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맞는,
해 저물고, 해 뜸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그냥 일상적인 날 바뀜이 아니라,
또 한 살 나이먹음으로 다가오는 해 바뀜으로 올해에도 역시 다가온다.
저절로 나이듬과,
적극적으로 나이먹음의 차이를 묵상하며,
나의 삶이,
안 늙으려 애쓰다가 패배감에 젖어드는, 소멸되어 가는 삶인지,
잘 늙으려 노력하며 성숙하여 가는 삶인지를 생각해 본다.
나는 세월을,
단지 흘러가는, 지나면 흐트러지고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은 시간의 흐름으로 보고 있는지,
내 안에, 내 주위에, 내 발 밑에 쌓이는, 내 삶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해를 대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마음이,
보내지는 삶에 연연해 하고 있는지,
맞이하는 삶을 기대에 차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열매가 떨어지는 계절을 맞고 있는 나인지,
열매가 영글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인지를 생각해 본다.
나를 태우고,
오늘도 또 한 번의 문턱을 넘고있는 세월을 보며,
이 구획의 나뉨이 나에겐 어떤 의미이고,
이 구획되어짐이 나에게 어떤 의미여야할 것이며,
그렇기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그렇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또 한 번 만나게 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때를 맞으며,
나는 나이 안 들려고 노력하는 자인가,
나이 잘 들려고 노력하는 자인가,
나이듬의 의미 조차 생각치 못하고,
단지 생존에만 연연해 하고 있는 자인가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