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 번 잠들면 화장실도 못가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요."하고,
별 표정없이 말하고 있다.
다시 물었더니, "글쎄 요즘은 잘려고 하면 그냥 잠들고,
화장실도 못가고 아침까지 자요."하고 대답한다.
내가 잠깐 이 환자에 대해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들고있는 차트를 다시 앞으로 넘겨 확인을 하였다.
이 환자는 잠을 잘려고만 하면,
금방 대변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도저히 그대로는 잠이 안와,
화장실 가서는 한시간 이상를 앉아 있다가 나와서,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또 화장실가고 싶어져서,
때로는 그냥 밤새도록,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고 호소하며 온 환자인게 분명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표정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못가요."라고 말하고 있다.
하두 오랬동안 익숙해 있어서, 그 증세를 고쳐달라고 왔으면서도,
그 증세가 없는 것이 마치 이상한 것 처럼 느껴져서,
그런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경우를 꽤 자주 접하다 보니,
좋아진 걸 좋아하지 못하는, 성격인지, 훈련미숙인지,
표현이야 어떻든, 이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환자들도,
첫번 방문 때는 큰 일이라도 난 것 처럼 힘들어 죽겠다고 해놓고는,
다음 방문시에는 딴 얘기만 하고,
그때 그 증상은 어떠냐고 물어봐야,
그런게 있었냐는 듯 괞찮아 졌다고 말 하고는,
잽싸게 그날의 새로운 메뉴(증상)로 돌아가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좋은 걸 좋아해야 더 좋아진다.
좋아진 걸 좋아해야 더 좋아지는 법이다.
좋아지는 걸 도와준 사람에게, 좋아졌다고 이야기 하고,
같이 좋아해야 그 다음에 더 좋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 좋아하는 마음은 행복한 마음인 것이다.
그 대상이 의사가 아닐 수도 얼마든지 있다.
남편이 이쁜 짓 했을 때도......
아내가 이쁘게 화장하고 퇴근을 맞을 때도......
아이가 야단도 안 쳤는데, 알아서 숙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며느리가, 비록 내가 요즘 치아가 좀 안좋은 걸 모르고, 자기 딴에 맛있는 쫌 질긴걸 사왔을 때도......
좋아할 줄 알아야 된다.
좋은 걸 좋다고 표현하면,
나는 물론이고,
다함께 행복해지며,
다음에 더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무엇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지를 일깨워 주니,
그제서야 살포시 웃으며 "네!"한다.
좋은 걸 좋아해야 자꾸 좋아진다.
좋은 감정을 나눌 때 행복을 느끼는 것 아니겠는가?
상대로 인해 좋아진 걸 꼭 이야기 하고, 함께 좋아하는 생활습관을 키우면,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곧 천국으로 화할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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