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장난의 진정한 의미!

정광설 2003.04.18 17:19 조회 수 : 1339



31세된 주부가 두통때문에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루는 화가 잔뜩난 얼굴로 면담실에 들어와 아들이 말을 안들어 짜증스럽고,
기분도 가라앉고 머리도 더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였다.


이분은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었다.
지난 3년간 외아들만 열심히 키우면서 남편이 자리가 잡히는 대로 연락하면,
외국에 가서 함께 살 계획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 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빠 만날 날도 멀지 않았는데,
아들이 짜여진 스케줄을 잘 지키지 않고 놀러 나갔다는 것 이었다.
학교 갔다와서 주산학원 태권도 피아노 학원 다녀와서,
저녁 먹고 숙제 하고 나서야 일과가 끝나는데 도중에 주산학원을 빼 먹었다는 것 이었다.


"그럼 애는 언제 시간이 납니까?"

"숙제 끝나고요."

"몇시 인데요?"

"저녁 9시나, 10시요"

"그럼 애는 언제 놀죠?"

"일요일 같은 때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신도 좀 너무하다 싶었던지,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요.",
"그래도 약속했으니 지켜야죠!"하면서 웃는 것 이었다.



요즘 주택가 주변을 다니다 보면, 자전거를 타거나,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애들은 곧 잘 눈에 띄는 반면,
대문간이나 담장 밑에서 풀 반찬이며,
흙 밥에, 작은 돌 고기반찬으로 소꿉놀이를 하는 애들은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자식을 하나 둘 낳아서 잘 키우다 보니,
애들이 안전하게 잘 놀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이 다 미리 준비되어 있고,
뭐가 뭔지 모르고 좋다니까, "예"한것이 약속으로 강요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된다.


유치원에서 소꿉놀이를 한다지만,
소꿉놀이도, 반찬도, 밥도 그야말로 인스턴트로 다 준비가 되어 있어,
된장 만든다고 흙에 침 뱉어서 개어 놓고, 손은 옷에 쓱 문질러 야단맞을 필요도 없다.
"선생님! 반찬이 몇개 없어요."하면 다음날 즉각 준비가 되어있으니......


다 준비되어 있는 것을 쓰기만 하면 되고,
예정되고 준비되어 있는 길로 미는 대로 밀려만 가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멀리는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문제는 좀 더 커서 부모가 손을 뗄 나이가 되어,
필요한 경우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며,
자신의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의욕이나 능력을 배양하기 어렵다는데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어려서의 소꿉놀이는,
특히, 정제되고 규격화 되어 있지 않은 자연스런 상태에서의 소꿉놀이는,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되어,
평등관계인 친구들과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연습단계로 볼 수 있고,
어울려 놀기 위해 충동 조절을 배우고 어른들을 흉내내며 어른들의 사회를 이해하고,
가치관이나 규범을 배우는 실습의 장이 될 수 있고,
소꿉놀이를 준비하느라 서로 역할분담을 하게 되고,
준비물을 준비하는 데에서 자연을 접하고 이용하고,
자율성 및 응용성, 융통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너무 정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키우는 것이,
그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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