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문

정광설 2012.06.29 18:01 조회 수 : 741

C원장은 오늘 또 한번 감사한 일을 경험하였다.

환자와의 대화 가운데 스스로의 문제를 깨닫거나, 인간 심성의 새로운 단면을 발견하거나, 인간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깨달을 때마다 C원장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곤했다. 오늘도 또 한 번 인간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에는 어렵고 변질되고 파괴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자신에게는 결코 행복에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피조물일 수 없도록, 발목에 단단히 걸려있는 올무와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C원장 : "앉으시죠."(처음 온 여성 환자를 안내해서 진료의자에 앉도록 안내하며 C원장은 참 좋은 인상은 가진
            인텔리 여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A여성 : "선생님!
           너무 힘들어서 찾아오긴 했지만, 뭐부터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C원장은 A여성이 첫인상에 걸맞게
           예의 바르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참 우아한 멋을 풍기는 여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 여성이 손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을 보며, 평소처럼 휴지를 한 장 꺼내어
           내밀며 이야기 했다.)

C원장 : "무슨 얘기든 그냥 떠오르는 것을 말씀하시면 되요. 조리있게 말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세요. 지금 제일 힘든 문제가 뭐죠?"

A여성 : (눈물을 글썽거리며)"잠을 도저히 잘 수가 없어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고,
           무엇엔가 크게 놀라고 쫒기는 사람처럼 계속 심장이 뛰고 벌렁거려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분하고, 억울하고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에 부들 부들 떨리기도 하고요."(조신하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여실하다. 억지로 북받쳐 터져 나올듯한 울음을 참으려고 그러는지
           입가에 잔 경련이 일면서도 차분한 말투를 유지한 채, 흐르는 눈물을 입가에서 닦아내며,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고 있다.  C원장은 연신 여인의 눈치를 보아가며 휴지를 꺼내준 것이 벌써
           여러장인데, A여성의 하소연은 점점 발동이 걸려 가속도가 붙듯 쉬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참을 귀 기울이고 집중하여 들은 내용은 대충 정리하면 이런 것이었다.)


         *                    *                            *                            *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던 B군은 자신 보다 몇살이나 어려서 누나라며 자신을 잘 따랐다. 착하고 좋은 동생으로만
대했던 B군은 보면 볼 수록 침착하고 참을성 있고, 이해심 있고 너무나 의젖하고, 나이는 어려도 어떻게 보면
좋은 이해심 많은 동료나 때로는 오히려 오빠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자신이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 옆에서 진솔하고 성실하게 자신을 위로하고 도와주며,
모든 어려움을 다독거리고 따스하게 품어주는 그가 어린 동생에서 어느새 남자로 느껴지게 되었다.
B군도 역시 A양의 마음을 느꼈는지 둘은 자연스레 누나 동생에서 자기야로 부르는 이성 친구 사이로 변화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리고 난 다음 부터였다. 그렇게 점잖고 침착하며 온갖 이야기를 다 들어주던 B군이 언제부터인지
화를 내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도에 넘치는 겪한 행동과 심한 욕설을 동원하며 난폭하게 변하는 것이었다.
신체적인 폭행을 가하진 않아도 상상하기 어려운 상스러운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은 아무리 화가나도
그런 상식 이하의 용어는 선택하지 않는데 말이다. 전에는 자신이 속이 상하거나, B군의 행동이나 말투가 심지어 생각하는 것 까지도, 자신이 싫다고 하면 즉시 바꾸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군말 없이 순종하고, 심지어 내가 막 짜증 내고 히스테리 부릴지라도 따듯하게 다 받아주던 그가,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가까워진 그 어느날 부터인가 그전이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예상할 수 없었던 행동이나 막말을 흥분하면 내 뱉곤 하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좀 일방적으로 지적하고 지시하고 짜증부렸던 점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전에 알고 지내는 정도였을 때보다는 더 심한 것도 이제 결혼까지 약속한 마당에 참아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A여성은 갖고 있었다.

물론 가족들은 B군과의 관계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반대가 심했다. 봐도, 인사해도 본척도 안하고 받아주지도 않곤 했다.그렇지만 나이도 어린 B군이 자신만큼 공부로 보나 인물로 보나 사회적 역량과 위치로 보나, 자신만한 여자 얻으려면 감수해야 할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와 이야기 하면 엄마나 언니가 이런저런 지적하고 핀잔할 때, 문자나 전화로 집 식구들의 반응과 생각을 이야기 해주고, 고치라고 좀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긴 했지만, 자신과의 사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여자 집안의 비판에 민감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며 자신의 가족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날인가는 데이트 후에 집에 와서 "아까 데이트 시의 니 행동은 좀 고쳤으면 좋겠다. 언니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라."라고 문자 했더니, 세상에나, 어디서 그런 욕을 배웠는지, 막말 쌍스러운 말로 욕하며, "너나 그 잘난 식구들과 잘 먹고 잘 살아라!"하고는 관계가 깨져버렸다는 것이었다.


       *                        *                                *                                 *

A여성 :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고, 강의하다 말고 잠깐 화장실 가서 북받치는 울음을
           추스리고 들어가 겨우겨우 강의를 마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예요. 생각할 수록 화가 치밀고 배신감이
           솟구치고, 아니 지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하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밤을 씩씩대며
           지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랍니다."

C원장 : "앞으로도 좀 더 이야기가 되어질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 말씀을 들으면서 강하게 드는 생각은,
            그 B군이 참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네요."

