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쌀이 밥 된거지유!"

정광설 2008.04.28 23:34 조회 수 : 599



벌써 한참 된 이야기다.  

30대 초반의, 키는 좀 작지만 당당한 체구에, 우렁우렁한 듣기 딱 좋은 목소리에,
준수한 얼굴의 소유자로, 거기에 금상첨화로, 요즘 말로 신이 내린 직장에서 잘 나가는 총각이,
회사에서 더 잘하고 인정 받으려고 애쓰다 보니, 스트레스 받는다면서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결혼 적령기 이니, 당연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모든 준비는 다 갖추어 놓았으니, 여자만 하나 딱 들어오면 되는 데, 그게 잘 안된다는 말 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정도 갖춰 놓았으니, 누군가 들어 오겠죠!" 하면서, 안들어 오면 상대방 손해라고 하는 듯한,
어떻게 보면 자신만만 한듯 하지만,  달리 보면 좀 오만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왠만한 것은 다 있고, 여자만 하나 더 있으면 된다는 듯한 뉴앙스를 풍기는 것 이었다.  


이 부분을 찝어서 물어보니, 사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 이었다.  


실제로 여자만 있으면 아귀가 딱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자가 들어 오든, 안 들어 오든, 내가 별 변화 있을게 뭐냐는 반응 이었다.
변할 생각도 안해 봤지만, 변할 생각도 없다는 것 이었다.  

"내가 변할 이유가 뭐냐?  준비는 다 돼 있으니, 들어와 살면 되고,
아닌 말로 나가면 지금 그대로지, 뭐 변할게 있냐?"라는 반응이었다.  


"어머니만 성화 안 하시면 궂이 결혼할 생각 없는데..." 라고 하였다.


결혼으로 인한 변화는 어떤것일까?

이것 저것 있는 자리에, 뭔가 하나가 더 있어 졌다가,  없어지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런 변화일까?

물리적인 변화일까, 아니면 쟁반 반쪽 끼리 만나, 사랑의 불로 용접해서, 둘이 하나가 되어,
거기에 우리의 인생을 담고, 삶의 보람을 쌓아 가다가,  
이 쟁반이 깨지면, 그 위에, 이제까지 곱게 쌓아오던 공든 탑도, 다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는 그런 변화일까?


사람들이 쌀이 밥 됐다고 한 것은, 무식해서 변화에 대한 표현을 잘못한 걸까, 아니면 그런 의미를 말속에 담아 한 얘기일까?


결혼으로 인한 변화는,

모습, 형태, 여건이 변화한,  그래서 아무 때고 필요하거나, 원하면, 원위치 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아니라,  
너와 나는 소멸되어 없어지고, '우리'라는 새로운 생명체 중의 '나의 부분'과 '너의 부분'으로, 새로운 공동운명체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심정으로, 질적,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으로 인해, 부부로의 변화 뿐 아니라, 부모로의 변화, 며느리, 사위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당신하고 결혼했지, 당신 부모하고 결혼 한거야?"라면서,
사위로의, 며느리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아니 애초에 느끼지도 못하고 ,거부하는 경우를 볼 때,  
결혼으로 인한 변화에 대한 무지와, 이러한  무지가, 각자의 삶을,  불행과,  파괴와, 파멸로 이끄는 힘이,
너무 나도 큰 것을 느낄 수 있다.


되 돌릴 수 없고,
되 돌아갈 수 없는,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상태, 새로운 길로 접어든 것임을 자각하고,
최선을 다해, 우리의 선택에 의해 펼쳐질 인생여정을,
둘이 하나 되어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풀장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한에는,언제까지라도, 멋진 수영 실력을 키울 수도, 펼쳐 보일 수 없듯이,  
온 몸을 던져  전력투구 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헤쳐 나가는 것이,
결혼으로 인한 변화여야 함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ㄱㄷㅈㅊ0
작성자 : 감사의  at 2008-10-04 14:44 Mod.  Del.
결혼은 화학적 변화지요?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당신은 내 운명'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너무 힘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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