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내놔도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법이 하나 나에겐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확실히 기억에 없지만,
아주 오랜, 나의 어린시절 상고시대(?)부터 조금씩, 차츰 습득해서,
60여 성상이 흐르도록 더욱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비법이다.

무협지에서 읽었던 곰의 웅크린 자세가 추위를 이기고 내공을 유지하고 향상 시키는데만 효과가 탁월한 것이 아니라,
'수면 중 오줌 참기 비법'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 상 이미 터득한 것을,
무협지의 이론을 빌어 설명이 가능해진 경우인 것이다.

그렇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의 수면신공 중 '오줌 참기 비법'은,
뇨의가 증대되며 스물스물 깨어나는 나의 의식을 그대로 잠의 세계에 머물도록 하면서,
방광의 팽창이 가져오는 아랫 배의 격렬한 용트림과,
수면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서로 적절히 조화시켜서,
뇨의가 비록 사라진 것은 아닐지라도,
의식이 문 열고 나와 나를 끄잡어 일으키진 않을 정도로,
문단속이 가능한 비몽사몽 상태를 유지시키는데 절대적으로 효험있는 신공자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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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서너시 경이면 어김없이 찾아 오는,
아주 아주 마땅치 않은 격렬한 뇨의로부터 깨어나는 나의 의식을 그냥 무의식의 잠 세계에 묶어 두려고,
곰 옆구리로 누운 신공자세에 돌입하여,
잠과 각성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는 비몽사몽 중 이었다.

환청인지 메아리인지 어디선가 모녀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지금 일어나실 거예요? 난 잘려는데 이것 민영이하고 같이 한거예요.
아빠 엄마 결혼 42주년 축하드려요! 난 그럼 잘께요."하고,
큰 딸이 속삭이는 소리(수면방해죄로부터 자유로운 그녀는 낮 보다 조금만 작은 소리면 속삭인다 주장 하지만)로 말하는 것이었다.

"응! 아직 세시 반이야. 좀 더 있어야지."하는 아내의 소리를 들으며,
"그래! 오늘이 결혼 42주년, 아내 상봉 47주년 되는 날이었지."하는 생각이 들며,
"짜식들! 그래도 가정 생일을 잊지 않았네."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지난 40여년을 개인 생일은 혹 어쩌다 못챙기는 경우가 있어도 우리 가정의 생일인 결혼 기념일은 결코 빠치지 않고 축하해 왔었다. 특히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축하와 이 날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교육하였다. 그리고 가급적 해마다의 변천을 가족사진에 담아, 우리 가정의 역사를 활동사진은 아니어도 벽에 걸린 가족사진만으로도 우리 가정의 변천사가 드러날 수 있을 정도는 되게 해왔었다.)
그리고 신공 발휘 효과로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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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전화 괜찮으세요?" 12시경인가 마침 환자가 뜸하여 인터넷 써핑하며 시간 때우고 있는데,
걸려온 전화에서 예상 밖으로 아들의 목소리가 울려나온 것이다.

"아니 니가 이 새벽에 왠일이냐?"
직업상 밤 새워서 일하고 아침 늦게나 잠자리에 드는 아들에게, 낮 12시는 나에게 있어서 밤12시나 같은 시간이었다.

"아빠! 결혼 4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하더니 며느리를 바꿔주는 것이다.

"아버지!"걸죽한 경상도 여성의 제딴에 애교석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시아버지에게 상견례 때부터도 곧 죽어도 아버지다, "아버님!"은 정 없다고) 결혼 42년, 상봉 47년을 축하드립니다!" 하고는 막 웃는다.

"그래! 고맙구나. 근데 자야지 아직 뭐했니?"하니,

"이 말씀 드리고 잘려구요. 그럼 인제 잘께요. 이따 뵈요"하고 자러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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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늘이 바로 16살 때 만난 여인과 20살에 결혼하여,
같이 대학 다니고 서로 레포트도 대신 써주고 밀고 당기면서,
아이는 넷 밖에 못났지만 알콩 달콩 살아온 날이 벌써 세월이 이리 흐른 것이다.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도 있는 데 이갑자(二甲子)야 못살겠어? 그럼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당연한 것 아냐?"하고 큰 소리 힌 소리 막 해대던 그때를 생각하며, 그리고 지난 4-50년을 지지고 볶으며 지나온 짧지 않은 세월을 돌아다 보면서, 그땐 참으로 철딱서니도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괜히 붉어진다.