A여성 : "네? B군이 힘들었을꺼라구요? 선생님!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B군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고 잘해줬는데요. 어떻게 지가 나에게 그런 험한 말을 쓸 수가 있어요?"

C원장 : "술 먹고 아내를 폭행한 사람을 가해자라 하고, 매맞은 아내는 피해자라고 통상 여기지요."

A여성 : "네. 당연한 것 아닌가요?"

C원장 : "상대가 화낼 것 뻔히 알고, 그 상대가 화나면 물 불 못가리고, 안가리는 성격인줄 알면서,
            살살 약 올리고 핀잔주고, 남자 구실도 제대로 못하고, 돈도 못벌어 오는 주제에 수청은 맨날 들라니,
            내가 무슨 기생이냐?고 상대의 화를 돋구었다면, 아픈 상처 들쑤심 당해 아프다고 몸부림 치며
            휘두른 팔에 맞은 그 아내는 피해자 입니까 아니면 가해자 입니까?그 사람이 화내고, 욕하고,
            폭력도 쓰고 지랄발광을 했으니 가해자인가요, 아니면 미숙한 인격에 충격을 받아 본의 아니게
            미숙함이 송두리채 드러나게된, 인격이 발가벗겨지는 수치를 당한 피해자일까요?"

A여성 : "......."

C원장 :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볼 때 두 분 다 좋은 분이라 생각되고, 서로 많이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여겨지네요. 하지만, 남자분은 제가 만나뵌 바가 없어 무어라 말하기 여렵지만, A님이 상당히
           일방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는데요."

A여성 : "네! 인정합니다. 제가 그런 면이 있어요. 아뇨. 그런 면이 아주 강해요. 제가요. 그 B군도 화날 때
          그런 말을 여러번 했어요. 제발 내 말도 좀 들어달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저는 제 행위가
          당연한 것만 생각했지, B군이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고, 나는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무시하고 못마땅해 하는 우리 엄마, 언니 눈치 보느라 너무 마음 아팠을 것 같네요."(A여성은
          자신이 행해왔던 그 모든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었는지를 비로서 느끼는 것 같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면담초기에는 의사가 내어미는 휴지도 조심스레 받더니,
          이제는 손을 내밀어 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소리는 안내지만 펑펑 울고 있었다.)


                         *                                 *                                *                                  *


C원장 : 그동안 어떠셨나요?"

A 여성 : "네. 돌아가서 곰곰히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눈물이 글썽이며 손은 자연스레
            주는 휴지 받을 모션을 취한다.)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너무 잘못했더라구요." "혼자서만 힘들고
            분해하고 답답해 했을 B군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불쌍하고 죄책감이 들어 견딜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만나자고 했더니 다행히 나와주더라고요.
            울면서 잘못했노라고 고백했어요. 다시 잘해보자고 애원했어요.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관계가 회복되기를 원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럴수도 있을까요? 너나 그 잘난 식구와 잘 살아라 하면서
            꺼져버려! 하는 것이었어요. 이럴 수도 있나요. 나는 울면서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어떻게
            그 얼굴에 대고 꺼져버려란 말이 나올 수 있죠?"(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러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함이 역력히 느껴지는 몸가짐으로 조근조근 상대의 몰상식하고 무정한 응대에
            대하여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C원장 : "별 생각없이 끼언진 뜨거운 물에 데였다고 난리법썩 떨며 욕하는 상대에게, 그깟것 가지고 남자가
            치사하게, 날 사랑한다면 미쳐 모르고 한 내가 얼마나 놀라고 미안해 할까를 생각하고 위로는 못해줄 망정
            그깟 일로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니?하고 돌아섰다가 생각해 보니 자기가 해도 너무
            잘못했구나라는 자각이 들어, 내가 오늘 이득볼 일 있음도 마다하고, 만사 제쳐놓고 쫒아가서,
            그 데여서 아픈 팔 덥썩 잡고, 아이고!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소! 집에 가서 며칠 지나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못할 짓을 했더구려. 이제 생각하니 내가 참 미안하오. 부디 날 용서하고
            아퍼하지 마시오 하면, 그 상대가 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괘념치 마십시요. 이까짓 것은
            아픈 것도 아닙니다. 별것 아닌 것 가지고 괜한 마음 고생이 크셨습니다! 라고 할까요, 아니면, 에이 썅!
            그 손 못놔? 하며, 아이고 아퍼라! 아직도 진물나는 상처를! 찾아오지나 말지, 왜 찾아와서 붙잡고 흔들어
            겨우 갈아앉으려 하는 통증을 불싸지르고 난리야! 하고 화내겠습니까?"

A여성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것도 또 내가 일방적으로 행한 것이였군요. 일방적인 바람에 꼬인 관계를
           회복한답시고 상대의 형편과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또 일방적으로, 내 생각대로 행동했군요.
           머리로는 알 것도 같은데, 그래도 그 꺼져버려란 말과 그 모습이 안잊혀지네요."


                *                                 *                                *                            *

일방적 성격이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변질 시키고, 파괴에 이르게 하는, 아주 교묘한, 사탄이 즐겨쓰는 함정이고, 자신의 삶이 행복한 가운데, 그 기쁨을 하나님께 찬송과 찬양으로 영광 돌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인간으로 창조된 피조물의 마땅히 행할 바를 행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꽉 붙잡고 있는  올무임을 A 여성이 바로 깨달아, 하루속히 '일방적 성격'이란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구하며, C원장 자신도 최근에 들어서야 자신의 지독스레 강력한 일방적성향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음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깨달음으로 인도해준 영적 지도자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새로운 삶으로의 깨달음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는 A여성을 배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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