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심장이 약해요!"

정광설 2004.12.09 15:43 조회 수 : 2108


의과대학 다닐 때 였다. 하계 의료봉사를 교수님 세 분을 모시고 간 적이 있었다.
일과가 끝나고 담화하던 중, "심장이 약해서..."라는 말을 했다가,
선생님 한 분께 "의과 대학생이 그런 정확하지 못한 말을 쓰느냐!"고 꾸지람을 들은 일이 있었다.


이제 정신과 의사가 되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를 스스로  심장이 약하다고 자가진단 내리고,
그 말을 자신있게 표현하는 것을 들을 때면,
문득 문득 옛날 선생님께 꾸중듣던 생각이 나곤 한다.


며칠전이었다.
30대 주부가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찾아왔다.
지난 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응급실에 가서 온갖 검사를 했는데도 정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찾아왔다고 말하는 것 이었다.


"1년전 부터 가끔 이런 일이 있어 응급실도 여러번 가보고, 심장 전문의에게 특수검사까지 받아 봤지만,
다 정상이라고 하는데, 나는 불편하니 무슨 노릇인지 모르겠다. 심장에 큰 병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하고,
검사해도 아무 결과도 안 나오니 더 불안하다!"는 것 이었다.


이야기 하는 모습이 마치 현대의학이 밝혀내지 못하는,
특수한 병에라도 본인이 걸린듯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환자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해질 만한 요인을 갖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불안, 긴장상태에 있게 되면 신체적으로 여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의학적 용어로는 '심계항진'이라고 한다.


결코 심장 자체에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심장이 기능적으로 빨리 뛰는 경우이다.


"심장이 약해서 잘 놀래요!", "심장도 막 뛰구요!" 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은 심장의 운동이 활발한 것이지, 심장 자체가 약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즉  심장이 약하거나, 심장병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흔히, 극히 정상적인 현상의 하나로 나타날 수 있는 심계항진을 병인줄로 착각하고,
그것도 무슨 대단한 심장병인 줄로 생각하고 "나는 심장이 약해서, 심장에 병이 있어서..."하고 불안해 하니,
심장이 더 뛰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주 심계항진이 있어 불편한 경우에는,
일단 내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심장자체의 이상 유무를 밝혀 보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심장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리적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대처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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