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치(存在價値)!

정광설 2009.03.04 18:14 조회 수 : 465

40대 후반의,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효자라 생각되는 분이다.
어머님이 오랜 병고에 시달리고 계신 바람에 신경을 쓰다보니,
여기저기 불편한 신경증적인 증상이 나타나서 나에게 다니고 계신 분이다.

어머님이 오랜 동안 노환으로 몸져 누워 거동도 어렵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데 일구월심 지극정성이다.

부인도 아주 협조적이라고 한다. 그런 아내에게 고마움도 적절하게 표현하고, 아내의 어려움도 두루 살필줄 아는,
이해심이 참 많은 분이다. 아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장남이라는 죄(?)로, 누나들이 자기들은 별로 관심도,
돌봐드림도 없으면서, "왜 아들이 되갖고 엄마를 자꾸 아프게, 잘 돌보지 못하느냐!"는 불만도, 야단도,
두루 어루만지고 달래면서 장남 노릇을 기꺼이 감당하는, 이 시대의 가장인 분이다.

그렇다보니 모든 사람을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본인은 여러가지 신경증적인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다.
그래도, 불편은 해도, 불만은 없고, 원망은 생각도 안하며, 마땅히 해야할 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이다.



오늘 아침 그 분의 입에서, 어머니를 보면서, "저러고도 사셔야 되나?  왜 빨리 안 돌아가시나? 일말의 존재가치도
찿을래야 찿을 수 없는 저런 삶을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노라고,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겨우 밥만 조금 먹고 하루종일 누워 있다가, 겨우 용변이나 보러 기어가는 인생이, 과연 존재하고 유지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정신과 의사에게 어렵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는 것 이었다.

결코 그런 어머님을 돌봐드리는 것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어머님의 그런 모습이, 그런 인생이 너무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고,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화가나서 하는 소리였다.
자신의 눈에는, 어머님의 모습이 전혀 존재가치가 없는 인생으로 보여지고 생각되지는 것이 괴로운 것 이었다.

"저러고 사는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무엇을 보자고 기어히 살아남고자 한단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겨우  똥싸고 뭉개지 않을 정도의 생을 연명하고 있단 말인가?
무슨 가치가, 무슨 살아있을 가치가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그런 불쌍한 모습의 어머니를 돌보다 보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쓸데없는(?)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마져 든다는 것 이었다. "나는 어머님을 돌본다고 하는 것 이지만, 오히려 어머님의 고통을 더 길게 끄는 효과 외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 이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존재가치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가가 중요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열심히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에 대하여, 존재가치에 대하여,
개념이 정리된 후의 열심인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존재가치는 어디에서,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행위로 획득된 가치인가, 아니면 본래부터 있는 가치인 것인가?

계속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치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계속해야만,
마치 일 해야 월급을 받을 자격이 유지되듯, 가치가 인정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어찌해야 존귀할 수 있는가?



동물도 다니지 않는, 가지 않는, 가지 못하는, 길 없는 산의 곳 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등산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도 다닐 수 없는 그런 곳 까지도 죽음을 불사하고, 아무때 죽어도 하나도 아까울 것 없는 인생이라는 신념(?)으로,
신나서 다닐 수 있어서 그들의 삶은 보람있고, 가치있고, 자랑할만 하고,
배우고 본받아 후세에 길이 전할만한 선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의 삶에 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바른 자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과 같은 건강은,
그들과 같은, 짐승도 두려워 다니기 꺼려하는 곳을 날라다닐 수 있는 날렵함은,
그들처럼 아무때나, 아무곳에서나, 짐승도 감히 못가는 그 어느 곳에선가에서, 떨어져 죽어도 좋다는
뱃짱도, 확신도, 자신도, 없는 나이지만,

과연 그런 그들을 부러워하고 본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인지, 본받으라고 주위에 권할만한 것인지,
아무 골짝에서나 떨어져 죽어도, 옆에서 지키는 이, 기리는 이 없이 죽어도 상관없는 목숨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용기이고, 행복이고, 인생을 후회없이 충분히 즐기고 잘 사는 자의 마음가짐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그렇게 죽어도 괜찮은 인생이라면, 그딴 인생이 무슨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불가능할 것 처럼 보이는 어려운 문제나 상황에 부딪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극복하고 이루어 냄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능력의 지경을 넓힘으로써, 뭇 사람들의 가능성의 고취와 함양을 도모하는 행위와,

