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것은.......

정광설 2009.03.13 09:54 조회 수 : 330


고2 여학생이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다소곳이 앉아서 자신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진료실에서의 만남이 부담스러운지, 염려가 되는지 편안하지 않은 표정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먼 지역에서 학교 적응을 못하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가,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되지 않겠느냐는, 엄마, 이모의 권유를 받아, 이모가 살고 계시는 이곳으로 온 것 이었다.

여기 오기 전 살던 곳에서도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었었다면서, 차분하게 자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 동안의 치료 경과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고등학교 여학생중에서는, 최고(?)로 침착하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문제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새로 만난 정신과 의사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대단히 훌륭한 모습으로 보였다.

지금 나하고 이야기 하듯, 이런식으로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생활한다면,
매우 환영받을 수 있는, 신뢰가 가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정신과 의사를 찿아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는 문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귀고 함께 지내기가 불편해서 못다니겠고,

이 곳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친구들을 제대로 못 사귀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도 어려울까봐 걱정된다는 것 이었다.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괜찮을 자신이 없다는 것 이었다.

앞으로 함께 실갱이 하면서 문제를 극복해보자고 이야기 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움이 없어야 괜찮은 것이 아니고,
어려워도, 어려움을 참고,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일구어 가는 것이 괜찮은 것이다."

"불편함이 없어야 괜찮은 것이 아니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 원하는 곳에 이르는 삶이 괜찮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이나 불편함에 촛점을 맞추고,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 것이, 내가 가기를 원하는 그 곳이, 바람직한 것이고, 올바른 곳인가 여부일 것이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려고 노력하자!"고 이야기해 주었다.



불편은, 없으면 나쁠 것이 없는 것이지,
불편하면, 하는 일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의미가 없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하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실생활에서는 우리의 발목을 잡아 쓰러지게 하고,
마음을 어렵게 하며, 불행감의 원천이 되는 것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어떠한 어려움이고, 불편이고, 싫은 것 이든지, 일단은 그 불편 자체 보다는,
그 불편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을 보다 잘 영위할 수 있으며,
보람과 성취감과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무엇이 과연 괜찮은 인생인가?

말초가 편안한 인생인가, 영혼이 평안한 인생인가?

말초의 욕구가  충족되어 재미있는 인생인가, 영혼의 욕구가 충족되어 기쁜 인생인가?




























@#$+0ㅅㄱㄷㅈ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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