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싫단 말입니다!"

정광설 2009.08.12 22:57 조회 수 : 429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현재 현역 복무중에 있으며 제대가 불과 몇개월 남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 봄 금방 어떻게 되고,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에 휩싸여, 절박한 모습으로 병원에 찾아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말 그대로 사람된 듯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친구다. 문제는 객관적으로는 현저한 증상의 호전이 있어 보여도,
본인이 힘들어 하고 불평하는 것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임무 수행에도 큰 지장없고 지낼만 한 것 아니냐고 말하면,
"그래도 힘드니까 싫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제 제대도 얼마 안 남았는데, 조금만 더 견뎌서 제대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나?"하면,
"그래서 제가 싫다는 것 입니다.",  "그리게 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게 뭡니까?"
"이런식으로 군대생활을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은데, 의욕도 없고, 불안하고, 대인관계도 불편하고,
자꾸 우울해지고, 이런 내가 너무 싫습니다.이런 불편이 없어지게 해주세요!"

"첨에 약 먹었을 때는 금방 좋아지고 원래대로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었는데, 한번 휘청하고 난 다음에는
처음 갖지 않고 계속 찝찝한게 남아있는 것 같아 싫습니다."

"여기 약이 안 맞는 것 같아서 통합병원에 갔었습니다. 약을 줘서 며칠 먹어보았는데,
효과는 없고 몸만 나른해서 다시 이리로 왔습니다. 하옇든 불편하지 않게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이었다.



그러니 부대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하기 싫다면서 부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꺼내지도 않고,
그런 문제를 만날 때 어떤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알고자하는 마음은 아예 없고,
이런 증상으로 힘들어 불행한 병영생활일 수 밖에 없으니, 이 증상을 없애달라는 주문만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전 보다는 좋아졌고, 임무수행은 큰 무리 없이 하고 있으니, 그만만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니까,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냐, 내가 원하는 것은, 이 문제가 있는 한, 나는 불행을 느낄 수 밖에 없으니,
이 문제를 원장님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 이라는 이야기였다.  



자연계 안에 존재하는 한, 어찌 조건과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 인간이라는 포유동물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 포유동물의 범주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 자연 현상에 의해 비록 영향은
받을지언정,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의 운명이 자연 현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생존을 딛고 서는, 사는 존재인 것이다.

즉, 자연을 딛고 서서,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인, 자유의지의 발동을 통해,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의 삶의 질을 정하고,
그 원하는 바를 이루고 일구기위해 시간과 처해진 상황을 경영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자연 가운데 있으나, 그 자연의 일부에 그치고 마는 존재가 아닐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의미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기분 나쁠만한 이유가 있으면 기분이 나뻐지는 결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고 인내하고 그 것을 연단으로 받아들여, 훗날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도록,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자신을 격려하고 추슬리며, 기분을 전환시키고 돋굴 수 있는 노력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생겨진 존재가 인간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기분을 스스로 돋굴 수 있는 행위를 할 수도 있고, 그런 기분 나쁠만한 변화가 자신에게 일어나게 되는,
근본적인 요인과 원리를 깨닫고자 하는 노력도 가능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중요한 것은,

"힘드니까, 불행할 수 밖에 없으니까, 약이든, 말이든, 주문이든, 부적이든, 무엇이라도 좋으니,
나를 내가 원하는 상태로만 만들어 다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없애만 다오!"하는 요구와 주장은,

실은, "나는 사람되기 싫으니, 제발 그냥 이대로 인간이라는 포유동물로 머물게 해주시오!"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다운 인간과 동물적인 인간과의 차이가,  
힘이 얼마나 드는 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칫,
"나를 제발 짐승 취급해 주세요!"하며, 인간이길 거부하는 몸 짓일 수 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말초적인 만족의 느낌과 그 정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안의 본질적인 의미와, 그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능동적 적응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내가 불행해 질 수 밖에 없잖아요?"를 이야기하기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모습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신경써야 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잘 알겠습니다.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는
항상 웃는 얼굴의 그 인상 좋은 청년이,

"어려움은 없어야 되는 것이다!"라는 동물의 왕국에서나 통하는 논리의 늪에서 벗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존귀를 지향하며 살겠노라!"를 외칠 수 있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항상 웃는 얼굴인, 그 선해 보이는 얼굴 모습처럼, 왜곡된 논리의 늪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함을 누리는 자의 평안과 기쁨이 그의 삶과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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