단지 그럴수 있는 건강이 있음을 즐기고 누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는,

그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설혹 같다할 지라도, 같은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더군다나 매일반이라고 주장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웃으면서,
"나이 먹어 가면서, 여기 저기서 하던 회장도 떨어지고, 모임 총무도 떨어지니 영 존재가치가 없어진 것 같더라구!
아파트 동 대표 자리는 꼭 붙들고 있어!"하니까,

옆에서 듣고있던 다른 친구가, "그래! 그거라도 꼭 잡고 있어야, 비닐 봉투라도 몇장 건지지!"하는데,
대다수의 동료들도 깔깔거리고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것 이었다.

모임에서의 직함이 있으면 가치가 있고, 그냥 회원이면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그 허탈한 웃음 속에 진짜로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점차로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정서가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의 존재가치는 내가 어떠해야 있는 것인가,

아니면 본래 있는 가치를 잘 가꾸어 나가며 기쁨을 누리는 자여야 하는 것인가?



몸져 누워 할 일 없고, 할 수 있는 일 없고, 꼼짝없이 자식의 손에 모든 것을 의탁하고 1년 반을 지내시면서도,
당당하게, "아비의 죽음을 너에게 맡기마! 아비가 너의 가슴에 안겨서 죽을 수 있는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진 것 이라고는 무일푼인 아버님을,
백억대 이상의 부자이신 친구분이 병분안차 찾아오셔서, "돈이 무슨 소용이 있수!"하시며,

건강하여 서울서 대전까지 문병오신 80대 후반의 친구분께서,
오늘 내일 돌아가실 날 만을 기다리고 있는, 무능력(?)하고, 무건강(?)한,
이제 거의 다 죽은, 폐인과도 같은 아버님을 그렇게 부러워하시고,

아버님은 그 친구분의 부러워함을 당연한듯 받으시며,
"그것이 바로 너, 나를 편안히 아들의 품속에서 죽을 수 있게, 나의 죽음을 감당하는 나의 아들 덕분이구나!"하시며,
이 못난 막내 아들의 수고를 치하하시고, 축복하시던, 그리곤 당당하게 웃으며 돌아가신,
아버님의 그 천사의 웃음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그 행복 가득한 웃는 얼굴 모습이 떠오른다.



잠시라도,
아주 쬐끔이라도,
나의 볼품없는(?), 아버님의 암에 시달려 쪼그라드신 그 모습이,
무가치해 보인 적도 없고, 무가치하게 여긴 적이 단 일 순간도 없으며,

아버님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의지가 되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환자와 대화하다 모르는 것 있으면 여쭤보고,

그럴때마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드라!"하시며, 결코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삶의 지혜가 담긴 조언을 해주시던, 배우고 본받아 닮고 싶은 아버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일푼의,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는,
자식에게 겨우 말로만, 그것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겨우 축복해 줄  힘 밖에 없으시던 나의 아버님이,

더없이 훌륭하고 가치있는 분이라고 생각됐던 것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도 아버님을 본받기 위해 노력하게 하시는 나의 아버님이,
절대로 무가치한, 이제는 죽어 한줌의 흙이 되어버린 존재라고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란 무엇인가?

고기값이 가치인가?

나의 참 존재가치는 어디에서 찿아야 하는 것인가?

제쳐놓을 문제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리되야 할 문제인가?













  














@#$+0ㅅㄱㄷㅈㅊ

댓글 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4 짐승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0ㅅㄱㄷㅈㅊ 정광설 2009.03.23 486
423 생각이 사람이다 ! 정광설 2009.03.23 387
422 만들고, 돕고, 가르침은 대상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광설 2009.03.23 375
421 결혼할 만한 대상, 결혼할 만한 마음 정광설 2009.03.21 337
420 나는 개같이 살리라! 정광설 2009.03.21 327
419 죽은 목숨, 산 목숨! 정광설 2009.03.18 349
418 질서는 결코 우연의 결과일 수 없다!@ 정광설 2009.03.13 368
417 괜찮은 것은....... 정광설 2009.03.13 330
416 삶은.....! 정광설 2009.03.11 549
» 존재가치(存在價値)! 정광설 2009.03.04 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