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황제 펭귄 ㅋ ㅋ ㅋ@#$+0ㅅㄱㄷㅈ찬페문

정광설 2012.07.21 07:11 조회 수 : 694

특별한 느낌이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50여년 전 설교하시던 그 자리이고,
이제 92세 되신 어머님이 눈물로, 감사로, 위가 헐어 치료포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으시면서까지,
불철주야 노력하고 공부하셔서 40세에 신학대학 졸업하시고 이 교회에 3대 전도사로 부임하시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말씀 전하시던 바로 그 자리에 오늘 내가 서 있는 것이었다.

내가 대여섯 살 쯤 됐을 때 아버님은 서울 후암동의 작은 교회에서 시무하시었다.
우리 집 안방이 바로 예배드리는 곳이기도 한 작은 교회였다.
저녁예배를 드릴려면 저녁 일찍 먹고, 빨리 방 치우고, 강대상을 제자리에 밀어다 놓고 예배를 드리곤 했다.

그 어린 시절 방 한 쪽에 놓여 있던 강대상 근처에 가서 까불고 해찰이라도 부릴라치면,
허락받은 레위 족속이 아니면 이곳 제단에 얼씬거리다간 하나님께 혼나고 죽는 법 이라는 어머님 말씀에 쫄아,
우리방이면서도 그 강대상 근처에 가면 나도 모르게, 어린 마음에도 조심스레 몸가짐하던 바로 그 강대상에,
오늘 부름받아 내가 서게 된 것이었다.

몇 날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다스리며,
하나님께서 이 귀한 기회에 나의 입을 통하여 무슨 말로, 어떤 뜻을 펼치실까,
노심초사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                                  *                                     *

무사히 말씀 증거를 마치고 아이들을 만났다.
내 자식이니 내가 아이들이라 하지, 아들은 벌써 나이 40이 넘었고,
딸들도 낼 모레면 40을 바라볼 나이의 어른들이었다.

바쁘단 핑계로 아버지가 본 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모른 척 않고 와서 들었으면,
"아빠! 오늘 말씀 듣고 감동받았습니다!"든지,
"아빠! 오늘 너무 좋았어요!"든지가 감탄사와 더불어 나와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같은 당연한 기대와는 달리 한참 긴장 속에 있다가 한 숨 돌리는 아버지에게 한다는 말이,
"아빠! 강대상으로 걸어가시는데, 꼭 황제펭귄이 걸어가는 것 같았어요! ㅋ ㅋ ㅋ"하면서,
지네들끼리 박수치며 깔깔거리며 좋아라 웃는 것 아닌가!

"아니! 이놈들이 이 무슨 망발인가?"하면서,
불현듯 몇달 전 내 복부 씨티를 보던 장 원장이 감탄사를 섞어가며,
"어휴! 선배님 뱃속에 기름이 너무 많이 꼈네요! 좀 빼시죠!"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리구보니 며칠 전 내과 박 원장이,
"형님! central obesity는 일찍 죽어요! 빨리 빼세요! 속보가 최고예요. 보문산 시루봉 가세요!"하면서,
자기 보문산 시루봉 오르내리며 뱃살 뺀 무용담 늘어놓던 것이 스쳐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단 하에서 바라보았던, 아버지 설교하시던 바로 그 자리에서,
막둥이 광설이가 오늘 말씀을 전했습니다!"하는, 자못 비장하고 거룩한 생각으로 휩싸여 있던 내 마음이,
어느새 죽음에 대한 공포와, 황제펭귄이라 놀려대며 킬킬거리는 고연 딸년들의 웃음소리에 덮혀버리고 말았다.

