말이 아니고, 말 같아야 말일 것인데,
사람은 말을 나누고, 대답을 나누며 사는 존재이지,

서로 마주보고 내소리만을 발(發)하고,
돌에게 말하듯 내 일방의 뜻만을 선포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고, 아니어야 함을,

서로 말은 하지 아니하고, 서로 상대에게 대답은 하지 아니하며,
짐승이 으르릉 거리듯, 표호하듯, 자기 소리(?)만 발(發)하고 있는 부부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다.



나는 과연 말을 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진짜 제대로 대답을 하며 살고 있는가?

그냥 이리 저리 땅에 코 밖고, 먹을 것, 만족꺼리 찾으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0ㅅㄱㄷㅈㅊ충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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