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이쯤에서 자살해야 될까 봐요!"

정광설 2008.04.13 22:05 조회 수 : 724


  정신과 의사의 역활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단언하긴 어렵겠지만,  
오늘의 불행한 마음을 힘겨워 하며, 이 불행의 이유를 곱 씹으면서 설명하려 애쓰면서,
그러느라, 정작 그렇게 싫은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오늘의 불행을 설명하려 애쓰기 보다는, 내일의 행복을 꿈꾸고 설계하고 실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성공으로 향하는 기쁨과 보람과 성취감을 맛보며,
이러한 과정과 경험을 통하여 삶에 대한 절망과 패배감이 희망과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활로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말이 쉽지, 불행의 사연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꼭 붙들고, 이걸 놓치
면 마치 큰 일이라도 당할 것 처럼 집착하고 있는, 실제로 어려움을 당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고 말할 수 없는 절망가운데 빠져있는 분들에게, 냉정하고 현명하게 생각하
여 대처하라는 말은,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사람에게, "침착하셔야죠!"하는 것 같은,
자칫 허망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도 있음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그러나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렇기 때문에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그 문제로 부터
벗어나, 그 문제의 전말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차리면 살 수 있다!"나,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속담은,
어찌보면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조상님들의 슬기가 담긴, 정신치료적인 도움의 말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문제의 어려움, 즉, "상황과 조건이 어떻냐?"하는 부분이 중요한 것 만은 분명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문제해결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문제
를 바라보는 마음의 자세인 것이다.

  내가 어떤 마음의 자세로 그 문제를 보고 대응 전략을 세우느냐 하는 것은, 어떤 방법
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 중요하고, 우선되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막에서 물이 반병 남았을 때, "아직 반병이나 남았네!"하는 사람과, "겨우 반병 밖
에 안 남았네!"하는 사람은, 그 생각 이후의 생체반응과, 심리적, 의지적 결단의 양상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되고, 결국에는 살 수 있는, 살 가능성이 충분한 경우인데도 죽
을 수도 있고, 누가 봐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있는 것을 보는가?   아니면,   없고, 모자라는 것을 보는가?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이 비록 미미한 것일 지라도, 그것을 토대로 희망을 일구고,
실현시켜, 그 나중이 창대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 모자라는 것, 맘에 안드는 것, 섭섭한 것, 실망스러운 것에 집착하여,
좌절과, 포기와, 시작도 하기 전에 "해봐야 소용 없어!"하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것
인가 하는 갈림길이,

  "내가 무엇을 보는데 익숙해 있나?"에 달려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대학교 4학년인 청년이 찿아와서는 불쑥 하는 말이, "선생님, 저 이쯤에서
자살해야 될까 봐요!"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일 있는데?" 하고 놀라서 묻는 나에게 하는 설명이,
"선생님 전 요즘 너무 너무 행복해요. 애인과 사이도 너무 너무 좋고, 모든게 너무 완벽
하게 맘에 들어요. 이제 앞으로는 더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고, 차츰 내리막으로 내달
을 것 같아요. 차라리 정점에 있을 때 죽으면, 박제(剝製)처럼, 이 상태로 굳어지는게
아닐까 해서요."하는 것이었다.


  모든 면에서 다 만족한 경우는 누구에게도 있을 수 없겠지만, 그 만족이 자족함을 배
워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조건이나 상황에
기인한 경우에는 이 청년과 같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라도, 어떤 어려움 가운데 있을지라도,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활용하여, 오늘,
그리고 지금, 노력한다면, 밝고, 행복한 내일을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상황이나 조건에 의하여 그 운명이 결정되는 짐승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라,  
조건과 상황을 다스리고 변화시켜, 나를 일구어 갈 수 있도록 창조되었음을 생각하며,

  조건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열악한 조건과 환경으로
인한 인과를 증명하려 애쓰기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악한 조건과 환경을 극복
하고, 초월하고, 능동적으로 헤쳐가는데 촛점을 맞추고 일구어가는 삶이어야 할 것이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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