주춤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다가, "그래! 이 또한 하나님이 수고했다고 날 이뻐하시는 마음에서,
아들, 딸들의 입을 통하여 주시는 멧세지이고, 축복의 계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리 저리 만만치 않은 낮의 생활에서 일정한 운동시간을 확보하기엔 태부족이라,
천상 운동을 하려면 새벽을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지나 내나 배불뚝이이기는 매일반이지만,
아내는 본디 새벽형 인간이라,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해야 되겠다는 말을 하자,
드디어 이무기가 물을 만나 승천의 호기를 만난듯 기고만장하시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가 진작 뭐라했음둥!"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 새벽에 걷기하자고 설레발을 치며,
"고 3 때도 놓치지 않고 자던 새벽 잠을 무슨 수로, 어찌 감당하려고,
새벽 그것도 한 밤중인 4시 반에 일어나겠다고 대뜸 선포 먼저 했더란 말이냐!"자책하며,
나의 경솔하고 잎빠름을 속으로 질책하고 있는 나에게,
아내는 희희낙락(?)하며 "걱정없어! 나만 믿으슈!"하는 것이었다.


       *                                 *                           *                                *


그러니까 그게 벌써 27년 전쯤의 일이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친구들이 나보고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한지가.

공부도 제대로 안했으면서,
그래도 어쨋든 의사가 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으니 아주 안한 것은 아닐터인데,
하옇튼 공부 좀 한답시고 청춘을 거의 흘려보낸 내 나이 30 후반에 접어들었을 때 였다.

누구는 몇 타를 첫느니, 누구는 연습 공을 매일 몇 박스씩 쳐댄다느니,
선배 한 분은 골프 스윙 연습하다가,
너무 신명나서 휘두르는 바람에 갈빗대가 두대나 비틀려 부러졌느니 하며,
세상에 골프처럼 재미있고 운동되는 것이 다시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골프해야 한다고 친구들이 난리이던 때였다.

학창시절에 나는 뭔가에 한 번 빠져들면 거의 미친듯 몰입하곤 했었다.
때론 너무 빠져들어 본업(?)도 제껴놓을 때도 있어서,
부모님은 말할 것 없고 친구들마져 걱정하며 말리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골프를 권하면서도,
"골프는 미쳐야 잘 친다는데, 너는 미치길 잘하니 너한테 잘 맞을꺼야."라면서,
"역시 전공은 못속인다니까!"라며 논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이야기하곤 했다.

공부도 끝났겠다, 이제 개업한지도 몇 해 지나 그냥 저냥 궤도에 오른듯도 하고,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왔다.
공부하느라 십여년 이상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적당히 어울릴 수 있고,
나이 먹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권하는 말에 솔깃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 한번 해볼까?"하는데,
불현듯 소년장가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의대 공부시키랴,
객지 가서 전문의 과정 유학할 때 어린아이들 데리고 가정 꾸려가랴 애쓰며,
꿈에도 그리던 본교 전임강사될 기회마져 남편 개업 초기임을 이유로 사양하여,
음대 1회 1등 졸업생 교수시키려던 총장님을 어이없게 만들었던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 숨 돌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내막은 여직도 개업비용 해결하려면 구만리는 남아, 매일 매일을 장부만 붙들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저 고생하는 아내를 두고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후의 건강을 대비해서 골프라는 운동을,
나이 먹어 더 늦기 전에 지금 시작함이 과연 옳을 짓일까?"하는,
마음에 찔끔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아니 정 원장 아직도야?"하는 친구들의 우정어린 질책이나,
"이 사람들은 골프칠 비용 만들려고 의사노릇 하고 있나?, 아니 살고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이기만 하면 골프 얘기, 골프채 얘기, 따블에 따따블까지 갔었다고 킬킬대며,
누구는 타이어 두짝 날라갔다느니, 누군가가 "저 친구가 어제 내 타이어 갈아줬어!"하면,
한쪽에선 "그제 번 돈으로는 모자라 통장서 빼기까지 했어!"라며 재밌어 하는 대화들을 대충 들으며,
같은 자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모였다고는 하지만,
마치 전혀 다른 나라의 이방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을 받곤해도,

"그래 저들과 어울려서 타이어 따고 잃고 한 이야기 하며 놀 수 있기 위해,
소년장가들어 그동안의 모든 과정과 역경을 함께 하고, 오히려 앞에서 끌고, 옆에서 부축하고 격려하며,
오늘의 내 모습이 있을 수 있음에 나 보다도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전혀 지나침이 아닐,
아내를 혼자 두고 새벽으로, 밤 늦게까지, 그리고 그 꼬소하고 재미있는 헛된 짓의 뒷풀이까지 참여하느라,
아내를 홀로 두어야 할 것인가?"생각해 볼 때,

내가 느끼는 이 이방인 가운데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은,
깊은 산속이나 거대한 파도와 같은 자연을 대하며 또다른 깨달음의 지경을 경험하듯,
소외감이 외로움으로 여겨지기 보단 오히려 뿌듯한 보람으로 다가왔다.

