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回復)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옴을 뜻하고,
회귀(回歸)는 한 바퀴 돌아 본래의 자리에 도달함을 의미한다는 것이,
두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이 회귀되었습니다."하지는 않으나(개인의 문제나 상태가),
"많이, 아주 많이 회복되었습니다."라고는 흔히 쓰이고,
누구나 이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회복(回復)이란 말은,
본래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만 쓸수 있는 말이 아니라,
그 과정까지도 한데 아우르는, 사전적 의미보다 보다 넓은 의미로 쓰여짐을 알 수 있다.


결혼한지 26년이나 되었는데,
이 나이에 성생활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냐면서,
남편의 속물적인 모습이 마땅치 않아 억지로 아내 노릇(?) 해주고 있는 분인데,
그래도 많이 회복되었다면서도,
그래도 결혼 초 같아질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는 바람에 나눈 이야기다.

말로는 회복(回復)이라고 하고있지만,
마치 회귀(回歸)라는 말을 회복(回復)이라고 잘못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옛날의 그 모습, 그 기분, 그 감정, 그 상태로 돌아가야 되는데, 도달할려면 아직도 요원하다는 듯 들렸다.
그리고 그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마치 정답인듯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60대 초반의 주부가,
더도 말고 여학교 시절의 내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
진짜 정신과 의사가 약을 써서 고등학교 여학생 시절의 감정상태로
지금의 불안 초조를 없이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믿는다는 눈빛으로 말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회귀(回歸)의 의미대로,
이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회복(回復)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귀(回歸)가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비록 힘은 들지 몰라도 못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회귀(回歸)라는 의미를 회복(回復)이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시간과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신성모독이고 참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서 존재할 수 있음은,
인간의 능력으로 기대하고, 실현시킬 수 없는 영역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점도 짚어 봤다.

회귀(回歸)는 상황이 끝나고, 목표했던 곳에 도달해야,
그때야 비로서 "회귀(回歸)했다."라고 과거형, 완료형으로 이야기하지,

아직 남아있는 과정이 있으면,
비록 그것이 99.9%라 할지라도 회귀(回歸)중인 것이지, 회귀(回歸)됐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아직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99.9%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100%라야 비로서 된 것이다.

모천을 찾아온 연어는,
비록 조기 코 앞에 모천이 있을지라도,
힘이 빠져서 작은 폭포를 못올라가면 99.9%를 달려왔어도 그 회귀(回歸)는 실패가 되는 것이고,

배의 난간을 잡았다 놓친건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잡고 올라 타지 않은 한.....


그러나 회복(回復)은 본래의 상태에 도달이 됐을 때 뿐아니라,
그 근처는 그만두고, 약간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도,
완료형 표현으로 "꽤 많이 회복됐습니다!"라고 쓸 수 있는 것이다.

회귀(回歸)는 남아있고 모자란 것에 촛점을 맞추고,
100%가 아니면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고,
회복(回復)은 있는 변화, 있어지는 변화, 좋아진 것, 있는 것을 보는 시각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직 아니라고 말하는 마음은,
별로 살 맛 안나는 마음이고,
"벌써 이만큼이나!"라고 말하는 마음은 진짜 살 맛 나는 마음인 것이다.

회복(回復)은 비록 조금일지라도,
그 일어나는 변화를 감사하며, 행복한 마음이라면,

회귀(回歸)는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며,
그것 때문에라도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는 마음인 것이다.
따라서 억지로 가식적으로 표정관리하고 있는 듯한 자괴감에 빠져들기 쉬운 것이다.


관계가 회복(回復)되고,
병세가 회복(回復)되고,
기분이 회복(回復)되고,
의욕이 회복(回復)되고,
신앙이 회복(回復)되고,
영성이 회복(回復)된다고 할 때,

내가 쓰고 있는 그 회복(回復)이란 단어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진짜 회복(回復)을 의미함인지,
아니면 회복(回復)이라 말하면서,
내용은 회귀(回歸)이기를 바라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답은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하면 회복(回復)의 마음이고,

뭔가 모자란 듯 찝찝하고 성에 들차지만,
"그렇다고 해주지 뭐!"하는, 행복하다곤 말할 수 없는 마음이면 회귀(回歸)의 마음인 것이다.



내 생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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