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파괴!

정광설 2008.04.23 08:58 조회 수 : 642



요즘은 심심찮케 서열파괴라는 소리를 매스컴에서, 신문지상 에서 접할 수 있다.
혁신적으로, 뭔가 새롭게, 뭔가 좀 더 잘해 보겠다고 나름대로들 노력하는 소리이고, 행동인것 같다.
그런데 내가 세간 소식에 어두워서 인지는 몰라도 "서열파괴 덕분에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는 소문은,
그 시작의 요란스러움에 비해 별로 들어 본 바가 없는 것 같다.    


자연에 있어서의 서열은,
그 자연의 생존, 존재 가능성을 결정하는 절대적 조건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 있어서의 서열파괴는,
그것이 생태계, 먹이사슬, 뭐라 불리든 상관 없이,
자칫 그 자연상태의 멸망과 소멸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중요한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의 서열 파괴는,
자연에서 처럼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결국은 그 조직과, 그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쪽으로 작동하기 쉽게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피의 서열의 혼란과 붕괴는, 인간 관계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벌써 몇년 전의 일이다.
초등 5 학년 딸 문제로 상의하러, 엄마와 딸과 남동생이 같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딸은 진료실 의자에 앉아 무슨 야단 맞는 아이처럼 고개 숙이고 있고, 


엄마는 열심히, 딸이 요즘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져 겨우 평균 94점밖에 못한다고,
그러게 반에서 3등 밖에 못한다고 의사에게 열심히 일르고(?) 있을 때 였다.


"야!  니가 그 때 그랬잖아."하면서, 동생이 엄마의 고자질(?)에 도움 주는 발언을 하는 것이었다.
누나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누구예요?"  아들을 쳐다도 보고, 엄마를 보면서 물으니,
눈치 채셨는지, 다소 겸연쩍어 하면서,  "얘 동생요."한다.    


"동생이 누나를, 야! 라고 부릅니까?"하고, 내가 으아한 눈초리로 다시 물으니,  

"두살 차인데요 뭘.  남자 애 기 안 죽일려고 어려서 부터 그렇게 키웠어요."하면서,  
왜 본론에서 벗어나, 엉뚱한 일에 신경쓰느냐는 식으로, 다음 이야기로 재빨리 넘어가는 것 이었다.



평균 94점에, 반에서 3등이면 칭찬 받을 성적이지,
소아 정신병에 의한 주의산만이 의심될 상황은 아닌 것을 열심히 설명해도,
테레비젼에서 소아 정신병에 걸리면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올 백, 1등 하던 앤데, 평균이 무려 94점으로 6점이나 떨어졌으니,
당연히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것 아니냐는 엄마의 일관된 주장 이었다.



"올 백은 언제요?"  

"일 이학년 때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비합리적 사고방식에 대한 성찰과,
아이를 좀더 격려해주고, 누나로서의 권위를 엄마가 보장해 주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얘기하고,
진료를 마쳤다.


두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남자 아이 기 안 죽이려고 누나에게 말 놓게 하고 키웠단다.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아버지와도 평배도 말 트고 지내는 경우도 심심찮케 볼 수 있다.  
아빠랑 친숙해서, 응석 처럼, 반말 비스무리 하게 하는 것 말고, 정식으로 하는 반말 말이다.


내가 좀 옆에서 듣기에 불편해서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키웠단다.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데 말문이 막혀, 속으로 "자식이라 부르질 말든지..."하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그게 편하고, 그런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울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아이 본인을 위해서는 비극인 것이다.
아비하고 맞먹던 '분(?)'이, 사회에 나가 적응이 제대로 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하는 것이다.  


군대가서 빡빡 기는데 지장 없겠나?  
빡빡 기는게, 비인간적 대우를 견디라는 말이 아니라, 실제 철조망 통과 훈련 제대로 받으려면,
진창인 철조망 아래를 엎드려서, 드러누워서 빡빡 기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인격의 소유자인 상급자와의 관계에서도 기어야 되지만......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아버지와 말 트고 지내든 군번인데, "니가 뭔데?" 하는 맘 들지 않겠는가?
기가 사는 효과보다, 부적응의 효과가 먼저 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사회 도처에서, 이렇게, 자녀의, 바람직한 인간으로서의 생존력은 도외시 한채,
내 입맛을 즐기며, 자녀를 키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박한 인심으로, 타협 할 줄 모르는 경직된 성격끼리의 부딪침으로,
"왜 내 맘에 안 드냐? 우리 엄마는 안 그랬는데!"라는,
원망과 절망의 외침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녀를 바르게 양육함이 어떤것일까?

어떻게 키워야  바른 양육인가 하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맘에 드는 비싼 값 받을 수 있는, 애완용 가축을 사육하는 것 같이 되어선 결코 안되고,  
올바른 인격의 소유자로 자신과 이웃을 유익한 길로 이끌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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