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부부이다. 오래 전에 부인이 두 번인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부부가 함께 왔다.
초면의 남편은 좀 굳은 표정이고, 부인은 예나 다름없이 밝고 환하게 웃으며 인상좋은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오셨냐는 의사의 물음에,
요즘 좀 어렵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함께 치료받으러 왔노라고 이야기하며 남편을 보고 싸인을 준다.
머뭇거리는 남편에게, "당신이 얘기해요."하며 부인은 좀 뒤로 물러앉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한 시간 이상에 걸쳐서 듣고 대화하고 함께 생각을 나눈 것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한 3ㅡ4년(부인은 10여년 전부터 느낌이 달랐다며 좀 솔직히 말하라고 다그쳤다.)됐는데,
지난 번 집 사람이 병원왔을 때 즈음 부인이 알게돼서, 정리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안하고 잘못했기 때문에, 다 정리하고,
이젠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직장 끝나면 곧 바로 집에 들어오고, 나가지도 않고, 술도 별로 안먹고 지내는데,
아내는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화가 안풀리는지 가끔 가다가 뚜껑이 열리면 화내고, 부수고, 온갖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욕을 하고,
제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생겨서 치료받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아내 치료에 필요하다면 본인도 치료받아줄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둡고 조심스런 표정으로, 예의 바르게 이야기 하고는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해야할 것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본인이 생각해서 이야기할 만한 것들 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업도 알 것 없고, 상대도 알 것 없고, 관계도 자세히 애기할 것 없고,
그냥 여자가 있었는데, 아내가 알고 난리치는 바람에 정리해 버리고,
이젠 아니라는데도 아내는 그 말을 못믿고 도에 지나칠 정도로 성질을 부리고,
사람 자존심 상하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해서,
때로는 답답하고 화가나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가정을 지키기위해 참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아내의 치료에 협조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치는 것이었다.


아내가,
남편이 했던 것 처럼 몇년 바람피우다, 남편이 알게되는 바람에 그만 정리했다 하고,
"정리했다는데, 미안하다는데 남자가 쪼잔하게 사람 말을 못믿고 자꾸 뭐라하냐?,
당신이 그런 식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바람도 피웠지만, 이제 다 끝나고 정리했으니 고만 좀 잔소리하고,
그 얘긴 그만하고 잘 살아보자!"하며,

잠자리에서 신음소리 내면, "아! 아내가 반성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구나!"하고,
감격하여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오를 것인가,

아니면, "아니 이 여편네가 지 좋은대로, 용서를 내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가 마치 자기를 용서하듯 하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놈하고 붙어먹을 때도 이렇게 신음하고 요분질했겠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울화통이 치밀고 창자가 끊어질듯 애통하는 마음이 들 것인가를 물어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후자일 것 같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도저히 그럴수 없을것 같으면서,
"너는 왜 아직도 날 용서하지 못하고,
그런 지저분한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끌고,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상태가 됐냐?"고 생각하고 있냐고 물으니,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용서를 빌긴 비셨던 것입니까?"

"예!"

"상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에 대한 공감없이,
미안하다고 말 해주고, 집에 일찍 들어오고,
몸뚱이가 함께 있어주느라 힘들고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참고 있으면 용서를 빈 것입니까?"

"....."

"진짜 용서를 비셨습니까?"

"아니네요!", "진짜 용서를 빈 것이 아니었네요!"



관계의 회복과, 진실된 마음과 감정의 소통과,
보다 깊은, 사랑의 공동 운명체로의 새로운 변화를 소망하며 돌아서는 부부를 배웅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진심으로 반성을 하나,
아니면 진심이라 생각하며 반성해주나?

마음에서 우러나 용서를 비나,
아니면 가정 평화를 위한다면서 용서를 빌어주고 있나?

애통하며 깊이 깨닫고 회개하고 있나,
스스로 거룩하여 회개를 해주고 있나?

내 생각에, 내 욕망에, 내 본능에 이끌려 잘못을 범하고,
내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내 기분이 내키는 정도까지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진실이고 진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이 특히 대인관계에서 실수함이 어이 없을 수 있고,
상대를 아프게 만듬에서 어찌 자유로울 수 있을까만,

그 후에 그 잘못을 만회하고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코자 하는 과정에서 마져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본능적 욕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관계개선 노력인 줄 알고 행하는 나름대로의 애씀이,
오히려 관계악화를 부축이고 심화시켜 파탄을 불러오고,

그 결과에 대하여,
"나는 할만큼 했는데도 안됐으니, 이젠 내 책임은 없고 니 책임이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불행을 설명하고, 스스로의 불행을 결제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대화였다.


실수했음을, 잘못했음을 깨달았을 때,
그로인해 고통당했을 상대의 입장에, 마음에, 느낌에 온전히 서서,
그 아픔을 내가 느끼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진실된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회복되고 굳건하게 바로 서리라는 깨달음을 주는 대화였다.

이러한 깨달음이,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관계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그 부부 모두에게 동일하게 임하기를 기원해본다!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4 성품은 말보다 더 크게, 더 많은 것을 말합니다!@#$ㄱㄷㅈㅊ충국 정광설 2011.03.14 557
723 행복태교 매뉴얼 secret 정광설 2011.03.12 0
722 결혼 예비 상담 매뉴얼 secret 정광설 2011.03.12 0
» 제기랄! 이젠 그만 용서해줄만도 하잖아?@#$+0ㅅㄱㄷㅈㅊ충국찬 정광설 2011.02.24 706
720 소망! 있는 것인가, 갖는 것인가?@#$+0ㅅㄱㄷㅈㅊ충국찬 정광설 2011.02.22 510
719 오늘, 그리고 오늘 이후!@#$+0ㅅㄱㄷㅈㅊ충국찬 정광설 2011.02.21 450
718 아름다운 부부, 행복한 부부는?@#$+0ㅅㄱㄷㅈㅊ충국찬 정광설 2011.02.14 647
717 믿는 자는!@#$+0ㅅㄱㄷㅈ충찬페 정광설 2011.01.22 710
716 참 스승을 보다! secret 정광설 2011.01.05 5
715 편안(便安) + 평안(平安) + 믿음 = 참 행복!@#$+0ㅅㄱㄷㅈㅊ충국찬 정광설 2010.12.28 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