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모 생각을 왜 해야 되죠?"

정광설 2003.04.18 17:27 조회 수 : 1104


며칠 전 자녀 교육을 위해 과외 공부하는 어머니들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자식에게 바른 지식을 지도하기 위해 옛날 배운 것을 되살리고 그 동안 새로워진 것 잘 모르는 것을 습득하여
자녀 교육에 임하고자 하는 그 열의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내를 다니며 현수막을 보아도, TV 광고를 보아도, 아직도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이것도 안해줬느냐는 식의,
자녀에게 보다 더 주지 못한 죄책감을 부추기는 광고 문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더욱이 맞벌이 하는 부모가 많아지고, 경제적으로 여력이 생겨 자녀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관계로 괜히 애들에게 미안한 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은 것 또한
오늘날의 현실이다.

면담 중에, "해달라는 것 다 해줬어요!",  "해달라고 안 해도 해준 걸요!", "그런데 애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삐뚤어지기만 해져서 걱정이예요!"라고 하소연 하는 어머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목적이 공부요, 내 마음에 드는 자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있다.



23살 된 삼수생이 면담을 요청해 왔다.
청소년기의 특징적인 과제라 볼 수 있는 주체성 확립의 문제로 심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동시에 삼수 끝에는 뭔가를 보여주긴 줘야겠는데 그게 마땅하지가 않아서 더욱 갈등이 심해지는 것을 호소하였다.
부모님은 작은 회사에 경비로 일하시는 아버지의 월급의 거의 반에 가까운 비용을 자신의 삼수 생활에 쓰시면서도,
"너는 딴생각 말고 공부만 잘해라!"라고 말씀하고 계신데 공부는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장의 공부와는 별 상관없는 인생에 관한 생각은 자꾸 떠오르고 집중은 잘 안되고,
집에 가면 부모님 얼굴 볼 낯도 없고 갈등 끝에 절에나 들어가 한달 쯤 휴양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올 생각이 들어 그런 말씀을부모님께 드렸더니 부모님이 비용을 안 주신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제 까진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왜 그러시는지 납득이 안간다는 얘기였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줄은 알았지만,
막상 거절 당한데 대해서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갈등이었다.

"부모님의 못주시는 입장은 생각해 보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곰곰히 생각하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
"내리 사랑 아닙니까?"
"부모는 자식이 원하면 해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나도 이 다음에 자식에게 그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20여년 동안 받아만 왔다.
자신은 공부만 잘하면 되었다. 나머지는 공부잘하는 것이면 다 해결이었다.
고등학교까지는 잘 해왔는데 대학엘 좀 높게 지원했다 떨어진 것 뿐이었다.
그래도, 지금도 나름대로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도 계속 줘야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그후 여러 차례 진행된 면담을 통해서 보았을 때, 이 청년이 결코 못된 사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진지하고 노력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삶에 막 눈을 뜨며 고뇌하는,
이 시대의 평범하고 진솔한 청년이라 생각되었다.



"내리 사랑 아닙니까?"
"내가 왜 부모 생각을 해야되죠?"
"나도 이 다음에 내 자식에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에 충격을 받은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0ㅅㄱㄷㅈㅊ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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