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자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함을 경험한다.
꽃다운 10대 초반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인해 3년 반을 고생하다가,
좋아질 듯 하다간 덧없이 스러져간 딸의 이야기를 하면서,
딸 생각나서 미치겠다며 오열을 씹어 삼키는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말문이 막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말 없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좀 더 잘해 줬었으면, 내가 미리 알고 위로하고 도와줬더라면 안죽을 수 있었을텐데!"를 되뇌이며,
"그 친구 생각이 날 때마다, 나만 혼자 살아있는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치밀어,
나도 빨리 그 친구를 찾아가 사과해야지만 될 것 같아요!"라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호소하는 30대 초반의 좋은 직장에 다니는 미혼녀에게,
무슨 말로 그 "죽어야만 될 것 같다!"는 왜곡을 바로 잡아 줄 수 있을 것인지 앞이 깜깜해져옴을 느낀다.
죽은 자의 영정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라고 이리도 무책임하게 떠났소!"라고,
죽은 자를 탓하고 원망하며, 애고 땜 놓으며 우는 자의 호소는,
죽은 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통하여 울부짖는 것인지,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한 생각이 앞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하는 걱정과 푸념을,
죽은 자 보고 들으라고 외쳐대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과연 친한 자의 죽음 앞에서,
가족이나 형제나 자녀나 부모나 존경하는 분이나, 친애하는 자나, 누구가 됐던지,
그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산 자가 해야할 바는 무엇일까?
죽은 자 앞에서 산 자의 마땅히 행할 바는 무엇일까?
산 자의 몫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죽은 자 때문에 아픈 내 마음을 추슬리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인가?
죽은 자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죽게 만든 원인이 납득되지 않고, 수용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죽은 자 생각이 나면 날수록 괴롭기 때문에 차라리 떠오르지 말기를 원하고,
더 이상 죽은 자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인가, 산 자의 괴로움을 덜기 위한 몸부림인가?
죽은 자로 인해 슬퍼하고 애통함은, 애고 땜을 놓으며 발버둥침은,
죽은 자를 위함인가, 죽은 자의 죽음에 대한 산 자의 생각이나 감정 정리가 덜됨의 표현인 것인가?
무엇이, 어떤 것이,
사랑하는 자와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을 겪게 되었을 때,
산 자의 할 일이고, 가져야 할 자세이고, 느껴야 할 것인가?
무엇이 바람직하고 마땅히 가져야 할 산 자의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