부모는 아니 그러셨는데 누굴 닮아 그렇게 겁도 없이 거짓말과 뻥과 구라를 쳤는지(사랑에 빠지면 거짓말도 진심인줄 자신의 무의식 까지도 마취시키고 속일 수 있는 신통력이 있는건 지 몰라도) 모르겠지만,  고맙게도 속아주고(?) 데리고 살아준 아내를 바라볼 때 남다른 감회에 젖어듬을 느낀다.

지난 42년 동안, 철 들든 어린 남편 뒷바라지하며,
묵묵히 자신의 삶도 남 못지 않게 일구어 낸 아내를 바라볼 때,
고마운 마음이 절로 솟아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게 이제까지의 나와, 그래서 지금 오늘이란 시간 앞에 행복에 싸여 서 있는 나를 볼 때,
훌륭하신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축복에,
고마우신 처가 부모님을 만나 지난 42년 세월을 보살핌 받고,
속 깊은 아내를 만나 곁 길로 빠지지 않고 무사히 학업을 마쳐 의사가 될 수 있었으니,
천복을 타고난 팔자요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처가 친척 어른이 결혼인사 갔을 때,
"여자를 알고 공부하는 것은 돌을 넣고 밥하기란다!"라는,
격려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씀 듣고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었지만,
그분이 걱정하셨을 그 본 마음에 부응하여 무사히 공부도 마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니,
정말 너무나 큰 축복을 받으며 살아온 지난 날들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한참 기고만장(氣高萬丈), 교만방자(驕慢放恣)하여,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하나님이 지켜보시며 나와 동행하시는 가운데 다 듣고 계신 것도 모르고 아랑 곳 없이,
내가 잘나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줄 미몽에 빠져 있었을 때에,

나를 앞세우는 교만에 빠져있던 느부갓네살 왕을 광야로 내쫒으셔서,
7년 동안 풀 씹으며 혼미함 가운데 거하게 하셨던 것 같이는 아니하시고,
감당할만한 어려움 가운데 교만이 얼마나 큰 죄인 줄 깨닫게 하여 주셨으니,

나라는 존재는 하늘로부터, 부모로부터, 그리고 아내와 그리고 귀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과,
자신을 희생하며 용기를 북돋아준 형님, 누님과,
친 형 처럼 따르고 마음을 나누는 처 동생들과,
그리고 도움과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큰 힘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들 과의 좋은 만남과 상부상조 함을 생각하면,

난 참 너무나 큰 축복을 받고 나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지금 그래서 이렇게 살아서 오늘을 마주하며 이런 상념과 기쁨에 젖어들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정말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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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반 백년을 함께 한 아내와의 삶을 보호해 주시고,
이른 비와 늦은 비로 키워 주시고,
오늘의 우리를 있게 동행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경배를 올리며,

부모님 뜻을 거역하지 않는 자랑스런 자녀가 되고,
존경받고 닮기 원하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생을 얼마나 허락하실지 몰라도,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단순히 생존에 그치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이웃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보람된 삶을 일구어 갈 결심을 새롭게 한다.

살면서 그것도 나 아닌 자와 나 처럼 대하고 살면서,
어찌 불편하고, 마땅치 않고, 마음 상할 일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아닌 말로 속을 썪였다면 내가 더 였고,
말썽을 집혔어도 내가 더 했음은,
하늘도 땅도 너도 나도 세상이 다 아는 노릇이니,

비록 백년해로(百年偕老)의 힌 소리가 달성되진 못한다 할지라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까지 이제 남은 50년은,
저 옛날의 겁없이 뱉아냈던 흰 소리, 큰 소리를 다만 얼마라도 이루기 위해,
아내에게 좀 더 관심과 배려로 정성을 다 할 것을 다짐한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 몸은 쇄약해지고 마음의 담대함이 나약해짐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감사하게도 영이 그래도 다소 맑아지고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이제라도 감사할 것을 감사할 맘이 들고,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다소 헤아려지고 분별이 가능해짐을 느끼게 되니,

이 육신의 생이 마쳐지기 전에,
깨달음의 끝자락을 잡는 영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앗! 백년해로(百年偕老) 2년 전이다!"때엔,
또 어떤 감상문이 떠오를지 기대가 막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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