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님 영전에 올립니다.  ㅡ


"어머님 기억하세요? 엄마가 나에게 빚지신 돈이 엄청나다는 것을요. 잘 기억 안 나시죠?
아마 엄마는 기억할 생각조차 안하셨을꺼예요.
왜냐하면 어찌 보면 엄마가 달래느라고 하신 말씀을 나 혼자서 곱씹으며 기억한 것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뭔 소린지 궁금하시다고요?

그러니까 아마도 저 국민학교 1 학년 때에요.
여름에 서울서 이사 왔으니까 아마 초가을, 지금 이맘 때였을 것 같네요.
학교에 갔다가 2-3 키로 되는 하교 길을 점심 때 되서 낑낑대며 집에 도착하면,
엄마가 내놓고 먹으라고 주시던 인절미 몇 개가 있었죠.

이제 기억나세요?
한동안 계속됐던 그 방과 후의 기쁨이 언젠가 사라지고,
먹고 싶어 칭얼대는 저에게 그 돈 만큼 저금했다 이담에 너 크면 한꺼번에 주마하고는 지나갔는데,
엄마는 그러시곤 잊으셨을지 몰라도,

저는 아마도 국민하교 4-5학년까지는 매일 그것 덧셈해서,
내가 엄마한테 받을 돈이 얼만지를 항상 계산하며,
속으로 엄청 부자 된 기분에 표정관리하며 지냈던 것 모르셨죠?

이제 그랬던 세월이 어언 55년이나 지나, 어머님 하늘나라 가신 소식에,
퍼뜩 우리 엄마 나에게 약속하신 인절미 값 안 주시고 먼저 하늘나라 가셨네 하는 생각부터 드는 것을 보니,

어머님 이 아들이 이제 환갑, 진갑 다 지나고,
거룩한 원장님이 되었답시고 온갖 똥 폼 다 잡고 있어도,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얌통머리 없게 구는 천상 막둥이일 수밖에 없나봅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나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나를 그 누구, 무엇보다도 더 극진히 사랑하시고 귀하게 여겨주시던 어머님께서,
그 오후의 축복인 인절미를 거두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뒤로 십 수 년도 더 지나, 세상 물정 어느 정도 알고,
집안 경제 돌아가는 내역을 어렴풋이 짐작할만한 사춘기 때였습니다.

돈은 없고 막둥이 인절미는 사줘야 되겠고,
집에 있는 헌옷, 구호물자 받은 것 있으면 그것 주고 인절미 바꿔주시다가,
그런 것 마저 떨어지니 쌀 한 공기하고 바꿔주시다가,

쌀 떨어질 때가 아닌데 월급 날 되기도 훨씬 전에 때꺼리가 없어,
확인 나선 아버지에게 막내 인절미 사주느라 쌀 퍼낸 것 들키시고 난리가 났었던 것을 나중에나 눈치챘었답니다.

평소 자주 다투시던 아빠 엄마의 해장거리 투닥임인줄로만 생각하고 스쳐갔던 그 어느 날의 시끄러움이,
집안 걱정하는 아버지와 막둥이 기쁨 좀 주자는 어머님의 다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나 알게 됐던 것이죠.

변명의 여지가 없으셨던 어머님께선,
오늘은 떡 없나 엄마 얼굴 보며 어려서부터도 속이 깊었던 막둥이가,
뗑깡은 안 놓고 침만 삼키고 있는 것이 못내 안스러워,
실은 네 떡 사줄 돈 저금해서 나중에 큰 돈 만들어 줄꺼란다 라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로 나를 달래셨던 것임은,

그리고도 훨씬 많은 세월이 흘러, 이 막둥이도 자식 낳아 키우며,
청출어람이라고, 엄마보다 더한 거짓말을 자식들에게 하게 됐을 때 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내가 세상에서 존경하는 사람 1번의 자리를,
존경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 난 뒤로부터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어머님이시여!

나의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바로 그와 같은 자식에 대한 지극하신 사랑과,
항상 바른 길, 사람이 마땅히 행할 바를 인정사정 없이,
때에 따라 훈육하고 양육해주심에 뿌리가 드리워져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예배를 1,2,3부 세 번을 말씀 받아 적으면서 봐도,
몇 시간 지난 뒤 오늘 예배 때 무슨 말씀 들었냐는 질문에,
기억이 가물거려 어쩔줄 모를 때가 태반인데,

어머님은 주일저녁 전화 드리면,
몇 시간 전에 들으셨던 설교 말씀을 제목, 본문 요절과 그 내용,
그리고 목사님께서 1,2,3, 소제목으로 하신 말씀 내용은 물론,
그 말씀으로 받은 은혜와 적용에 이르기까지 좌르르 수다를 떠셔서,

이 아들의 영성을 자극하고 깨워주시던 것은,
비록 1등 말고는 받아본 적이 없으신 어머님이실지라도, 92세의 연세를 생각해 볼 때,
인간의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님의 영혼이 맑고, 영성이 깊으시고, 항상 성령 충만 가운데 계시어,
하나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시는 칭찬의 은총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나도 엄마를 닮아야 할텐데!
나도 엄마를 배워야 할텐데!

엄마 아들이니까 도매금에 엄마 닮을 수 없고,
더우기 엄마니까 엄마 손잡고 천국갈 수 없음은,
이미 국민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밥상 앞에 앉혀 놓으시고 그림 그려가며 설명해 주셔서,
진즉부터 알고 있는 바니,

다른 수는 없고,
엄마처럼 맑은 영혼의 사람이 되고,
엄마처럼 깊은 영성의 믿는 자가 되고,
엄마처럼 항상 성령과 함께 하며 기쁨과 행복과 보람가운데 거하는,
살아서 천국생활을 누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매일 매일 어머님 신앙생활하시는 모습을 보고, 듣고, 배웠으니,
엄마만 닮으면 될 줄 믿습니다.

평소 잘 때 하늘나라 불러가 주시면,
당신도 고생 들 하시고, 자식들도 고생 들 시킨다 하시던 것처럼,
주일 예배 마치시고 목사님과 성도들 둘러앉아 헌금 계수하는 중 불리움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머님의 기도가 응답된 것이 느껴지며 더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머님!

안녕히 가세요.
막내가 가서 뵙지도, 하늘나라까지 따라가지는 못해도,
마음은 어머님과 함께 있고, 소자의 영은 어머님의 영성에 힘입어 더욱 맑아짐을 느끼옵니다.

이제 어머님도 하늘나라 가셔서,
먼저 가 계신 아버님과 함께 주님 품안에 거하실 것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그립고도 보고 싶은 어머님!
이제 이 세상에서 뵈올 길은 끊겼으나,
내세에 영원한 천국, 바로 우리들의 본향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약속받았으니,

우리도 모두 어머님의 신앙의 본을 받아,
마음과 몸과 영혼을 다하여,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고,

영이 깨어 있어,
이 땅에서도 돌아가신 할머니처럼 천국생활 누리다가,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나라에서 기쁨으로 만나 뵈올 수 있도록,
하나님 잘 믿자고 자식들과 다짐했습니다.


나의 생명의 원천이신 나의 어머님!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마우신 어머니!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나의 은인이신 어머님!


또 다시 뵈올 날을 간절히 기도하며,
어리석고 못난 막내아들 광설이가 자손들의 뜻도 함께 모아 어머님 영전에 고합니다.


어머님!

어머님 닮고 배워 주안에서 승리하는 삶이 되어,
어머님처럼 칭찬받는 주님 백성 되어갈 수 있도록 중보하여 주세요.



어머님!

안녕히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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