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은, 스스로의 작품이다!

정광설 2008.04.24 21:41 조회 수 : 682


"정말 죽을 맛 입니다! 
너무 힘들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호소하며,  
"너무 너무 괴로워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오늘 밤은 잠 좀 잘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만 하고 지내다, 밤이 오면 또 못 잘까봐,
두려움에 떨며 어떻게 잠 좀 자보려 밤새 씨름하다, 또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라며,
"과연 이렇게 어려운 것을 당신이 해결해 줄 수 있겠습니까?"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너무나 피곤하고 지치고, 무언가에 패배한 듯한,
아주 의기소침한 모습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눈은 쑥 들어가고, 말에는 힘이 없고, "오늘은 좀 잘 수 있으려나!" 하면서,  


힘써 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피곤한 몸을 쉴자리에 눕혀,
지친 심신을 휴식을 통해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잠 자기'만을 소원하여, 잠 자기 위해 세상사는 사람처럼 하루를 보내고,
"과연 오늘은 제대로 잠들 수 있을까?"하는 불안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 다반사이다.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맛있게 자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기라도 하듯, 오직 잠자기 위해 사는 사람같은,
잠만 잘 자면 만사가 형통한 것인 듯, 잠에만 집착하고 잠자기 위한 노력에 올인하느라 용을 쓰며 힘들어한다. 


요즘 다니는 한분은,
나이 50이 넘도록 잠한번 제대로 못자는 바람에 장가도 못가고, 너무 힘들게 살아 왔노라 하면서,
처음 내원한 날 "나 좀 제발 살려주세요!"하면서, 진료실에서 느닷없이 큰 절을 넙죽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어렵고 한이 됐으면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까!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분의 경우 며칠 약 먹고 다음에 와서는,
약먹고 어떤 도움을 받았다든지, 아니면 잠을 제대로, 기대한 만큼은 못잦다든지 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약을 얼마나 더 먹어야 하냐면서, 약 오래 먹고 중독되면 어떻하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냐 하면,  
잠에 대한 편견, 무지가 불면의 주된 원인이 되고,  
약에 대한 무지가 적절한 약물에 의한 도움받을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었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음식을 먹으면 살고, 안 먹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현상이고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즉, 내 맘에 들고 안들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먹었냐, 못 먹었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면은 우리의 몸과 뇌의 휴식을 위한 생리적 현상인 것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즉 몸과 뇌가 쉬지 못하고 어느정도 지나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일어 나는 것은 '법'이다.  누구나,  반드시 그렇다는 의미이다.  
밥 안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없듯이, 잠 안자고 살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있다.
흡족하게 먹었어야  밥 먹은거고, 푹, 맛있게 잦어야 잠잔 것이 아니라,  
죽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공급됐으면 먹은 것이고,
죽지 않을 만큼 쉴 수 있었으면 잔것이나 같은 효과인 것 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관점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지금 살아 숨쉬면서, 속 썩고있다는 이 사실이,
어떻튼 내가 살 만큼 뭐가 됐든 먹은 것이 있고, 죽지 않을 만큼은 휴식을 취하였다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인 것이다.


이점을 간과하고, 이런 원리를 오해해서, 스스로 잠 잘 잦다고 인정할 만큼 자야 되는 줄 알고,
그렇지 못하다고 큰 일 난줄로 생각하고 당황하고 불안해 하면, 잠이 올려다가도 달아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달팽이 보고 빨리 나오라고 껍질 두드리면,
나오기는 커녕 더 속으로 움추려 들듯, 오던 잠도 천리만리 달아나는 것이다.


잠은 생리적인 현상이다.  
물이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르는 것이, 법이듯, 잠은 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억지로 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신경을 자극하고 흥분하게 만들어 오는 잠 마져 쫒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불면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릴 때, 
일단 중요한 마음가짐은, "자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라!"이다.  
즉,  자려고 노력하지 말고, 쉬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잠은 노력해서 이루어 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그냥 내 뜻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노력해도 소용없는 것을,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할려고 애쓰다 보면, 일은 안풀리고 신경질만 나는 법이다.


그러나 쉬는 행위는, 내 의지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쉬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것이지,
"아 지금부터 잠이구나, 꼴까닥!"하고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주 많은 경우,
조금 과장하면 거의 다가 이런 원리로, 자기 멋대로 재단하고 나름대로 원인을 결정하고,
쓸데없는 헛된 노력으로 점점 더 불면의 정도가 깊어지게 만들고,


누구의 도움도 불신하면서 떠도는 비과학적인 말에는 솔깃해서 이런 저런 별 볼일 없는, 비과학적인 방법을,
기대를 갖고 시도했다간 실패하는 등의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더 불면의 밤은 깊어 가게 되는 것이다.



길게 설명 했지만 정리하면 간단하다.
내가 원하고 아니고와 관계없이, 불면의 현상은 얼마든지 일시적으로 찿아 올  수 있는 자연 현상인 것이다.
지레 놀라서, 호들갑 떠는 바람에,  문제가 안될 것을 문제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며칠 동안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며 기다리다가, 잘 안돼면 의사의 도움을 청하고,
의사와 상의하여 필요하다면 원인을 찿는 노력을, 과학적 논거를 갖고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의 30여년이 넘는  임상 경험을 통해서 보았을  때,  
대부분의 잠 못이루는 밤은 자신이 키워 놓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은 거부하며,
안되는 것을 고집하며 누군가를 원망하고 스스로 정한 기준에 의한 불안을 자가발전시켜,
점점 더  적절한 도움으로 부터 멀어지려는, 불철주야 정성들인 자기 자신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모르는 것은 물어서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이 챙피가 아니라 현명한 대처방안인 현대에 살면서,  
잘 모르는 의학분야에 대한 특히 정신적 요인에 의한 제반 증상과 현상에 대해서,
편견에 입각한 비효율적인 대처가 아니라,


모든 것을 드러내고 상의하여,  '안해도', '들해도' 되는 고생을,
괜히 자초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해 본다!
























@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 사연에 빠져 죽는(불행해지는) 사연은? 정광설 2008.04.25 694
83 "나 보고 그걸 결정 하라구요?" 정광설 2008.04.25 668
82 나는 무엇을 보며, 어디로 가고 있나? 정광설 2008.04.24 656
» 잠 못 이루는 밤은, 스스로의 작품이다! 정광설 2008.04.24 682
80 결혼은 다이아몬드 원석끼리의 만남이 아닐까? 정광설 2008.04.24 734
79 "사람일래, 짐승일래?" 정광설 2008.04.24 695
78 "어떻게 해주면 믿을래?" 정광설 2008.04.24 647
77 서열 파괴! 정광설 2008.04.23 642
76 "우리 애 어쩌면 좋을까요?" 정광설 2008.04.23 692
75 나의 불행은, 나의 결재에 의해 확정(確定)되는 것이다! 정광설 2008.04.22 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