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정도 갖곤 안돼!"

정광설 2003.04.18 17:24 조회 수 : 988


면담을 하다보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직장상사와의 어려움, 동료와의 적응 문제, 고부간의 갈등, 부부갈등 등.....
핵가족화가 되고 개인의 능력이 높은 가치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더 커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원만한 대인관계의 질적 양적 수준에 대하여 그 기준 점을 너무 높게 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의과대학 공부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공부 자체도 어렵고 할것도 많았지만,
진급심사에서 통과할 수 있는 기준을 평균 70점으로 정해놓은 것이 갖당 어려운 난관이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일반적인 경우 보다 단지 10점을 높게 책정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 단지 10점 정도 높여 놓은 것이,
의대생들이 보통 30ㅡ40%의 유급율을 보이는 것에 대한 가장 신빙성있는 설명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돌아가셔서, 이 못난 제자의 마음속에만 살아계신 교수님이 계시다.
그 교수님은 재시험을 15번이나 치게 하셨다. 그것도 여름의 더운 날만 골라서,
그리고 마지막 시험은 말복 날 오후 2시였다.

교수님도 함께 땀을 흘리고 계시니 그 앞에서 싫은 표정 짓기도 어렵고, 시험 끝나고 나오면서
"아는 것도 많은데 하필 모르는 것만 골라내고, 그것도 더워 죽겠는 시간에..."하면서 투덜거리던 생각이 난다.

이제 의사가 되어서 환자를 대할 때 마다, 문득 문득 학창시절 강조하시던 그 교수님의 말씀이,
오늘 이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을 깨닫게 될 때면 교수님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보통보다 10점만 기준을 높여놔도 그것 통과하기가 죽을 맛인 법이다.
그런데 환자 분들 이야기에선 90점도 낙제점이다.
꼭 100% 맘에 들어야 되는데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 때문에 고민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속으로 나서 어려서부터 내 뜻대로 키워온 내 아들, 내 딸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며느리, 사위는,
당연히 내 뜻을 내 아들, 내 딸 보다는 더 못 맞추리라는 기준에서 시작한다면 내 맘이 좀 더 편하고 여유있어질 것이다. 또한 며느리, 사위 되는 입장에서 보면, "결혼만 해봐라! 어떻하든지 기필코 시모, 장모 속을 왕창 썩여야지!"라고 결심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로 점수를 메기는 입장에서는 기준을 좀 낮춰 주고, 점수를 따는 입장에선 가능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항시 넉넉한 마음들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인관계란,
100% 맘에 들기도, 100% 맘에 안 들기도, 어려운 것이다. 서로가 열심히 맘에 드는 면을 보고 서로 칭찬하는 관계가 되고, 서로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 관계가 된다면, 그런 관계는 이미 원만한 관계가 형성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만한 것과 100% 만족은 다른 것이다.



나는­ 대인관계에서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관계에 임하고 있나를,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보는 것은 아주 현명한 삶의 자세라는 생각을 해본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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