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돈이 무슨 죈가!

정광설 2009.07.24 16:59 조회 수 : 433



그러니까 혼자 산게 어느덧 40년이 넘은거다.
대전으로 공부한다고, 소위 유학을 온 것이 중학교 들어가면서니까,
벌써 족히 40년이 넘은 것이다.

시골살림이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살만한 형편이라, 사주신 집에서 나오는 집세 받아가며,
크게 주롭지는 않게 살면서, 내가 모든 것을 알아서 살림하고, 혼자서 추슬리며 살아온 지난 날들이었다.



"근데 이런 이야기가 왜 필요하죠?  그냥 잠 못자서 왔으니까, 잠자는 약이나 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여인이 자꾸 말 시키는 의사에게 마땅치 않다는 눈치를 보여도,
그 의사는 눈치없이 자꾸 계속하라는 사인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 찔러대는 질문에 당황도 되고, 열심히 생각해가며 응답하느라,
여인은 계속 께끄름한, 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건성 건성 대답을 이어나갔다.



"남자랑 같이 살아 보니까 불편하기만 하고, 거짓말이나 시키고,
총각이라더니 알고보니 유부남이고, 그래서 내 보내고.....,

몇년 그냥 지내다 또 딴 이 데리고 살아보니,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고,
뭐하나 보면 노름방에 가서 쭈굴티고 앉아 노름이나 하고 있고, 그래서 내가 나가라고 했지요."

"지금은 혼자 살아요. 부모님은 돌아가셨구요.
중학교 일학년 이후로 혼자 살았으니, 벌써 40년하고도 몇년 더 흘렀네요!"하는 것 이었다.



별스런 표정없이, 외롭다는 느낌도, 허전한 태도도, 쓸쓸한 분위기 같은 것은 하나도 없이,
그냥 덤덤하게, "별 씨잘때기 없는 것을 자꾸만 묻고 있네!"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증상들은, 마음 저 깊은 곳에 정서적인 어려움이,
많아도 아주 많이 쟁여있을 때, 통상 나타나는  것 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이었다.



일을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단다.
그럼 뭐 갖고 먹고사냐니까,
그냥 주말에 이틀 가게 봐주고 알바비 받고, 그리고 집세 나오는 것 가지면 별 문제 안된단다.

"아! 유산을 받으셨군요!"하니까,
"유산은 무슨... 그전에 학교 다닐 때 사준 집에서 집세 좀 나오죠!"한다.
(먹구 살만큼이, 얼마를 먹고 사느냐와 관계 없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의,
재산가치가 유산 축에도 못끼나 보다.) 그리곤 "혼자 사는게 훨씬 더 편해요!"하고 있는 것이다.

편한 것이 바로 선한 것은 아니고,
편한 것이 인생의 보람은 더 더욱 아니고,
편한 것이 더 더구나 인생이 추구할 바는 못되는 것임을 생각지 아니하고,
편안한 생존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해 봐야할 것이 겠지만,
젊어서는 이쁘다 소리를 많이 들었음직한 얼굴과 키와 몸매에, 돈 까지 먹고 살 만큼은 있는 사람이,

그 살만큼 있는 돈 덕분(?)에 열심히 노력할 생각은 아니하고,
열심히 관계를 잘 이루어, 둘이 함께 이루어 갈 목표를 세울 생각도 하지 아니하고,

이 사람 저사람, (실제로는 이놈 저놈, 맘에 드는 놈, 데리고 살만한 놈) 고르다(?) 보니,
이게 맘에 들면 저게 시원찮고, 그게 괜찮으면 이게 탈이어서 빠꾸 놓다가,

"에라! 속 썩이느니, 아에 혼자 살자!"가 된 것이, 돈있는 탓(?)인가?



그러니 돈이 무슨 죈가?
돈이면 되는 줄 안 그 돈 임자가 문제지!

뭐가 문제인지를 찾을 생각조차 없이,
아직도 "그냥 편하게 해주세요!"만을 요청하는 분을 대하면서,


산다는 것이 뭔가?
그리고 그 인간의 삶에 있어서 돈은 또 무엔가하는 생각을 그냥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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