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사랑인가?

정광설 2003.04.18 17:26 조회 수 : 1524



  7살 때인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님이 심방 가시는데 따라 갔었다. 젊은 부부가 사
는 집이었는데 나보다 1∼2살 어린애가 있었다. 예배를 보는데 떼를 쓰고 엄마를
발로 차곤 했다. 부모는 그것을 그냥 받아주며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께서 물으셨다. "보기가 어떻드냐? 너는 그러면 안된다. 아무
리 어려도 부모에게 발길질 하는 것은 잘못이란다." 크면서 퉁탕질이 나서 뗑깡을
한번 놓고 싶다가도 이때의 아버님 말씀이 생각나 꼼짝 못하던 기억이 난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 부모를 구타하는 자녀들의 문제로 면담을 하면서, "어디까지
가 사랑이고, 어디까지 받아 들여야 될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이었다. 중2 남학생을 데리고, 40중반의 어머니가 찾아 오셨다. "애가 요즘
좀 불안해 하고, 좀 난폭해졌어요. 침착하고 착하고 얌전한 앤데 그래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보니까 어머니 왼쪽 뺨이 퍼렇게 멍이 들고 좀 부어 있었고, 한쪽 눈
언저리가 푸르딩딩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다, 말미에 가서야 가끔 정 화가 나면 1년에 한 두번 엄마에게
손찌검을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금방 변명처럼, 평소는 참 착한
데 화만 나면 그런다고 토를 다는 것 이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작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
냐면서 엄마가 면담을 요청해왔다. 무슨 문제냐는 물음에, "별 것 아니고, 그냥 좀 가
끔 문제가 있는데....." 하며 머뭇 머뭇 망설이다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런것 같다
며, 가끔 도둑질을 하는데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라면서, 최근 가방에서 절단기가
발견("아마 애 친구가 넣어 놨을 꺼다.")되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애는 가끔 1년에 1-2번밖에 안 그런다. 아버지는 모른다. 알면 큰일 난다. 친구
땜에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되겠냐, 나아지겠냐는 것이 상담내용의 요지였다.  


  엄마를 때려서 엄마 얼굴이 시퍼러둥둥 멍이 들게 만들었어도 착한 아이고, 잠깐
화가 나서 그런 거지 본 마음은 착한 애고, 가방에서 열쇠를 자르는 절단기가 나왔어
도, 우리 애가 조그만 문제를 갖고 있는데 아빠 모르게 금방 해결할 묘책이 없냐는 이
야기였다.

  조그만 문제라고 감추고, 감싸면서 키워오다가, 이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
갈 문제가 아닌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막상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긴 했지만,
의사 앞에서도 감추고, 감싸고, 축소시키려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퍠륜아라는 사실도, 도둑이라는 현실도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고, 어물 어물
어떻게든지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이가 욕먹지 않으면서 해결해주려고만 하니, 그것
도 애가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을까봐, 아이는 모르게 놔두고, 엄마가 알아서 해결하려
고 하니, 점점 문제가 어려워질 뿐이고, 꼬이기만 할 뿐인 것이다.


  마음이 힘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워도, 이제까지의 양육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인정
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새롭게 해결점을 찾아 나아가는 자세가 도움이 될 것이고,
이런 부모의 자세가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제대로 도와주고 바르게 양육
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진짜, 바람직한 사랑인가?

  어디까지가, 내 욕심에 의해 변질된 사랑이 아닌, 바른 사랑일까?

  어디까지가, 부모로서 마땅히 베풀어야 하는 사랑일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부모로서 마땅이 베풀 수 있는 사랑일까?


  그냥 내가 줄 수 있는,
                      
                  주고 싶은 만큼,
                            
                     주어야 될 것처럼,

                           생각되는 대로 주면,

                                            사랑일까?



  어디까지가 자식을 살지우는, 바로 양육하는, 사랑일까?

  다시 한 번 나의 고정관념을 돌이켜 본다!
























@#$+0ㅅㄱㄷㅈㅊ두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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