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로 믿을 놈(죄송) 하나도 없다더니!", "이럴 수가...", "안돼!"하고 눈
을 퍼뜩 뜨고 보니 날이 훤-하다. "안돼-"하고, 우는 소리를 하며 비실비실 일어나
문 열고 부엌으로 나서는데 보니까, "세상에 이럴수가!", 짜장면 그릇이 몇개가 첩첩
이 쌓여있는 것 아닌가!
"와- 이럴수가 있어?"하고 냅다 소리지르고 찡찡거리는데, 작은누나가 "왜 그래."
그러면서 눈을 뿌시시 뜨더니 하는 말이, "그러니까 누가 너 보고 자래? 시끄럽게 하
지마! 어제 늦게 자서 졸려 죽겠단 말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친구가 모처럼 전화해서 옛날 짜장 먹자고 해서, 수십년 전통있는 중국집에서 짜장
먹으며, "여기는 참 요즘 무슨 '퓨전 맛' 처럼 하지 않고, 옛날 맛 그대로라 좋아!"하고
얘기하다, 불현듯, 그 옛날의 한맺힌 짜장면 생각이 난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일년에 잘 해봐야 서너번 밖에 짜장면 먹을 기회가 없던 시절, 서울서 모처럼 내려온
큰 형이 선언을 한 것이었다. "오늘 저녁 12시에 짜장 시켜 줄께! 땡-하면 시킨다.
그때까지 안자는 사람것만!"
"와-"하고 기쁨의 환호성을 누나들과 함께 올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나는 그만 저녁
먹고 어찌 어찌 하다 잠이 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학인데 공부할 일
있냐?"가 생활신조(?)였던 내가, 그 나이에 공부하느라 12시까지 버틸 것 도 아니었
고, 라디오도 없던 시절, 쌩짜로 앉아 있어야 되는데, 초등학교 2학년에게는 무리였을
수 밖에.....
"그래도 그렇지 어쩜 이럴 수가... 어떻게 쪼끔이라도 냉기지..."하니까, 누나는 웃기
는 소리 말라는 투로, "뿔어서 어떻게 먹니? 그리고 누가 너보고 자래?"하면서, 지들
끼리 "어제 저녁 너-무 맛있었지ㅡㅇ?"하며 입맛을 다시면서 약을 올리는 것이었다.
항상 내편을 들어주던 작은 형마져 빙긋빙긋 웃고만 있었다.
"세상에 믿을 ..."만 속으로 되 뇌이며 분을 삭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그런 기회마져 다시는 안오고, 그리고 수년이 지난 뒤에는, 그때처럼 짜장 한 그릇 먹
기가 그렇게 힘든 형편은 면했던 것이었다.
친구와 짜장을 먹으며 그 생각을 하는데, 5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인데도 왜 그리
약이 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린 마음에 한이 되긴 됐던가 보다.
누나나 형들이 생각한 것 보다, 내 마음이 더 약올랐었나 보다. 아직도, 이 나이에도,
그 생각에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오늘의 풍요를 대하며, 옛 생각을 하니 감사할 일 뿐이다. 지금은 12시 못채워 내년
크리스마스를 다시 기약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괞찮아진 형편인가!!
오직 감사할 뿐이다!!!
@$+0ㄱㄷㅈ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