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 !

정광설 2009.03.31 15:45 조회 수 : 332



출근 길에 어느새 지고 있는 목련의 처량한 모습을 보며,
울컥 아련한 아픔과 동시에 어린시절의 꽃 밭이 떠오른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란 노래를 요즈음의 어린아이들도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른다 한들 그 정취를 알 수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돌이켜 보면 내 기억의 편린 가운데 가장 오랜 것들 속에는 반드시 울 안의 꽃밭이 등장하고,
울 넘어 까지 큰 키의 자태를 뽐내는 칸나는 기본이고,

백일홍, 민들레는, 울 밖의 담장가에 꽃 핀 모습이 탐스러워,
"이게 뭐야?"하고 엄마에게 물으며, 말을 꽃 이름으로 배웠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있고,

이 해바라기가 언제나 익어 그 고소한 해바라기 씨 맛을 볼 수 있으려나 하며,
이제 한참 자라는 해바라기가 제발 빨리 크기를 고대하던,

그 정겨운 정취가 스며있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서..."를, 요즘아이들이 알기나 하려나 의문이든다.



전쟁이 끝나고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아, 대전역 광장에 아직도 움푹 움푹 파인 곳을,
엄마 손잡고 피해 걸으며 왜 저렇게 됐냐고 묻던 기억이 아롱지고,

서울역 지하도 계단에, 엄마 거지 품에 누워있던 아이가,
제비 만져서 그렇다는 엄마의 공갈(?)에 그만 깜빡 속아,
나도 제비 만지면 벌 받아 그렇게 누워있을 것 같은 느낌이 지금까지도 손에 잡힐 듯 남아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그리 어렵고 쪼들려 여유라곤 찾아보기 어렵던 시절에도,
뜰 안팍에 작은 화단 없는 집은 없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새 키우는 집도 많아, 우리들 등쌀에 형편이 안되던 우리 집에서도,
엄마의, "자녀들 사기를 죽이면 안된다!"는 결단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십자매 한 쌍을 구입해 키우다 밥준다다가 나려보낸 기억이 새롭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마디로, 못살아도 낭만은 있었던 시대였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꽃보러 꽃 박람회 가는 세상이 되었고, 막상 꽃밭에서의 정취는 느끼지 못하면서도,
노랫말이나 외울 수 있고, 작가나 노래 부른이의 이름을 알면 그 노래를 아는 것 같은 세상이 되었으니,
과연 지금이 그 옛날보다 엎그레이드 된 세상이라는 말이 맞기는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삶의 겉포장만 그럴듯하게 삐까뻔쩍해진 것은 아닐까?

진짜 맛과 멋은, 낭만은,
알록달록 화려한  화공약품 냄새나는 포장재에 쌓여,
눈에 안보이게 된 것 정도가 아니라, 안보여 아예 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아파트를 설계할 때,
문 열고 들어가면, 앞마당도 있고, 뒷마당도 있으며, 툇마루도 있어서,
뒤꼍에 화단도 만들고, 아빠하고 꽃밭도 가꿀수 있게 만들어서,

겉포장은 아파트이지만,
속 알갱이는, 정취가 흐르는 "꽃 밭에서"가 어울리는 집을 지어서라도,
정취있는 우리네 삶이 유지되고, 사람 사는 맛과 멋을, 낭만을 잃지 않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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