비록 충분하고 넉넉한 남편은 못되고, 나의 이런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표한 바 없어,
아내는 내가 골프하지 않는 이유를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거나, "아마 게을러서 못할껄!"이라 생각할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의리를 지키는 자로서의 뿌듯함과, 감사할 줄 아는 자의 기쁨과,
노후를 무엇이 되었든,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자 마음 먹은 자신에 대한 대견스런 마음이,
그 모든 낯 섦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게 해줌을 느꼈다.

그런데 "무엇이 됐든 아내와 함께가 아니면 안하리라!" 했던 고상한 결단이 완전히 전도되어,
게으르고 방만한 건강경영의 좌우명이 되어버리고만 지난 30여년이었다.

이렇게 귀한, 이론과 근거가 확실히 뒷받침 하는 핑계로,
오직 무(無)운동으로 점철된 지난 30여년 가까운 세월은,

오늘에 와서,
아비의 생각과 철학과 논리와 그리고 신앙에 대한 감탄과 감동보다도,

불툭 튀어나온 배로 말미암아,
마치 황제펭귄이 그먼 남극에서 이곳까지, 날르지는 못하니 뛰고 헤엄쳐 와,
강대상으로 뒤뚱거리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웃음 자아내는 재미를 유발하고 있으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되 나중은 창대하리라!"가 아니라,
"네 시작은 거룩하고 숭고하였으되, 그 중간 소결론은 황제펭귄의 두드러진 배였노라!"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                                          *                                      *


"못일어나? 그럼 나 혼자가? 나 갔다 온다!"
졸려 죽겠는 내 귀에 대고 공갈 협박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그렇게 고맙게 들릴 수 없는 요즈음이다.
지 어둡고 한적한 곳 혼자 다니는 것 내가 꺼려하는 것을 알고 하는 소린지,
"그러면 나 혼자 간다!"고 겁주며 깨우는 말이, 고맙기도, "요것 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어기적 어기적, 삐그덕 거리는 무르팍 발동걸리기 기다리며 천천히 걷고 있는 나를,
우리가 요즘 함께 걷기하는 공원 트랙의 거의 반 바퀴는 앞서서,
팔을 앞뒤로 크게 내둘르며, 의기양양 빠른 걸음으로 나가다가,
힐낏 뒤돌아 나를 쳐다보고는, 손을 "빨리 걸으라우!"하듯 흔들며 떨쳐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불현듯 27년 전의 생각과,
며칠 전의 아빠는 황제펭귄이라고 놀려대며 키득거리는 딸년들의 웃음소리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엉키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새벽형 인간인 우리 마눌님을 감사하며, 열심히 뒤따라 걸어서,
언젠가는 뜅그적 걷는 황제펭귄 신세에서, 물 찬 제비 싸ㅡ악 하고 스쳐 지나가듯,
지금 나를 추월하여 잘난칙하며 앞 서 가고 있는 아내나 저 군상들을,
숨도 안 쉬고 추월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아니 오게 만들고야 말리라!"하며,

나의 복부에 일찌기 내 나이 열여섯 살 때부터 자리하고 있던 임금 왕(王)자 근육이,
지금 부푼 찐빵 처럼 내 배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이 오랜 친구같은 지방덩어리를 물리치고 드러나,
"아니! 아빠 세상에 이런 일이에 신고할까요?"소리가 딸의 입에서 나올 날을 그려보며 열심히 어그적 발을 옮긴다.

"암! 꼭 그런 날이 오고야, 아니 오게 만들고 말리라!"를 아직은 조용히 읖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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