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과 사실은 다를 수 있다!

정광설 2003.04.18 17:30 조회 수 : 1176


현대 사회를 '증거 제일주의 사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곤란하다는 표현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심증이 곧 사실'이라는 나름대로의 확고한 믿음 때문에,
불필요한 또는 필요 이상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 중의 하나가 '대인 불안증'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20대 후반의 여성이 면담을 요청하였다. 몇년 전 한번 방문했던 분 이었다.
그 동안의 경과를 물으니, 정신력으로 버티기 위해 안 찾아 왔는데 요즘 더욱 증상이 악화가 되고,
답답하고 견디기 어려워 다시 찾게 되었노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얘기를 하면서도 다시 병원에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심히 괴롭고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또 다시, 어쩔수 없어서, 패배를 인정하면서 느끼는 불쾌감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려움의 내용은,
본인의 시선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표정이 굳고 얼굴이 붉어지곤 하는 증상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피한다는 것 이었다.

감히 이런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상의를 하거나,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물어서 확인할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지만,
물어 보나 마나 자신을 불편해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 이었다.

"느낌으로 얼마든지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 아녜요?"하면서,
심증과 사실과의 차이를 지적하는 의사에게 사뭇 답답하고 화가 난다는 듯이,
"나는 알 수 있어요!"라고 몰라주는 정신과 의사가 불쾌한 듯,
확신에 찬 표정으로 힘주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대방들은 전혀 남을 의식하지도 않고,
따라서 사회생활에 아무 불편없이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는데,
자신은 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대방들이 불편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상대가 자신을 불편해 하고 싫어한다는,
생각 정도가 아니라 마치 신념에 차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자신을 불편해하고 힘들어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과,
항상 같이 생활하다 보니 더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었다.



발상의 전환이란 말이 요즘 유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은 경우에는 특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일단 심증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만 있어도,
어려움을 훨씬 덜 느낄 수 있고,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상당히 냉정해질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 눈치로 알아챈 것이, 심증이,
곧 "사실인 것 같다!"에서 언제인가 부터 "사실이다!"로 고착이 되면,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여 행동하고 느끼게 됨으로써,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만 있다면,
많은 경우의 대인불안증에서, 보다 유연하고 적절한 대인관계의 모습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ㄱ0ㄷㅈㅊ$

* steelblue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3-13 21:44)

댓글 8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 "잠깐만 !" [64] 정광설 2003.04.18 1225
13 수험생과 Stress@ ㄱ네 [111] 정광설 2003.04.18 970
12 스트레스 해결의 비법 ! [81] 정광설 2003.04.18 1152
11 "너는 그정도 갖곤 안돼!" [112] 정광설 2003.04.18 988
10 "이만하면 나도 꽤 괜찮네 그려!" [82] 정광설 2003.04.18 1174
9 치료와 고집 @ [80] 정광설 2003.04.18 1433
8 긴장성 두통 @#+ㄱㄷㅈ [112] 정광설 2003.04.18 1250
» 심증과 사실은 다를 수 있다! [80] 정광설 2003.04.18 1176
6 만성병과 투약의 임의 조절 ! @#ㄱ [114] 정광설 2003.04.18 1059
5 어머니의 기준$#+0ㅅㄱㄷㅈ충찬페(2012.4.14) [85] 정광설 2003.04.18 1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